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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매입형 유치원’ 개원 등 유아 공공성 확대 박차…한계와 대안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은천로에 위치한 전국 최초의 매입형유치원인 서울구암유치원 입학식에 참석해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은천로에 위치한 전국 최초의 매입형유치원인 서울구암유치원 입학식에 참석해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타조는 날지를 못해.”
“괜찮아. 괜찮아. ‘타다다닥’ 나는 빨리 달려.”
 
8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구암유치원 지하 강당.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한희순 구암유치원 원장의 구연동화가 한창이었다. 최희숙 작가의 동화 『괜찮아』를 각색해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바른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내용이었다. 한 원장이 “앞으로 음식도 골고루 먹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30여명의 아이가 한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강당은 이날 유치원에 입학한 3세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구암유치원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원한 매입형유치원이다. 시도교육청이 기존의 사립유치원을 매입한 뒤 공립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형태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유치원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모델 중 하나로 이외에도 부모협동과 공영형이 있다.
 
공영형유치원은 현재 서울에 4곳 있다. 대유유치원(강서구)·명신유치원(영등포구)·영천유치원(성북구)·한양제일유치원(서대문구) 등이다. 12일에는 부모협동형유치원 1호인 꿈동산유치원이 서울 노원구에서 문을 연다. 공영형은 교육청으로부터 공립 수준의 재정을 지원받는 대신 운영과 회계처리 등 공립 수준으로 처리하는 사립유치원이다. 부모협동형은 학부모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립유치원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최근 벌어진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투쟁 등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이런 대안형 유치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3살 된 아들이 구암유치원에 입학한 학부모 김모(37·서울 관악구)씨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발생 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공립유치원이 생겨 반가웠다”며 “국가에서 운영하는 만큼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4살 아이를 공영형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이모(34·서울 서대문구)씨는 “사립이지만 학비가 저렴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어 만족한다”며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유치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대안형 유치원을 무작정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매입형은 공립 단설유치원을 신설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시교육청에서 사립유치원을 사들이기에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구암유치원 매입비용은 59억9400만원이었다. 보통 100억원 이상이라고 알려진 단설 공립유치원 설립비용의 60% 수준이지만, 시교육청 예산으로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협동형의 경우 유치원을 설립할 공간을 찾지 못해 무산된 곳이 적지 않다. 경기도 하남시와 서울 도봉구에서 부모협동형을 준비하던 학부모들도 이런 문제 때문에 설립이 무산됐다. 6살 아들을 둔 이주영(41·서울 도봉구)씨도 지난해 자녀가 다니던 유치원이 폐원하면서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추진하다 포기했다. 이씨는 “학부모들이 유치원으로 활용할만한 공공시설을 찾는 게 쉽지 않다”며 “시도에서 비어있는 공간을 확보해 학부모들에게 임대하는 식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살 아들을 둔 도유진(36·경기 하남시)씨는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 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워 이에 맞춰 건물을 짓지 않고는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런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공영형으로 전환한 서울 서대문구 한양제일유치원. [중앙포토]

지난 2017년 공영형으로 전환한 서울 서대문구 한양제일유치원. [중앙포토]

공영형 역시 법인 전환과 수익용 기본재산 출연에 대한 부담 때문에 확대가 쉽지 않다. 재정지원 기간이 3년으로 제한된 것도 문제다. 이인옥 한양제일유치원 원장은 “현재는 사립이어도 정부 지원을 받아 공립 수준의 학비를 받는 게 가능하지만, 3년 후 정부 지원이 사라지면 학부모들은 다시 20~3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평가 등을 통해 재정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공립유치원을 무작정 확대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공립은 사립보다 운영 시간 짧고, 통학 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부모가 많아서다. 구암유치원에 5살 아들을 보내는 한 학부모는 “사립유치원이 공립으로 전환돼 학비가 저렴해지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은 맞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며 “통학 버스가 없어 학부모가 직접 등·하원을 시켜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운영 시간이 짧아 맞벌이 부부는 방과 후에 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유치원 공공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부모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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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