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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우생학·인류학 옆에 ‘사진학’

박상우의 포톨로지

박상우의 포톨로지

박상우의 포톨로지
박상우 지음
문학동네
 
1839년 프랑스 화가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가 사진술을 ‘발명’한지 올해로 180년. 그 사각의 프레임에 우리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추함을 고발하며 온갖 정보를 담아낸다. 누구나 찍고 누구와도 공유한다. 손쉽게 소비되는 사진은 이제 일상이 됐다. 그래서일까. ‘얼짱 각도’나 최고급 카메라의 사양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을 쏟아내면서도 사진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만큼 쉽고 간단해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서울대 미학과 박상우 교수는 셔터만 누르면 찍히는 이미지들에 실은 흥미진진한 사회적 의미가 잔뜩 담겨있다고 말한다. 사진이 창출해내는 새로운 사회문화 현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포톨로지(photology)’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사진을 과학이자 학문의 대상으로 정립하기 위해 독자들의 시선을 이 ‘신기술’이 태동한 19세기로 이끈다.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진들이 있다. 범죄수사학의 범인 사진, 우생학의 합성 사진, 인류학의 인종 사진, 신경정신의학의 히스테리 사진, 생리학의 동작 사진들이다. 이 책은 과학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증명하기 위한 합리적 방법으로 사진을 선택한 그 시절 열정적인 사람들의 ‘사진 활용법 백과사전’인 셈이다.
 
사진은 영화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도 됐다. 크로노포토그라피 기술로 촬영해 장대높이뛰기 연속 장면을 한 화면에 배치한 사진. [사진 문학동네]

사진은 영화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도 됐다. 크로노포토그라피 기술로 촬영해 장대높이뛰기 연속 장면을 한 화면에 배치한 사진. [사진 문학동네]

대표적인 인물이 파리 경찰청 신원감식부에서 활약한 알퐁스 베르티옹이다. 사진을 활용해 범죄수사의 새 지평을 연 사람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그의 수사기법은 ‘베르티오나주’라는 용어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산업화 이후 사람이 몰려들면서 범죄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파리, 범죄자를 빨리 찾아내 잡아야하는 경찰에게 그림보다 훨씬 정확한 사진은 엄청난 위력을 지닌 도깨비 방망이였을 터다. 그런데 갓 경찰이 된 스물 여섯 청년은 곧 문제점을 발견했다. 범죄자들의 초상사진이 제각각으로 전혀 규격화되어 있지 않았던 것. ‘어떻게 하면 사진으로 범인을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범인 식별을 위해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하며 그렇게 찍힌 사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하던 베르티옹은 신체 11곳을 측정해 개개인을 식별하는 ‘인체측정기술’을 고안한다. 특히 개인을 식별하기 위해 정면과 측면이라는 두 종류의 사진을 활용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정면은 얼굴의 표정을 보여주며 표정은 심리적·종합적·비과학적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측면은 주로 얼굴의 선(線)을 보여주며 선은 신체적·분석적·과학적 정보를 제공한다. 베르티옹은 정면보다 측면 사진을 더 선호했다. 살보다 뼈 위주인 측면은 쉽게 변하지 않고, 사람마다 다르며, ‘닮음’ 같은 애매한 정보가 아닌 ‘선’이라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하학적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닮음·동일성·식별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이해하는데 하나의 구체적 사례를 제공한다.”
 
다윈의 사촌이었던 영국의 우생학자 프랜시스 골턴이 인간 유형에 ‘범죄형’이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특정 집단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포개 만든 ‘합성 사진’, 인류학 연구를 위해 식민지 사람들의 벌거벗은 모습을 찍어 분석하는 영국 토머스 헉슬리의 ‘인체 측정사진’ 프로젝트는 서구 학계의 주류 패러다임이었던 유형학이 얼마나 유사과학적인지 잘 보여준다.
 
특히 움직이는 사진, 즉 영화의 이론적·기술적 기초를 닦았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콜레주드프랑스의 생리학 교수 에티엔쥘 마레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것은 이 책이 가진 미덕이다. 그는 달리는 말 사진을 찍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나 대중들에게 움직이는 기차 영상을 선보여 영화의 발명자로 치부되는 뤼미에르 형제에 앞선 인물이다. 그가 만든 사진총은 연속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초의 영화 카메라이고 ‘크로노포토그라피’는 영사기로, 오늘날 영화산업의 초석을 다진 이야기는 독자들의 시야를 확 넓혀준다.
 
당시 학자들이 남긴 1차 텍스트 자료를 직접 해독하고, 다양한 비주얼 자료를 적절하게 활용한 것 역시 이 책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섹션을 시작할 때마다 궁금증을 미리 제시하고, 본문에서는 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하고 풀어내는 저자의 집필 스타일은 흥미로운 강의를 듣는 듯하다.
 
정형모 전문기자 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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