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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평 - 미술] 두 개의 전시, 북한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이주현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이주현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분단은 우리의 실존을 규정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탈북 미술가 ‘선무’의 개인전 ‘반갑습니다’(매향리 스튜디오)는 무감각해져 버린 분단의 현실을 아프게 일깨운다. ‘선무(線無)’는 휴전선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화가의 염원이자,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지키기 위한 화가의 가명이다. 북한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선전화를 그리다가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2002년 입국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선무에게 작품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출구다. 선무가 그리는 희화화되고 일그러진 북한 지도자의 초상은 무의식 저편에 공포스런 기억으로 남아 있는 탈북에 대한 심리적 치유 작업인 동시에,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고향 북한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다. 선무가 즐겨 그리는 ‘손을 맞잡고 활짝 웃는 남북한 아이들’의 군상에는 작가의 북한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넘어선 간절한 통일에의 염원이 새겨져 있다.
 
그는 10여 차례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독일·미국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를 전시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고, 2014년 대한민국 국적자로 북경에서 개인전을 열었다가 중국 공안에 작품을 몰수당하는 기막힌 사건을 겪기도 했다. 북한의 삶을 옥죄는 권력과 이데올로기를 피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었지만, 남한에서 맞닥뜨린 분단의 상처와 뿌리 깊은 반공 이데올로기는 무엇보다 넘기 힘든 또 하나의 경계다.
 
선무, 지도자 트럼프, 291x218cm, 캔버스에 유화, 2018

선무, 지도자 트럼프, 291x218cm, 캔버스에 유화, 2018

전시가 열리는 매향리는 1951년부터 54년간 주한 미 공군 사격장이 있던 곳으로 전투기 기총사격과 폭탄 투하가 끊이지 않던, 분단의 그늘이 선명한 곳이다. 매향교회의 좁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녹슬고 금이 간 벽 정면에 문재인 대통령, 오른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왼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걸려 있다. 벽을 가득 메운 지도자 초상은 1950년대 북한의 수많은 집회에 걸렸던 마르크스-레닌-스탈린의 초상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중세 서양의 제단화, 혹은 사찰 금당에 보존된 삼존상을 떠올리게 한다. 신중하고 사실적인 붓질로 묘사된 초상화에는 애증을 초월한 화합에의 열망, 이념을 넘어 종교적 차원으로 승화된 통일에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북한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있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홍익대 아트센터)은 영국인 니콜라스 보너가 북한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며 1993년부터  25년간 수집한 상품 디자인들을 전시하고 있다. ‘룡성과자’ 껍질과 ‘봉학맥주’ 라벨부터, 노동절경기장과 양각도 호텔이 인쇄된 포장지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고안된 디자인들은 북한의 다양한 물질문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정부로부터 면밀히 계획된 산업미술의 단면을 보여준다.
 
유사한 계획과 고안은 평양의 도시 공간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전시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롭 윗워스의 기록 필름 ‘평양 입성(Enter Pyongyang)’은 다양한 기념물과 동상, 지도자의 초상이 그물망처럼 배치된 평양이라는 도시 공간과 그곳에서 이뤄지는 일상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주체사상탑에 햇빛이 떠오르면 전차와 버스를 타고 출근을 서두르는 평양 시민들, 김일성 부자의 포스터가 세워진 광장에는 롤러스케이트를 지치는 해맑은 아이들이 있고, 해가 지면 북새통인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와 피곤한 하루를 갈무리하는 보통의 삶이 있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보너는 ‘김동무 하늘을 날다’에서 탄광에서 일하는 여주인공이 평양교예단 공중곡예사의 꿈을 이룬다는 설정을 통해 북한의 평범한 삶과 이상을 영화화한 바 있다. 전시와 영화를 통해 보너는 우리에게 ‘흑과 백의 이념 사이에 존재하는 살냄새 나는 일상을 보라고, 그 일상 속에 비상을 꿈꾸는 김 동무가 있고, 햇빛을 받으며 뛰어가는 남북한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이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주현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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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