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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유리한 ‘하나마나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서 낮잠

“선거 하나마나에요. 현직 조합장 외에 나머지 후보들은 들러리 서는 거나 마찬가지죠.”
 
경기도 용인 지역 한 조합장 선거에는 모두 5명의 후보가 나왔다. 이 지역 조합원 박모(56)씨는 “지난달 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후보들을 제대로 본적도 없다”며 “후보자들의 공약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아무래도 많이 알려진 현직 조합장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깜깜이 선거는 전국적 현상이다.
 
조합장 선거는 지방자치단체나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되는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의 적용을 받는다. 현행 위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제대로된 선택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우선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배우자 등 가족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공직선거와 달리 예비후보자 제도가 없어 새로운 인물이 선택 받기는 쉽지 않다. 오직 선거운동 기간 중 선거 벽포 부착과 공보물 발송, 어깨띠 매기, 명함 배부, 문자 전송 등의 방식만 허용된다. 또 위탁선거법은 합동연설회, 공개토론회는 물론 언론기관 및 단체의 후보자 초청 대담, 토론회를 모두 금지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이는 불공정한 경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려고 해도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어 제대로 홍보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직 조합장은 유권자 정보를 다 파악하고 있어 선거운동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현직 조합장은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라도 평상시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조합원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다. 특히 매년 초 열리는 조합의 경영성과를 설명하는 회의는 현직 조합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발표장으로 활용된다. 현행 선거법이 현직에 유리하다는 것은 통계로도 알 수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4년 전 제1회 동시 조합장 선거 결과, 입후보한 조합장이 당선된 비율, 즉 재선율은 63.8%였다. 2014년 제정된 현행 위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은 높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잔지 오래다.  
 
현재 선거운동 확대와 유권자 알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위탁선거법 개정안 5건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탈법 선거운동을 막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위탁선거법이 오히려 공정한 선거를 막는 측면이 적지 않다”며 “조속히 관련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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