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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하는 건설사들, CIA·FBI 홈피 왜 뒤질까

국내 건설사가 1983년 수주했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 김승희 기자.

국내 건설사가 1983년 수주했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 김승희 기자.

국내 대형건설사 해외영업팀에 근무하는 A씨는 미국 CIA(중앙정보국)와 FBI(연방수사국) 홈페이지에 수시로 들어간다. 해외에서 발주되는 공사 일감의 사업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려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특정 국가의 ‘깨알’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범위는 정치·사회·경제·문화를 총망라한다.
 
건설 일감을 둘러싼 정보를 최대한 많이 알고 있어야 수주전에 뛰어들지, 뛰어든다면 어느 정도의 조건(금액·공사기간 등)을 제시하는 게 합리적일지를 가늠할 수 있다. 아프리카 같은 개발 도상국일수록, 신규 진출 국가일수록 정보수집의 중요성은 커진다. 잘못된 판단에 따라 일감을 수주하면 테러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우왕좌왕하다 천문학적인 손실만 볼 수 있다.
 
먹거리를 찾아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건설사들이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건설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현지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 특성이 있어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해외로 나가려는 이유는 국내 시장이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연간 건설수주액은 2016년 164조9000억원에서 꾸준히 감소해 올해 135조5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황 국면에 진입했다”며 “건설경기 경착륙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봐도 국내 건설시장은 다른 선진국처럼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학계의 중론이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반대로 해외 먹거리는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10년 전부터 매년 3%가량씩 꾸준하게 상승해 지난해 10조22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흐름은 2030년 넘어서까지 지속할 전망이다.
 
상당수 건설사는 지난해 중순부터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해외 정보분석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국내 주택사업 인력을 해외신사업개척팀 등으로 이동시키는 곳도 있다”며 “정보 수집 범위도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정보 관련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코트라와 수출입은행,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에서 해외 건설산업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해외 건설사업과 관련된 DB(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 운영은 KIND(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에 맡길 계획이다. 이 DB가 만들어지고 기존에 흩어져 있던 정보들을 한데 모으면 해외건설 정보 포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건설사에 정보 지원도 중요하지만, 건설사들 스스로도 정보수집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고 교육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건설사들에 대한 M&A(인수합병)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미국 에이콤은 1990년 창립 이후 전 세계에서 50개가 넘는 중소 건설사를 인수했고, 캐나다 스탄텍은 2000년대 이후로만 90개 이상의 회사를 삼켰다. 새 회사를 사면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도 딸려온다.
 
우리 건설업계에선 M&A 사례가 극히 드물다. GS건설이 2012년 스페인 이니마를, 삼성물산이 2013년 영국 웨소를 인수한 정도뿐이다.
 
김재준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우리 건설사들은 장기 비전이 없고 개별 프로젝트별로 얼마나 이윤을 거둘지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M&A 등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수집한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들고 지속해서 활용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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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