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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가입자일수록 늘어나는 수수료 부담, 이게 퇴직연금

기자
김성일 사진 김성일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26)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해 시장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해 시장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애덤 스미스는 시장은 경쟁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을 통한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핵심은 생산자가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 움직이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국가나 단체가 어느 재화를 어느 정도 생산할지를 계획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 국가의 중대 임무 중의 하나가 가격통제와 진입장벽과 같은 경쟁적 시장을 저해 왜곡하는 요인과 주체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자유시장 경쟁의 가장 근본이 되는 메커니즘이다. 이를 우리나라 퇴직연금시장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퇴직연금 시장에서 생산자는 사업자고 소비자는 가입자다. 이 시장에서 경쟁의 수단이 되는 가격을 대변하는 것은 수수료다. 수수료는 제도를 굴러가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이지만 이를 내는 쪽은 기업이나 가입자다.
 
그런데 과연 이 수수료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원활히 움직이고 있느냐는 질문엔 ‘잘 모르겠다’라거나 ‘아닌 것 같다’는 대답이 많을 것 같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입자가 얻는 것은 결국 수익률이다. 그러면 가입자가 내는 수수료는 수익률의 고저에 따라 조절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조절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을까.
 
수수료와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 
                               [자료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제작 조혜미]

[자료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제작 조혜미]

 
위의 <표>은 2018년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수행한 수수료 관련 연구용역과제의 결과 중 하나이다.  공분산, 즉 수수료가 변할 때 수익률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가 ‘-’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의 의미는 수수료가 높아진다고 수익률도 높아지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떨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기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우선 수수료가 수익률에 연동돼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수수료 정보를 고객이 알지 못해 자신의 수익률에 따라 사업자를 바꿀 동인을 찾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설령 정보가 고객에게 주어져도 이해하기 어려워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택의 의사결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바로 가입자가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 수는 47개로 충분히 자유경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의 IRP(개인형 퇴직연금) 수수료 ‘0’이라는 광고를 제외하고 ‘수수료 덤핑’을 하겠다는 사업자는 없다.
 
수수료는 수익률에 따라 조절되거나 가입자의 자유로운 사업자 선택 메커니즘이 아닌 퇴직연금 감독 당국의 권고나 지도로 움직일 뿐이다. 물론 퇴직연금 사업자의 규모에 따라 받아들이는 입장은 달라진다. 즉 적립금 규모가 큰 사업자는 감독 당국의 수수료 인하 요청이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적립금 규모가 작을 경우 수수료에 사업의 사활을 거는 것이다.
 
적립금 규모 따라 수수료 부담 늘어
퇴직연금 제도는 모든 사업자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하기에 각사 나름의 마케팅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수수료 부과방식은 거의 유사하게 적립금 규모 대비 몇 %라고 책정돼 있다. 이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증감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런 구조가 계속된다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수수료도 늘어나게 돼 장기 자산운용을 해야 하는 가입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위의 연구보고서에서 나타나 있는데 퇴직연금시장대비 전체 수수료가 1조원이 되는 시기를 추정한 것이다.
 
                               [자료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제작 조혜미]

[자료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제작 조혜미]

 
위의 <그림>에서 보면 2020년이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약 224조원에 이르고 퇴직연금 수수료는 1조원을 약간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말 놀라운 금액이다. 그래서 퇴직연금 시장에 너도나도 금융기관들이 뛰어드는 것이다. <표>과  <그림>을 대조해 보면 수수료는 적립금 액수가 늘어남과 함께 자동으로 증가하는 반면, 수익률은 수수료의 증가에 반비례해 떨어진다. 과연 누구를 위한 퇴직연금제도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비교가 통계적 합리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입자는 직관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 말에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처음 퇴직연금에 가입했을 때 수수료는 별것 아니게 보일지라도 장기 가입자의 누적 수수료는 점점 증가해 가랑비에 옷 젖는 꼴이 될 수 있다. 가입자는 이제 수수료를 다시 한번 챙겨볼 때다. 나아가 사업자에게 수수료 부담 증가에 따른 수익률 보상도 요구해 보자. 수수료는 결코 내가 챙겨보지 않으면 나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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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