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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PICK]"손님 없는데 전기료 266만원"···빚 내는 자영업자

"저는 15년 된 낡은 여관급 모텔을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전기료의 경우, 지난 9월 66만원, 10월 132만원, 11월 210만원, 12월 245만원을 넘어 올해 1월 266만원 나왔습니다. 무인텔에 치여 손님 파리 날리는 데 전기세 낼 돈이 없어 2금융권에서 대출해 납부합니다"(2019년 2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
 
국내 주요 자영업 분야인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사업자가 갈수록 감소하지만, 이들의 전기요금과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내는 전기요금 평균단가가 오른 데다 손님이 없다고 전기를 무작정 줄일 수도 없는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9일 중앙일보가 한국전력의 '전력데이터 개방 포털시스템'에서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의 월별 전력사용량(2010년 8월~2018년 8월·매년 8월 기준 월별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한전이 전기를 판매한 도·소매업체 개수는 2012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8월 도·소매업체 수는 64만1565호로 2012년 8월 대비 9% 감소했다. 1995년만 해도 국내 도·소매업 사업체 수는 94만4000개였지만 이제는 3분의 2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전기요금은 2012년 8월 대비 14% 늘었다. 평균단가가 8%(㎾h당 127원→136.7원) 오른 데다 사용량이 6%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숙박·음식업에서 전기를 사용한 업체 수는 같은 기간 2% 줄었는데 전기요금은 24%나 늘었다. 전기사용량이 14% 증가하고 평균단가(㎾h당 124.7원→135.5원)가 9% 오르면서 벌어진 결과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자료는 2012년 8월과 2018년 8월 월별 사용량 기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자료는 2012년 8월과 2018년 8월 월별 사용량 기준)

이처럼 업체 수는 감소하는 데도 전기사용량과 요금이 늘어난 것은 왜일까. 우선 일부 대형매장에서 전기를 많이 썼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고객의 구매 여부와 무관하게 매장에 불을 켜놓고 냉방 시설을 돌리는 등 전기를 써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쓰면 전기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영세업자에겐 '사치'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우, 공장 등 제조업체에 적용되는 산업용과 달리, 일반용 전기요금을 지불하다 보니 전기료 부담이 높다. 지난해 8월 기준 도·소매업에 적용된 전기 평균단가는 ㎾h당 136.7원, 숙박·음식점업은 135.5원으로 전체 평균(120.7원)보다 높았다. 제조업은 116원이었다.  
 
'영세업종 상가 전기 요금 현실화'라는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한 상인은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다 보니 냉동고를 끄고 퇴근할 수 없어 24시간 전기를 쓴다"면서 "영세 상인이 서민 상대로 장사하면서, 판매가를 올리기 어려운데 각종 공과금은 늘어만 간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인데 지난해 7~8월 전기요금이 각각 15만원이나 더 나왔다"며 "장사도 안 되는데 전기요금 폭탄에 죽을 지경이다"라는 내용의 호소문도 눈에 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더위·추위에 민감한 고객에게 맞추다 보면 전기료를 포함한 자영업자 비용부담은 늘기 마련이다"면서 "정부의 개문(開門) 영업 단속도 별 효과를 못 냈던 거로 보인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지역 선거에선 "골목상권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최대 20%의 전기료 할인을 추진한다"는 공약도 나왔다.  
 
전기료·인건비·임대료 등 각종 부담이 느는 상황 속에,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 영업을 하고 있는 걸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기준 372조원 규모였던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00조원을 돌파했다. 
600조원 넘은 자영업자 대출, 금융업권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 대부업의 자영업자 대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금융위원회]

600조원 넘은 자영업자 대출, 금융업권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 대부업의 자영업자 대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문제는 전기사용이 에너지 사용이 집중되는 여름철이 아니라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미세먼지도 자영업자들에게는 '전기료 폭탄'의 불씨로 지목된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 청정기 등의 사용도 늘어나는데 올여름에 에어컨까지 돌리면 전기료 폭탄은 자명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전기요금 깎아주기가 아니라 근본적인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산업용·일반용 등 종별요금 체계를 전압별 요금 체계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요금 체계가 용도별로 세분화되어 있는 것을 전압별 체계로 바꾸면 공급 원가를 근거로 한 것이라 요금이 보다 합리화될 수 있다. 지난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워킹그룹도 "부하 특성이 비슷한 산업용(기업)·일반용(상업) 등은 고전압으로 통합하고, 주택용·심야·농사용·가로등은 별도 체계를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요금 수준을 조정하라"고 제언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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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