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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도 가족묘 있다…마지막엔 장기 기증 뒤 용광로 속으로

[SPECIAL REPORT] 
스마트폰은 배보다 비행기를 좋아한다. 태어나자마자 탄다. 중고 스마트폰은 하루하루 몸값이 변하고 홍콩 행을 택한다. 스마트폰은 마지막을 앞두고 장기를 기증한다(혹은 적출당한다). 대부분 화장(火葬)된다. 다른 모습으로 환생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폴더블폰이 공개됐다. 삼성의 신작 갤럭시S 10이 다음 달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다. 기존의 스마트폰은 치고 올라오는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될 것이다. 평균 3년 가까이 한 사람의 동반자였던 스마트폰. 그 생애를 아이폰의 1인칭 화법으로 들여다본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탄생
내 이름은 아이폰X. 주민번호(일련번호)는 G6XXXBXXXX. 내 몸매는 애플 최고디자인경영자(CDO)인 조나단 아이브가 만들어줬지. 시리(Siri·지능형 개인비서 서비스)를 호출해서 ‘넌 어디서 왔니’라고 물어보면 시리가 ‘포장에 나와 있듯이…캘리포니아에 있는 Apple에서 디자인했답니다‘라고 답해줄 거야. 하지만 난 중국 태생. 정저우(鄭州)에 자리 잡은 폭스콘이라는 대만기업의 공장에서 조립됐지. 20만 명에 이르는 직원이 하루 만에 만들어낸 5만 쌍둥이 중 하나야. 바쁠 땐 하루에 50만 대까지 태어났지. 
 
내 몸속은 ’다문화‘야. 중국 300개 기업, 일본 100개 기업, 미국 50개 기업 등 수백 곳에서 이곳저곳을  만들었어. 한국의 삼성이 디스플레이를 제작했지. SK하이닉스·도시바와 대만의 TSMC는 메모리칩을, 일본 소니가 카메라를, 프랑스-이탈리아 업체 STM이 화면을 세로와 가로로 전환하는 기술을 제공했어. 64기가인 내 몸값이 999달러인데, 제조가격은 그 3분의 1이 조금 넘는 378달러지. 삼성은 디스플레이로만 110달러를 받았어. 아이폰 X 전체 제조가격의 3분의 1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이야.
 
청소년기  
우리는 공장에서 컨테이너에 올라탔어. 컨테이너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지. 보안요원의 호위 속에 우리는 비행기를 탔어. 페덱스나 UPS를 이용해. 블룸버그에 의하면 어쩔 땐 퇴역한 러시아 군용기도 이용한다는군. 항공편이 선박보다 비싸지만 애플에서는 신속성을 위해 선호한다는 거야.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페덱스 항공편(보잉-777)을 전세 내려면 25만 달러 가까이 내야 해. 이 비행기에는 아이폰 45만 개를 실을 수 있어. 미국에서의 세관 통과, 창고 하역까지 보안요원이 계속 따라 다녔어. 2017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간 내 형제 300명(개)이 애플 스토어에 도착하기 직전에 강도에 붙잡히기도 했어.
 
중국발 항공편은 한국에 들렀다가 미국으로 가기도 해. UPS나 페덱스의 현재 배송 위치 확인 서비스를 보면 알 수 있거든. 우리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애플코리아로, 통신사로 뿔뿔이 흩어졌다가 통신사 밑의 (도소매)대리점으로 향했어. 역세권에 자리 잡은 대리점은 으리으리하더라. 본사에서 지원해준다지. 하지만 그만큼 본사에서 휴대폰 판매 대수, 인터넷 가입자 수 등을 원해. 분명 어제 생겼는데 오늘 사라졌다면 그 할당량을 못 채우고 떨어져 나간 거야. 
 
우리 몇은 다시 판매점으로 향했어. 판매점은 여러 통신사를 끼고 있지. 대리점 사원들은 이 판매점들을 상대로 영업해. 대리점끼리 경쟁하는 거야. ‘펀딩’이라고, 판매점을 상대로 투자하고 휴대폰 유통망을 뚫는 셈이지. 
 
그런데 삼성전자·LG 스마트폰은 우리 아이폰과 좀 달라. 얘들은 한국에 들어오면 대리점에서 현금으로 직접 사 가는 ‘유통폰’으로, 보증보험 담보로 들여놓는 ‘통신사폰’으로 나뉘거든. 통신사 표시가 찍혀 있는 게 통신사폰이야. 유통폰은 판매점에서 현금으로 사니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기도 하다더라. 대리점(주로 큰 곳)의 경우 현금이 없으면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휴대폰을 산 뒤 이윤휴을 투자자들에게 떼어 주기도 한다는 설도 있어. 해외 직구로 들어오는 친구들도 있어. 게네들은 기존에 쓰던 유심을 끼운 다음 쓰면 돼.
 
난 서울 시청 근처의 한 매장에 들어갔어. 간택의 순간을 기다렸지. 그런데 저 아래 판매점의 청년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날 가져가겠다는군. 잘 아는 매장이 아닌데도 말이야. 우리 판매점 주인은 그러라며 날 건네준 뒤 전산으로 이관 작업을 했어. 난 주인을 만났어. 그리고 그녀의 빨간 핸드백 안에 들어갔지. 하지만 그녀가 보상 기종으로 내놓은 우리 할아버지뻘인 아이폰6S는 어찌 될까.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청년기
내 이름은 아이폰6S. 주민번호는 FD1XXX56789X. 빨간 핸드백의 그녀에게서 매장 주인으로 넘겨졌지.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은 2년 11개월. 아이폰은 2.92년, 안드로이드폰은 2.66년 만에 교체된다는군. 2016년 각각 2.37년, 2.44년에서 교체 주기가 길어졌지. 스마트폰 가격이 계속 뛰면서 잘 안 바꾸려는 게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는 한국의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18개월이라는 분석도 내놨어. 64기가인 내 몸값(매입 기준)은 이제 29만원. 3년 전의 106만원에서 이렇게 꺾였지.
 
내 몸값(중고 매도 기준)은 하루하루 바뀌어. 작년 12월 하순엔 18만원이었어. 지난달 16일 11만원, 17일 11만원, 18일 11만5천원, 19일 12만원. 이후로 이번 달 4일까지 12만원이야. 삼성에서는 최근 갤럭시S10 구매고객 대상으로 기존의 갤럭시·아이폰을 시세의 두 배로 보상해 준다고 했어. 
 
한국의 성인이 2000만 명이고, 이들이 2년 만에 휴대폰을 바꾼다고 치면 중고폰은 단순 계산으로는 1년에 1000만 대가 나와야 해. 그런데 그렇지 않아.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민간 부문을 통해 중고로 재사용되거나 부품 재활용 용도로 가면 통계가 안 잡힌다”고 말했어.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해 ‘장롱폰’으로 놔두는 경우도 많아. SK텔레콤에서는 휴대폰 이용자의 70%가 기존의 단말기를 집안에 모셔둔다고 말했어. 업계에서는 한 가구에 3~4개의 장롱폰이 있다고 추산해. 한국 가구 수가 2000만이니 최소 6000만대로 추정되지. 오죽하면 핀란드에서는 장롱폰을 재활용하기 위해 ‘장롱폰 던지기대회’까지 열었겠어.
 
중고폰 시장에 진입하면서 나도 기억이 삭제(포맷)됐어. 빨간 핸드백 그녀와의 추억은 모조리 사라졌지. 그래도 내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해 장롱폰을 만드는 사람들의 걱정대로 말이지. 중고폰 업체 관계자는 “휴대폰 정보 복구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만 들었다”며 “거액의 프로그램을 산 뒤 단말기를 하나하나씩 작업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경제성이 전혀 없는 데다 위법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어. 박성우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대응팀장은 “휴대폰 복구를 통한 개인정보 획득은 그 노력에 비해 정보의 가치가 제로인 셈”이라며 “그래도 정보 유출이 걱정되면 정보 삭제 앱을 이용하거나 단말기의 정보 암호화 설정을 하면 된다”고 밝혔지
.
한국 정부에서는 환경오염을 막고 자원 재활용을 위해 이통사를 대상으로 판매한 휴대폰의 수거율(15%)을 정해 놓고 있어. 휴대폰 대수가 아니라 무게를 기준으로 회수해. 지자체 재활용센터에서도 수거율을 정해 놓고 고과에 반영한다는 말도 있어. 업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 모인 중고폰은 결국 경매를 통해 중고업체로 간대. 그중 60~70%는 외국으로 가지. 홍수열 소장은 “휴대폰은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교체주기가 빠르기 때문에 재사용의 값어치가 재활용보다 높다”며 “재활용 가이드라인을 민간 부문에 강제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어. 
 
장년기   
나를 비롯한 아이폰 가족은 국내에서 중고폰으로 ‘재사용’되기로 했어. 갤럭시 친구들은 홍콩으로 수출되고. 중국 직접 수출이 막혀있어 일단 홍콩에 간 다음 중국으로 가는 거야. 중고폰업체 소녀폰의 곽병호 이사는 “국내에서는 아이폰 인기가 좋고, 중국에서는 갤럭시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어. 홍콩에 들른 뒤 동남아로 가기도 해. 사실상 홍콩이 허브 역할을 하는 게지. 중국으로 간 스마트폰은 재가공 된 뒤 다시 중동으로, 아프리카로 나가.
 
가(假)개통폰 시장에서 곧장 중고폰시장으로 향하는 친구도 있어. 가개통폰은 주로 현금이 급한 사람들이 신용으로 구매한 뒤 바로 팔아버리는 걸 일컬어. 주로 어린 분들이 그렇게 많이 한대. 한 판매점 주인은 170만원 나가는 아이폰XS를 산 뒤 100만원 받고 바로 팔아버리는 청년을 봤대. 우리 아이폰이 비싸기 때문에 가개통폰으로 많이 이용된다는군. 
 

노년기  
나도 내 몸(부품)을 내주며 재활용될 거야. 디스플레이와 메모리칩이 가장 짭짤하다고 하더군. 그런 뒤에 도시광산업체에서 분해될 거야. 재사용, 재활용을 거쳐 최종적으로 금속을 뽑아내는 거지. 내게는 다시 쓸 만한 금속이 20가지가 넘어. 금·은·동에 마그네슘, 탄탈륨, 코발트 등이야. 홍콩에는 우리 전용 무덤이 있어. 이런 아이폰의 종착역은 세계 곳곳에 수십 곳. 블룸버그에 의하면 애플은 한 해에 4000t의 내 친구들을 무덤으로 인도한다는군. 거기서 우리는 파쇄된 뒤 제련소로 갈 거야.
  
전윤한 도시광산협회 차장 말에 의하면, 폐기를 앞둔 휴대폰은 지방자치단체의 재활용센터에서 입찰을 통해 도시광산업체로 간대. 중국에 간 내 친구들은 대접을 잘 받으려나. 전문가들은 중국 제련기술이 더 낫다고 말하더군. 어쨌든 우리는 용광로에 들어가 몸속의 남은 하나까지 기증하고 갈 거야. 우리는 공기청정기의 일부가 되거나, 어느 집의 알루미늄 창틀 부분이 되거나, 호텔 유리 마루의 한쪽이 될 거야. 나의 사후세계는 영원해. 어디선가, 어떻게든 나의 일부는 남아 있잖아.
김홍준 기자·김나윤 인턴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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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