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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명감독 성공 비결 8가지에 야구 기술은 없다

[이태일의 인사이드피치] 스포츠의 사회적 기능
2017년 봄, 마이크 매서니 당시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은 자신의 리틀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매서니 선언(Matheney Manifesto)』이라는 책을 펴냈다. 2012년 감독 첫해를 시작으로 4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등 리더십을 발휘한 그가 쓴 책은 화려한 메이저리그 무대를 다룬 내용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고향 오하이오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야구를 가르친 경험을 책으로 펴낸 점에 대해 주목했다. 책은 야구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내용은 기술보다는 교육의 관점을 다루었다. 부제는 ‘스포츠와 인생의 성공에 관한 젊은 감독의 구세대적 관점(A Young Manager’s Old-School Views on Success in Sports and Life )’이었다.
 
 
리틀야구 가르친 경험 바탕 교육 메시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당시의 마이크 매서니. [AP]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당시의 마이크 매서니. [AP]

메이저리그 감독으로서는 젊은 47세의 나이에 이미 5년째 한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그는, 리틀야구팀을 이끌면서 겪은 인생의 교훈을 하나씩 풀어 놓았다.  
 
 
스스로 작은 시골마을 리틀리그 출신으로 미시간대학을 졸업하고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 명문팀의 일원이 되고, 감독으로서도 훌륭한 경력을 쌓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여정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8가지 비결을 정리했다. 그 가치는 리더십(leadership), 자신감(confidence), 팀워크(teamwork), 신념(faith), 격(class), 개성(character), 야성(toughness) 그리고 겸손(humility)이었다. 그는 책 어디에서도 ‘빠른 공을 던지는 방법’,‘강한 타구를 날리는 비결’ 등 야구 기술과 관련된 주제를 강조하지 않았다. 자신의 성공이 그런 기술적인 요소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보다 근본적인 가치에서 비롯되었고, 야구는 그 하나의 ‘방편’이었다는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의 메시지’였다.
 
성공할 수 있었던 8 가지 비결

성공할 수 있었던 8 가지 비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발표한 2019년 연간 대회운영일정에 따르면 올 시즌은 오는 4월 6일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시작으로 19개 대회를 치른다. 초·중·고 대회가 위주가 된 그 일정표를 자세히 보면 우리 고교야구 학생선수들은 도무지 교육을 제대로 받을(또는 제대로 쉴)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없다. 주말리그에 이어 6월 중순부터 메이저대회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언론사 주최 대회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황금사자기 대회(동아일보)-청룡기 대회(조선일보)-대통령배 대회(중앙일보)-봉황기 대회(한국일보) 등 언론사 주최 4개 대회는 하나가 끝나면 일주일 간격으로 열린다. 그렇게 그 대회들을 마치면 8월 말이다.
 
교육이 배제되고 운동만이 의미가 된 이런 고교야구의 현주소는 ‘이미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가정과 현장, 학교, 협회 모두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지난해 제52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대구고 선수들. [중앙포토]

지난해 제52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대구고 선수들. [중앙포토]

2016년 8월 16일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제44회 봉황대기 결승전이 열렸다. 전통의 명문 휘문고-군산상고의 한판 승부였다. 결승전답게 짜릿한 승부가 이어졌다. 3-3으로 맞선 두 팀은 연장까지 접전을 벌였다. 연장 13회말 휘문고 공격, 무사 만루에서 휘문고 김재경이 3-유 간을 빠져나가는 안타성 타구를 때렸다. 이때 승리를 확신한 3루 쪽 덕아웃의 휘문고 선수들이 운동장에 뛰어들어 왔다. 그들은 3루주자가 홈플레이트를 밟기 전에 주자와 엉켜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결국 그 득점은 규칙에 따라 수비방해로 무효가 되었다. 휘문고는 그 고비를 넘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 상황은 우리 고교야구 학생선수들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상징적인 플레이로 남았다. 이기는 것만이 전부라고 배우고, 알고, 추구하는 야구기계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멋진 선수보다 좋은 사람 되는 게 중요”
 
매서니가 쓴 『매서니 선언』.

매서니가 쓴 『매서니 선언』.

그 당시 운동장에 있던 선수 가운데 앞으로 프로야구를 이끌어 갈 1차지명 선수가 3년 연속 나왔다. 2017 이정후(키움), 2018 안우진(키움), 2019 김대한(두산)이다. 이 가운데 안우진은 고교시절 불미스러운 일로 프로에서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비로소 활짝 펼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심경이 남달랐다. 그는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구를 잘하는 것, 멋있는 선수가 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좋은 사람이 되겠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프로 입단 뒤에 비로소 좋은 사람의 가치를 깨닫고, 그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안우진의 다짐이 아니더라도 그런 ‘야구기계적 사고’를 가진 선수들이 야구를 직업으로 삼아 만드는 프로야구는 삭막하다. 구단과 KBO는 인성을 강조하고 그 선수들에 의해 리그의 품위를 높이고 싶어 한다. 우리 사회가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다 높은 가치로 만들고 싶어서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야구 선수들도 학교에서 매서니가 강조한 교육의 가치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도 『매서니 선언』 같은 책이 있다. 서울대 최의창 교수는 2010년 펴낸 『가지 않은 길』 1·2·3권(인문적으로 체육보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스포츠에서 반쪽은 신체를 튼튼히 하기 위한 ‘보건개념’이며 나머지 반은 ‘교육개념’이다. 축구도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의미를 맛보고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안목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어떻게 이해하는가로 판명된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통하여 자신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이처럼 스포츠의 교육적인 관점이 학교에서 수반될 때 그 스포츠의 가치도 어떤 수준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져주기 승부, 기록 짬짜미…정치판 같은 꼼수 스포츠 그만
정쟁(政爭)의 시대다. 대한민국 국회는 2019년 들어 지루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그 정치적 신념들이 서로 맞부딪쳐 비방하고 대립하기만 한 까닭이다. 일부는 민족의 불행한 역사를 왜곡해서라도 상대를 흠집 내려고 했다. 이런 정쟁의 시대에 필요한 어떤 관점이 있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경쟁의 규칙이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앞세워 상대보다 우월하기를 원하지만 ‘제대로 된 경쟁’이라는 과정은 무시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는 그것을 어디서 가르치고 배우는가. 그 기능을 해야 할 사회 덕목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다. 성숙한 사회는 스포츠를 통해서 올바른 경쟁의 법칙과 정신을 느끼고 배운다. 유럽의 선진국이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스포츠와 올림픽 정신을 이어 가는 배경이다. 그 스포츠의 덕목에는 ▶(불리하더라도) 규칙을 수긍하고 지키는 것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패하더라도 그 결과를 인정하는 것 ▶그 과정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속이지 않는 것 등이 포함된다. 그래서 그 스포츠의 교육은 학교에서 시작한다.
 
반면 우리는 “정치가 스포츠를 닮아야 하는 데 스포츠가 정치를 닮았다”고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라살림을 하는 정치가 규칙을 지키고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스포츠를 닮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가 상대를 속이고 이용하는 일부 빗나간 정치 행태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은 웃어넘기기 힘든 대목이다.
 
그건 우리의 스포츠가 그동안 상대를 속이더라도 이기면 그만이라는 결과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온 탓이다. 우리 프로야구는 1985년 ’져주기 승부‘라는 어두운 역사를 경험했다. 그 시절 프로야구 감독들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더라도 오로지 이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경기를 했다. 그 그릇된 관점은 올바르지 않은 프로정신을 만들어 냈다. 그 과정에서 “비난은 순간이나 기록은 영원하다”는 괴상한 논리가 우세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최다승, 타격왕 등 기록 경쟁에서 감독의 배려로 승리를 추가 하거나 벤치를 지켜 타율을 관리했다. 그런 어두운 역사가 잘못이라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다. 이제부터라도 교육적인 아마추어 스포츠, 품위 있는 프로스포츠가 사회에서 바른 경쟁의 표상으로 그 기능을 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이태일 전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를 거쳐 인터넷 네이버 스포츠실장을 지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로 7년간 재직한 뒤 지금은 데이터업체 스포츠투아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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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