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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성향은 유전자+환경 탓

진화와 인간 행동

진화와 인간 행동

진화와 인간 행동
존 카트라이트 지음
박한선 옮김
에이도스
 
찰스 다윈(1809~1882년)의 진화론은 지동설·만유인력과 함께 인류의 지적 세계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다윈에 따르면 성장·생존·생식으로 이뤄진 생물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이 자연선택과 성 선택이다. 생식능력과 번식 적합도가 떨어지는 종은 자연선택 때문에 도태되며 이를 통해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다윈주의의 핵심이다.
 
이 책은 관련 연구 결과를 폭넓게 섭렵할 수 있는 진화·유전학 교과서로 유용하지만, 지은이는 여기에 더해 유전과 건강·질병·동성애의 관계까지 파고들어 지평을 넓혔다. 예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정자 생산과 성적 활동은 물론 근육량과 골밀도도 증가시키면서 번식에는 도움을 주지만 개체의 건강·수명에는 외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높은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전립선암 발생률을 높이고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선택의 딜레마다.
 
지은이는 현재 당뇨·고혈압·순환기질환·암 등 성인병이 만연한 이유를 인간 유전형이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데서 찾기도 한다. 인류는 후기 신석기 시대 이후 농경과 정착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탄수화물과 포화지방, 그리고 소금을 다량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됐다. 20세기 들어 질소비료를 생산하면서 인간은 농업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리고 풍요로운 식생활을 구가하게 됐다.
 
하지만 수렵·채취 생활을 하며 결핍이 일상적이었던 구석기 시대에 맞춰졌던 인간 유전형이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성인병이 만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유전의 빈틈이다. 구석기 시대의 고달픈 생활양식으로 돌아가면 이런 질환을 줄일 수 있다고 여기면서 ‘구석기 다이어트’를 모색하는 사람이 등장한 이유다. 유전자를 편집해 성인병을 원천봉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성애와 관련해 지은이는 잘못된 양육의 결과나 불우한 가정환경, 부정적인 성애 사건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유전자와 호르몬, 환경적 영향이 결합해 생긴다는 사실에 과학자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 책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과 관련한 사고와 감정, 짝짓기와 가족, 친족과 비친족의 협력, 사회와 문화, 도덕과 종교, 성격과 정신장애 등 다양한 진화적 주제도 파고든다. 심리학·인간생물학·동물행동학·인류학·인간행동생태학 분야의 최신 논의와 연구 결과를 잔칫상처럼 가득 차려 배가 부를 지경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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