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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세계 속 한국 여성 미술가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종종 ‘한국 미술가 중에 누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냐’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 내가 참고하는 자료 중에 독일 미술정보 사이트 아트팩츠넷(ArtFacts.net)의 세계 아티스트 랭킹이 있다. 감히 예술적 가치의 우열을 따지는 순위는 아니고, 다만 지금 누가 활발히 활동하고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지 보여주는 순위다. 각 미술가의 세계 주요 미술관·갤러리·비엔날레에서의 전시 상황과 화랑·경매·아트페어에서의 작품 판매 상황을 종합한 것이니 말이다. 예를 들어, 3월 현재, 앤디 워홀이 1위, 파블로 피카소가 2위, 생존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3위인 반면, 올해 타계 500주년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2,600위 정도밖에 안 된다. 레오나르도는 거장이지만 미술관에 고이 모셔져 있지, 기획전시나 판매가 활발한 게 아니니까.
 
그걸 감안하며 한국 미술가들을 찾아보니,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 세계 32위인 것을 비롯해서, 현재 독일 슈테델슐레 교수인 설치미술가 양혜규와 보따리를 우주적 추상으로 확장시키는 설치미술가 김수자가 300위 안에 자리잡고 있다. 1,000위 안에 있는 한국 미술가는 총 6명인데, 앞서의 세 작가 외에, 단색화의 대가 이우환,  사이보그 정체성과 실패한 유토피아를 다루는 설치미술가 이불, 반투명 건축 설치로 이주와 정체성 문제를 논하는 작가 서도호다. 故 백남준 외에는 모두 한창 활동 중인 작가이며, 절반이 여성이다(양혜규, 김수자, 이불).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 사실이 한층 의미 깊게 다가온다. 여성 미술가가 거의 없던 조선시대로부터, 또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쓸쓸히 생을 마친 후부터 얼마나 큰 변화인가.
 
미국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은 유명한 논문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여태 없었는가?’(1971)에서 ‘위대한 예술’이 오로지 개인의 천재성으로 정해진다는 건 순진한 믿음일 뿐이며, 교육 등 사회제도와 구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과거 서양화에서는 역사적 사건과 그리스 신화를 다룬 ‘역사화’가 가장 대접 받았고 역사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인체 누드 드로잉 공부가 필수였건만, ‘여자가 어디 망측하게 누드를 그리냐’며 19세기 말까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교육 기회 증가, 여권 상승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여성 작가들이 급증한 것은 노클린의 이론을 방증한다. 그러니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가.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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