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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맡길 곳 없어 회사 데려갔더니 '퇴장'···日열도 발칵

2017년 11월 22일 오가타 유카 구마모토 시의회 의원이 생후 7개월된 아들을 안은 채 시의회 정례회의에 참석하려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017년 11월 22일 오가타 유카 구마모토 시의회 의원이 생후 7개월된 아들을 안은 채 시의회 정례회의에 참석하려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당장 회의장에서 나가라!” “시의원으로서 자각이 있는 건가!”
 
지난 2017년 11월, 일본 구마모토(熊本) 시의회 오가타 유카(緒方夕佳)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순간 동료 의원들의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당시 그의 품에는 생후 7개월 된 아들이 안겨 있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데려왔다”고 오가타 의원은 항변했지만 시의회는 곧바로 회의를 열어 아기를 퇴장시켰다. ‘본회의에는 의원만 입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엄중주의’ 처분도 내려졌다. 친구를 불러 아이를 맡기느라 40분 늦게 회의장에 다시 들어온 오가타 의원은 이후 “육아를 하는 여성도 활약할 수 있는 시의회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가타 의원 사건은 일본 사회에 ‘자녀 동반출근’(子連れ出勤), 즉 부모가 아이를 회사에 데려와 업무와 육아를 함께하도록 하는 제도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켰다. 4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올해 1월 미야코시 미쓰히로(宮腰光寛) 저출산담당 장관이 “‘자녀 동반출근’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의는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부모에게 최적의 방안”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프로 의식이 없는 행동” 등의 반대 의견도 이어진다.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이 같은 논란의 핵심에는 일본의 심각한 ‘보육원 대란’이 있다. 4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는 일본에서는 매해 2월 말~3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인가 보육원(0~5세 담당)의 합격자가 발표된다. 하지만 인가 보육원과 보육 교사 부족으로 입학을 희망해도 들어갈 수 없는 대기 아동이 2018년 4월 현재 1만 9895명에 달한다. 부모의 육아 휴직 등으로 카운트되지 않은 인원까지 합치면, 대기 아동 수는 약 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 [사진 블로그 캡처]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 [사진 블로그 캡처]

일본 정부는 부부가 모두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경우에만 인가 보육원 입학을 허가하다 2015년부터 부부 중 한쪽이 파트타임이나 구직 중인 경우도 신청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신청자가 급격히 늘었다. 도농간 격차도 커, 도쿄의 경우 10명 중 3명 정도가 대기 상태다. 상당수의 가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일을 포기하거나 고액을 들여 사립 보육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가운데 자녀의 보육원 입소를 위해 이사를 하는 등 ‘호카츠(保活·보육활동)’가 일반화되고, 소셜미디어(SNS)에는 보육원 입학 경쟁에서 탈락한 부모들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엔 한 30대 직장 여성이 블로그에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큰 공감을 얻었다. 이 문장은 그 해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을 꼽는 ‘유행어대상’에도 선정됐다. 
 
정부가 올해 2월 각의에서 3~5세 아동의 보육비를 무상화하는 ‘아동·육아 지원법’ 개정안을 확정했지만 “금전적 지원보다 보육원 확충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동시에 기업들의 육아 지원 방안 중 하나로 ‘자녀 동반출근’ 제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그네스 논쟁’ 후 30년, 바뀐 게 없다 
일본에선 30년 전에도 ‘자녀 동반출근’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1987년 홍콩 출신 가수 아그네스 찬이 생후 1년이 채 안 된 아들을 데리고 TV 방송에 출연하면서 시작돼 ‘아그네스 논쟁’으로 불린다. 
1987년 아이를 데리고 방송에 출연해 '아그네스 논쟁'을 일으켰던 가수 아그네스 찬. [사진 야후재팬 캡처]

1987년 아이를 데리고 방송에 출연해 '아그네스 논쟁'을 일으켰던 가수 아그네스 찬. [사진 야후재팬 캡처]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아이도 낳고 싶다는 딜레마에 빠진 여성들을 대변한다”고 찬은 주장했고, 이런 행동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작가 하야시 마리코(林真理子)는 잡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 “일하는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이 없는 응석받이 행동”이라고 찬을 비판했다. 이에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 등이 찬을 지지하는 글을 언론에 발표하며 논란은 번져나갔다. 
 
1986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시행되면서 일본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장벽은 제도적으로 사라졌지만, ‘육아는 여성의 몫’이란 생각은 아직 굳건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8 글로벌 젠더 갭 지수(Global Gender Gap Index)’에서 일본은 조사 대상 149개국 가운데 110위를 기록했다(한국은 115위).
 
아빠도 ‘자녀 동반출근’ 할 수 있어야  
이런 상황에서 ‘자녀 동반출근’을 인정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도쿄에 있는 이벤트·선물 기획사 ‘소우 엑스페리언스’는 직원들에게 3세 이하의 자녀와 함께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70여 명의 직원 중 5명이 매일 자녀를 데리고 회사에 나와 업무 틈틈이 아이를 돌본다. 니시무라 타쿠(西村琢) 대표는 “육아를 이유로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어, 회사로서도 메리트가 크다”고 말했다.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能美)시 인가 어린이집 데라이(寺井) 보육원에서 아이들이 보육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能美)시 인가 어린이집 데라이(寺井) 보육원에서 아이들이 보육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아직 이런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같은 업무 환경에 대해 “부모는 제대로 일할 수 없고, 아이는 충분히 놀 수 없는 상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자녀 동반출근 문제가 여성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으로 여겨져 ‘육아는 여성이 담당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40년 이상 양육 문제를 연구해온 오히나타 마사미(大日向雅美) 일본 게이센(恵泉)여학원대학 교수는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자녀 동반출근 논의에는 ‘아이는 3세까지 어머니의 손에서 자라야 한다’는 해묵은 신화의 흔적이 드리워져 있다”며 남성들도 논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제도가 도입된다 할지라도 외부 영업직이나 공장 라인에서 일하는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겠느냐”며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원의 확충, 육아에 친화적인 유연한 근무 형태의 도입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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