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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 교황도 찾은 이곳…식당이야 박물관이야

서현정의 월드 베스트 호텔 & 레스토랑 - 뉴올리언스 ‘앙트완즈’  
 
179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의 앙트완즈 레스토랑. 루스벨트 대통령, 브래드 피트 같은 정치인, 유명인의 기념사진이 삭당 내부에 빼곡하다. [사진 김일도]

179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의 앙트완즈 레스토랑. 루스벨트 대통령, 브래드 피트 같은 정치인, 유명인의 기념사진이 삭당 내부에 빼곡하다. [사진 김일도]

유서 깊은 도시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레스토랑이 있게 마련이다. 요리가 유명한 곳이 있는가 하면 건물이 기념물로 지정된 곳도 있다. 나아가 스스로 지역의 역사와 상징인 레스토랑도 있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의 ‘앙트완즈 레스토랑(Antoine’s Restaurant)’이 그렇다. 2005년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릭 블라운트(Rick Blount)는 “뉴올리언스와 앙트완즈는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뉴올리언스가 앙트완즈이고 앙트완즈가 뉴올리언스”라고 이야기한다. 
레스토랑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840년이다. 당시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루이지애나주는 프랑스가 통치하고 있었다. 목화 산업에 힘입어 뉴올리언스가 ‘미시시피의 진주’라 불리던 때,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의 18세 청년 앙트완 알셔토르(Antoine Alciatore)는 뉴욕을 거쳐 뉴올리언스에 정착했다. 프랑스인이 모여 사는 도시 분위기가 익숙해서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펜션을 열고 가벼운 음식을 제공했다. 이로써 역사가 시작됐다.
뉴올리언스 관광의 중심, 프렌치쿼터에 자리잡은 앙트완즈 레스토랑. [사진 김일도]

뉴올리언스 관광의 중심, 프렌치쿼터에 자리잡은 앙트완즈 레스토랑. [사진 김일도]

앙트완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운영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작은 펜션으로 시작해 대형 레스토랑으로 발전하면서 5대가 179년째 운영하고 있다. 남북전쟁, 1·2차 세계대전, 대공황, 금주법 시행, 태풍 카트리나 같은 굵직한 미국 역사를 알셔토르 가족과 뉴올리언스가 함께 겪었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프렌치 쿼터 내 세인트루이스 거리에 자리 잡은 식당은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외관만 봐도 오랜 역사가 느껴지고, 100년 전부터 보관해온 메뉴판도 볼거리다. 식당 안에는 알셔토르 가족과 시대별 레스토랑 사진, 세계적인 명사들의 사진과 기념품이 빼곡하다. 루스벨트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과 정치인은 물론이고 빙 크로스비부터 브래드 피트까지 기라성 같은 셀럽들의 사진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영화 ‘JFK’,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도 이 식당이 나온다. 정작 식당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맞았던 걸 가장 영예롭다고 한다.
레스토랑은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5개 다이닝룸을 갖췄다. [사진 김일도]

레스토랑은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5개 다이닝룸을 갖췄다. [사진 김일도]

모두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5개 다이닝 룸 하나하나에도 재미난 이야기가 서려 있다. ‘미스터리 룸’에는 금주법(1919~33년)이 시행되던 시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술을 만들 수도, 팔 수도 없던 시절 복도 가장 끝 방의 여자 화장실에서 비밀리에 커피잔에 술을 담아주었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이 ‘왜 술이 여기 있지? 미스터리하네?’라며 했던 말이 이 방 이름의 유래다. 
‘재팬 룸’은 20세기 초 동양에 대한 호기심의 산물이다. 1941년 진주만 폭격과 함께 폐쇄됐다가 1984년에야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1840 룸’은 100년 전 프라이빗 다이닝 룸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벽에는 1659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간된 요리책을 비롯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골동품이 전시돼 있다. 와인 2만5000병을 저장하고 있다는 50m 길이의 와인 셀러는 2005년 태풍 카트리나 탓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미 대륙 전체에서도 독보적이던 와인 저장고였지만 건물 벽과 지붕이 무너지고 냉장 설비가 고장 나는 바람에 값비싼 와인 대부분을 잃었다. 다행히 태풍 이후 대부분 복구가 되었다고 한다. 
와인 2만5000병을 보관하고 있는 저장고. 카트리나 때 크게 손상된 걸 복구했다. [사진 서현정]

와인 2만5000병을 보관하고 있는 저장고. 카트리나 때 크게 손상된 걸 복구했다. [사진 서현정]

음식에도 재미난 사연이 담겨 있다. 대표 메뉴 ‘오이스터 록펠러(Oysters Rockefeller)’와 ‘카페 브룰로(Cafe Brulot)’를 맛보면 미국 역사의 한 조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진한 프렌치 소스를 얹어 구워낸 굴 요리 오이스터 록펠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퍼져나갔다. 2017년 미국 정부가 1월 10일을 ‘오이스터 록펠러의 날’로 지정했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카페 브룰로’는 커피·오렌지 술·계피·설탕·정향·레몬 껍질을 넣어 만드는 커피다. 레스토랑 직원이 불을 붙여 알코올을 날리는 퍼포먼스가 흥미롭다. 커피는 귀하고, 향신료는 흔했던 20세기 초 뉴올리언스의 문화가 만들어낸 메뉴다. 
앙트완즈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인 오이스터 록펠러(왼쪽)와 카페 브룰로. [사진 서현정, 김일도]

앙트완즈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인 오이스터 록펠러(왼쪽)와 카페 브룰로. [사진 서현정, 김일도]

앙트완즈의 음식은 ‘프렌치 크레올(French Creole)’ 스타일이다. 루이지애나주에 모여 살던 프랑스계 이민자들이 미국 남부 문화를 혼합시켜 만든 것이다. ‘프렌치’라지만 쌀과 돼지고기, 해산물을 주재료로 하고 마늘·양파·고추·돼지기름 같은 강한 양념을 사용한다. 진하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데다 감칠맛이 강하다.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또 다른 음식 ‘케이준(Cajun)’과 비교하면 조금 더 고급스럽고 프랑스 정통 음식에 가깝다. 
뉴올리언스는 프랑스 영향이 짙게 벤 도시이지만 가장 미국적인 음악 재즈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루이 암스트롱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가수와 밴드가 뉴올리언스에서 활동하며 재즈 전성기를 이끌었다. 지금도 프렌치 쿼터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재즈 선율이 끊이지 않는다. 이국적인 건물이 촘촘히 들어찬 프렌치 쿼터에서 수준 높은 크레올 음식을 맛보고 재즈 공연까지 한 번에 경험하고 싶다면, 역시 앙트완즈로 가면 된다. 이왕이면 일요일 오전이 좋다. 이른바 ‘재즈 브런치’ 시간, 뉴올리언스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맛과 멋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서현정 여행 칼럼니스트 shj@tourmedici.com
 
인류학 박사이자 고품격 여행사 ‘뚜르 디 메디치’ 대표. 흥미진진한 호텔과 레스토랑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품격 있는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사가 없어 아예 여행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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