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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부장판사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조금 특별한' 인연

 그 변호사는 시작부터 빨랐다. 서울대 재학중인 23살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육군 법무관을 거쳐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엘리트 코스’라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6년 동안 근무했고 서울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등을 거쳐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지난 2월 대전고법 부장판사(대전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었다. 호제훈(50ㆍ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 이야기다. 호 변호사는 최종영 전 대법원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이 변호사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몇 년 변호사 생활을 했지만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고 변호사 등록이 취소됐다. 출소한 뒤 변호사 재등록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지난달 비로소 변호사 자격을 되찾았다. 백종건(35ㆍ40기) 변호사다. 
 
호제훈(왼쪽), 백종건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호제훈(왼쪽), 백종건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사람이 변호사로서 ‘새출발’을 함께하게 됐다. 이달 법무법인 위(WE)에 파트너와 어쏘(어쏘시에이트, 구성원변호사)로 한 팀에 합류하면서다. 보수 성향이 강한 고위직 판사 출신과 양심적 병역거부자 변호사의 조합에 법조계에선 ‘독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7일 두 변호사를 만났다.

 
Q. 원래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나.

호제훈(호): 모르는 사이였다. 퇴직 이후 김경수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개인사무실에 들렀다가 백 변호사를 처음 봤다. 첫인상이 좋아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병역 거부를 했다는 걸 몰랐다. 친한 판사가 그를 연수원 시절 가르쳤다길래 전화해서 ‘어떠냐’고 물었더니 “걔 스타야”라고 하더라. 그제서야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백종건(백): 제안을 받고 놀랍고 감사했다. 변호사 등록이 거부되고 진로가 불분명했던 나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호 변호사가 “변호사 등록 심사 결과가 좋게 나올 것”이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주변에서도 법관으로서 신망을 받던 그에게 배우는 건 특권이니 놓치지 말라고 하더라.

 
Q. 호 변호사는 판사 시절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접한 적 있나.

호: 나도 대법원의 기존 판단에 따라 대부분 유죄선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2002년 불교 신자로 병역거부를 한 오태양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나중에 본안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지라도 사안의 성격상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으므로 불구속 재판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백: 그 전까지는 병역 거부자들이 구속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오태양씨 이후 다른 법원에서도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늘어났고, 2004년 첫 무죄 판결도 나왔다. 의도했든 안 했든 변화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Q. 백 변호사는 앞으로 병역 거부 사건을 주로 수임하게 되나.

백: 지금껏 병역 거부 사건은 업무와 별개로 무료로 맡아왔다. 이제 무죄 판례들이 쏟아지니 내 역할을 조금 덜어도 될 것 같다. 변호사로서 공백기간이 길었던 만큼 민·형사 업무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직 사촌 동생이 병역 거부 재판을 받고 있어 그 일이 마지막 병역거부 사건이 될 것 같다.

 
Q. 지난 1월 호 변호사의 사표 사실이 알려지자 그 배경을 두고 법원에서 여러 추측이 나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인해 법원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탓이다.

호: 거창한 메시지를 주려고 나온 건 아니지만 영향이 없지는 않다. 전화해서 ‘차마 말리지도 못하겠다’고 말하는 동료도 있었다. 판사들이 소신껏 재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사법부가 (독립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판사 개개인은 약한 존재 아니겠나. 판사들이 제자리를 못 찾고 흔들리게 내버려두면 법원이 제 기능을 못하는 거다. 법원이 자체 해결을 못 하고 검찰 손에 맡긴 것이 안타깝다. 공은 다시 법원으로 왔으니 판사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리라 믿는다.
 
백: 양심적 병역거부가 마침내 대법원에서 죄를 벗기까지는 수많은 하급심 무죄 판결들이 마중물이 됐다. 젊은 판사들도 독립을 보장받으며 판결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신껏 재판하는 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로 여겨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호제훈(왼쪽), 백종건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호제훈(왼쪽), 백종건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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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