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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1000원···'왕의 열매' 아로니아, 농가의 눈물로

단양 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 냉동창고에 지난해 생산한 아로니아 100t이 쌓여있다. [사진 단양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

단양 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 냉동창고에 지난해 생산한 아로니아 100t이 쌓여있다. [사진 단양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

“1000원~2000원에 내놔도 아로니아가 안 팔려요.”
충북 단양군 단양읍 노동리에서 7년째 아로니아 농장을 운영하는 최모근(66)씨는 최근 아로니아 나무를 왕창 뽑아냈다. 초창기 1㎏당 3만~4만원 사이에 팔리던 아로니아 생과 가격이 최근 1000원대로 곤두박질치면서다. 단양지역 아로니아를 수매하는 영농조합 창고엔 지난해 생산한 아로니아 100t이 쌓여있는 상태다. 최씨는 “적어도 1㎏당 5000원엔 팔아야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데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사가지 않는다”며 “800평(2640㎡) 규모의 아로니아 경작지를 올해 80% 이상 줄여 150평(495㎡) 정도만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왕의 열매’로 주목받던 아로니아가 골칫덩이 신세가 됐다. 생산 물량은 넘쳐나는데, 아로니아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아로니아 가격이 바닥을 치자 판매하지 못한 아로니아가 창고에 쌓이고 있다. 농가들은 “폴란드산 아로니아 분말이 대량 수입되면서 산지 가격이 폭락했다”며 정부에 피해 보전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하자 지난달 ‘아로니아 과원정비지원 사업’ 신청을 받았다. 나무를 뽑는 데 필요한 비용(1㏊당 600만원)을 대주는 사업이다. 공급을 줄여 시장가격을 조정하겠다는 의도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아로니아 농가 1895명(672㏊)이 이 사업을 신청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전국 아로니아 농가의 30%가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로니아 [중앙 DB]

아로니아 [중앙 DB]

 
아로니아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 함유량이 많아 수퍼푸드로 인기를 누렸다. 대형유통 업체와 TV홈쇼핑 등은 아로니아 생과와 분말, 착즙제품을 소개하며 판촉에 열을 올렸다. 이러자 5년 전부터 재배농가가 급증했다. 2013년 전국 151㏊(492농가)에 불과했던 아로니아 재배면적은 2017년 1831㏊(4753농가)로 1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117t에서 8779t으로 75배 늘었다. 
 
아로니아 농장주 김태진(57)씨는 “아로니아가 한때 고소득 작물로 입소문 나면서 기존 농가뿐 아니라 귀농인들까지 달려들어 공급이 폭증했다”며 “10년 안에 위기가 올 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몰락할 줄은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해 6t 정도의 아로니아를 판매했다.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판매량이 3t으로 줄었다. 그는 올해 재배지를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김씨는 “국내 대기업이 값이 싼 수입산 아로니아 분말 대신 국내산 아로니아를 활용해 가공품을 만들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했다.
 
농가들은 아로니아 가격 폭락 원인을 아로니아 분말 가루 수입의 증가로 지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도나 블루베리처럼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대상에 아로니아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전남 함평에서 아로니아 생산자단체 회원 150여 명이 모여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아로니아 생산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청와대 사랑채 옆에서 열린 총궐기 대회에서 FTA 체결로 인한 가격 급락 피해보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로니아 생산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청와대 사랑채 옆에서 열린 총궐기 대회에서 FTA 체결로 인한 가격 급락 피해보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용식 전국아로니아협회장은 “아로니아 분말과 착즙 등 관련 제품 연간 수입량(8200t)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아로니아 생산량(8700t)과 맞먹는다”며 “아로니아 생과는 수입 금지 품목이라 FTA 보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로니아가 효능에 비해 맛이 대중적이지 않아 유행에서 밀려났다는 주장이다. 한 농민은 “아로니아는 생과로 섭취하기엔 떫은맛이 강하다. 착즙에 물과 다른 첨가물을 희석해서 먹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선호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아로니아 국내 생산량 증가가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이 지난해 50t으로 대폭 줄었는데도 가격이 폭락한 건 과도한 공급과 수요 감소 때문이다”며 “아로니아 외에 다른 건강식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단양=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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