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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다

팩트풀니스

팩트풀니스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그 어느 나라 헌법이나 법조문도 ‘새로운 단어를 만들 권리’를 명시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
 
제목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만든 말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팩트로 가득함’이나 ‘사실충실성’ ‘사실충만성(事實充滿性)’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말로 ‘가짜뉴스성(fakenewsness)’이라는 말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팩트풀니스』는 그 내용의 중요성 이전에, 일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가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중요한 책, 세상을 명료하게 보는데 필수 가이드”라고 극찬한 책으로 유명하다. 책을 사들여 미국의 대학교·대학원 졸업생들에게 뿌렸다. 애서가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필독서로 선정했다.
 
주 저자인 한스 로슬링(1948~2017)이 아들 올라와 며느리 안나와 공저한 책이다. 한스는 의학자, 공중 보건 전문가, 통계학자였다.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이 책의 원고를 붙들고 최선을 다했다.
 
저자들은 스웨덴 사람이다. 세계 대다수 많은 나라가 스웨덴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한스만 해도 자랄 때 환경이 풍족하지 않았다. 그는 집안에서 최초로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만큼 세상은 빨리 변했다. 과거와 미래의 긍정적인 변화를 각종 그래프와 통계로 알려주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지구 상의 극빈층은 크게 줄고 있다. 암울한 미래 전망과 반대로 좋아지는 부분도 있다. [중앙포토]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지구 상의 극빈층은 크게 줄고 있다. 암울한 미래 전망과 반대로 좋아지는 부분도 있다. [중앙포토]

『팩트풀니스』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대중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 세계의 주요 트렌드에 대해 거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세상이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다. 예컨대 1800년 세계 인구의 85%가 극빈자였다. 지금은 9%다. 1965년 신생아 중 5%가 5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는 나라는 125개국이었다. 오늘날 그런 나라는 13개국으로 줄었다.
 
우리는 왜 ‘팩트’보다 ‘픽션’을 더 좋아할까. 우리의 뇌에 깊이 내장된 10가지 본능 때문이다. 우리는 구석기 시대 유전자로 21세기를 살아간다. 우리의 아주 먼 선조들은 ‘죽느냐 사느냐’가 선결문제였다. 세상을 흑백논리, 이분법으로 봐야 생존할 수 있었다. 번영보다는 생존이 다급했기에, 좋은 뉴스보다는 나쁜 뉴스(예컨대 이웃 씨족 ‘패거리’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가 더 중요했다. 오늘날에도 동양과 서양, 부국과 빈국, 좌파·우파, 보수·진보 등 세상을 양분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분법을 넘어 세상을 봐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팩트풀니스』가 정리한 우리의 10대 본능에는 세상을 일단 삐딱하게 보려는 성향, 원초적 공포심, 누군가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경향이 포함된다.
 
모든 책이 그렇듯이 비판과 공격도 많이 받은 책이다. 환경주의자들이 경악했다. 좋은 것의 증가와 나쁜 것의 감소만 다뤘고, 나쁜 것의 증가는 외면했다는 비판도 있다.
 
빌 게이츠는 왜 이 책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을까. 어쩌면 게이츠는 자신의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국제 보건 의료와 빈곤 퇴치 활동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는 의구심이나 절망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팩트풀니스』는 낙심한 게이츠 앞에 혜성처럼 나타나 ‘세상의 발전은 더디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게 아닐까.
 
우리나라 상황에도 적용성이 높은 책이다. 국가나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여당 때문이다’ ‘야당 때문이다’ ‘종북 때문이다’ ‘친일파 청산이 안 됐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단순화해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팩트풀니스』를 읽고 난 다음에는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김환영 대기자/중앙 콘텐트랩 whanyu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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