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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선고자의 영혼의 필름

흐름출판’s pick
어둠이 오기 전에

어둠이 오기 전에

어둠이 오기 전에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서른다섯 살의 전도유망한 영화감독인 사이먼 피츠모리스.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온다. 2008년 루게릭병으로 4년 시한부 선고를 받지만 그럼에도 삶을 계속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써내려간 에세이다. 모든 운동신경을 상실해 걷지 못하고, 혀의 감각을 잃어 말하지도 못하고, 촉감을 잃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손길을 느끼지도 못한다. 이 책은 죽음과 평행선에 있던 그의 삶에서 끌어올린 영혼의 필름과도 같다.
 
문장은 담담하지만, 페이지를 넘겨가며 그의 삶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신에게 허락된 생을 살아내는 사이먼의 모습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져준다. 아내와 다섯 아이들, 그리고 자신을 끊임없이 지켜준 많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여정이며 마지막이다.
 
고통스러운 삶이었지만, 그 한 번뿐인 삶을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 그의 모든 것이 기록된 이 책이 경이롭게 느껴진 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사이먼처럼 살아갈 수 있었을까?’‘신념이 죽음을 이겨낼 수 있을까?’‘사랑으로 정말 평온해질 수 있을까? 죽음이 곧 나를 덮칠 텐데?’ 확신할 수 없다.
 
영혼을 육체에 가두는 병. 흔히 루게릭병을 이렇게 표현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삶은  
 
‘살아내야 하는 투쟁’에 가까울 정도로 처절하고 참혹하다. 그럼에도 그는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죽음이라는 어둠이 온몸을 서서히 잠식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모든 걸 받아들인다. 앞서 말한 사랑이 그에겐 생의 이유이면서 비극적 운명을 용서하게 한다. 저자에게 결국 진정한 삶이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꿈을 향해 내딛는 지금 이 순간의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다. 어둠이 오기 전까지, 그의 삶은 사랑으로 가득한 환한 빛 속에 휩싸여 있다.
 
조현주 흐름출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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