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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명상도 이제 마스크 쓰고 해야 하는가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사람마다 재충전하는 방법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수영이나 축구를 즐기고, 어떤 사람은 영화나 음악을 좋아한다. 술자리 여담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취향은 다양하다. 음악 중에도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과 힙합을 더 즐기는 사람 등으로 여러 갈래 나뉠 수 있다. 요즘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명상이다. 방법은 각각 다르지만 도달하려는 목적지는 같을 것이다.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어떻게 덜어내느냐이다. 역사와 문명에도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것 같다.
 
더 많이, 더 높이 쌓아 올리려는 치열한 노력이 오늘 우리나라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시켰다. 2017년 기준으로 3만 달러를 넘은 나라는 25개국뿐이며, 그 가운데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나라는 7곳밖에 없다고 한다. 세계 일곱 번째로 이른바 ‘30~50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더 앞서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 얼마 없게 됐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의 몇 나라 정도다. 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 가운데 피식민지를 경험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독립운동과 산업화뿐만 아니라 우리에겐 민주화의 기억도 뚜렷하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이보다 더 값진 성과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성장이 미세먼지로 인해 퇴색되고 있다. 한국이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에 휩싸여 있던 시기에 필자는 샌프란시스코에 가 있었다. 오래전 계획된 출장이었는데, 다행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웠다. 서울과 인천은 물론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도까지 뿌옇게 공기가 오염된 뉴스 사진을 보며 참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대 문명의 위기를 명상으로 극복해 보려는 취지의 행사가 마침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의 저명 IT 기업들이 현대 미국의 명상을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에 몰두하며 방전된 마음을 명상을 통해 재충전한다. 이런 점은 고국에서 전해지는 흉흉한 ‘먼지 괴담’과 대비됐다. 샌프란시스코에도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높은 집세도 그렇고, 거리의 노숙자 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하지만 공기는 맑았다. 체류하는 동안 도심 거리를 활보하는 데 호흡의 어려움은 없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라고 노래한 가객 김광석은 요절했지만 역설적으로 좋은 시대를 살다 간 것 같다. 먼지가 낭만인 시절이었다. 미세먼지는 그렇지 않다. 잘못된 성장의 찌꺼기다. 3만 달러의 위력은 작은 먼지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진다. 숨 좀 쉬고 살자는 호소는 직설적이다. 숨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부탄이 행복지수 1위가 나오는 통계를 들이대며 삶의 질을 언급하는 것조차 작은 먼지 앞에서 사소해진다.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때 공포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산책을 하는 ‘걷기 명상’은 우리 뇌에 긍정적인 신경물질을 많이 분비시킨다고 한다. 산에 가서도 먼지의 공격을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먼지 가득한 시내를 어떻게 걸을 수 있을까. 명상의 적이 작은 먼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우리의 눈과 마음을 온통 앗아가는 스마트폰이나 SNS 중독도 그다음의 문제로 보인다. 화생방훈련도 아닌데 마스크를 쓰고 명상을 하는 웃어넘기기 어려운 현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 한국의 ‘마스크 명상’이 새로운 명상 케이스로 등록될지도 모르겠다.
 
높이 쌓은 만큼 부작용도 있게 마련이다. 대개 우파는 작용의 성과를 보려 하고, 좌파는 부작용을 비판하곤 한다. 좌우의 취향도 권력의 향방에 따라 변하는 듯하다. 권력을 비판하던 시절의 취향이 권력을 잡은 후에는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미세먼지는 취향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한쪽에선 문제를 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 미온적으로 숨기고 할 문제가 아니다. 이 땅에 사는 모두의 합심이 필요하다. 하루 이틀 다소 숨 쉴 만했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미 선보인 파국이 일상이 될 수 있다.
 
역사에도 미세먼지가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역사의 미세먼지는 크게 두 방향에서 날라 온다. 중국발 동북공정, 일본발 식민사관 두 종류다. 두 종의 역사 미세먼지에 싸여 우리 역사는 숨을 쉬기 힘들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서도 그렇다. 일본발 식민사관의 위력은 먼지처럼 깊숙이 우리 교과서에 스며들어 있다. 중국발 동북공정은 아직 우리 교과서에는 들어와 있지 못하지만, 우리 국민이 그 위험성은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잘 지적되지는 않는다. 마치 우리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현실의 미세먼지를 닮았다. 이런 온갖 먼지들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립운동-해방-산업화-민주화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뤄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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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