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탈연애 선언ㆍ페이미투…‘미투’ 1년 지나 맞은 여성의 날

한국여성의전화가 8일 오전 나눠준 노란 장미 [사진 한국여성의전화 인스타그램]

한국여성의전화가 8일 오전 나눠준 노란 장미 [사진 한국여성의전화 인스타그램]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누군가 노란색 장미를 건네며 말했다. “여성으로 살아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장미에 붙은 작은 황색 카드에는 ‘당신이 겪었던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여성 존엄 해치는 먼지차별 탈탈 털자’ 등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이 노란 장미는 성폭력ㆍ가정폭력 등에 저항하는 여성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먼지 차별’은 티가 나지 않지만 쌓이고 나서야 보이는 차별들을 뜻한다. ‘여자라서 섬세하다’처럼 성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는 말이나 여직원, 여학생, ○○녀 등 흔히 쓰는 말이 먼지 차별을 유발한다는 게 여성·시민 단체들의 설명이다.
 
3·8 세계 여성의 날은 올해 111주년을 맞았다. 사회 각계에 파장을 불러온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된 지 약 1년만이다. 여성ㆍ시민 단체들은 이날 저마다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했다. 단체마다 행사의 성격은 조금 달랐지만 참석자들은 “여성 차별과 폭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상연애 장례식' 탈(脫)연애 선언 
 프로젝트팀 탈연애선언이 8일 오후 진행한 정상연애 장례식 퍼포먼스. 이병준 기자

프로젝트팀 탈연애선언이 8일 오후 진행한 정상연애 장례식 퍼포먼스. 이병준 기자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는 검은 관짝과 국화꽃이 등장했다. ‘프로젝트팀 탈연애선언’이란 단체에서 진행한 ‘정상연애 장례식’ 퍼포먼스에 쓰일 물품들이었다. 행사 관계자들은 ‘정상 연애’라는 글귀가 적힌 인형을 손으로 부순 뒤 무지개 천으로 관을 덮고 국화 꽃을 헌화했다. 이들이 관 속에 집어 넣은 ‘정상연애’란 이성애 중심주의, 데이트 폭력, 이별살인 등을 뜻한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도우리 탈연애선언 공동대표는 “내가 탈연애에 성공한 계기는 연애가 자유롭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는 걸 깨달아서다”라며 “여자는 자기가 더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면 안되고, 동거하면 손가락질 받고, 헤어지면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는 등 (연애가) 단순히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녀 임금 격차=3시부터 무급 노동하는 셈”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조기퇴근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각자 들고있던 판넬을 부수고 플래카드를 찢어 던지고 있다. 이는 사회 전체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박살내겠다는 의미다. 권유진 기자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조기퇴근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각자 들고있던 판넬을 부수고 플래카드를 찢어 던지고 있다. 이는 사회 전체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박살내겠다는 의미다. 권유진 기자

 
같은날 광화문 광장에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조기퇴근시위’가 열렸다. 남녀 임금격차(100 대 64)를 노동 시간(하루 8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오후 3시부터는 여성들이 무급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참석자들은 “성차별 없는 평등한 일터로 성별임금격차 박살내자” “채용성차별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임금 격차를 고발하자는 취지의 ‘페이(payㆍ임금) 미투’도 진행했다. 무대에 오른 38명은 각자 자신이 당한 차별 사례를 적은 판넬을 들었다. 이어 “출산은 나의 은퇴가 아니다”, “나는 아가씨가 아니다. 나에게도 이름과 직책이 있다”라고 외친 뒤 각자 들고 있던 판넬과 플래카드를 찢어 던졌다. 행사 관계자는 “여성들이 겪은 차별을 박살낸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미투는 계속된다" 여성단체연합 시상식도 
해가 질 무렵인 오후 6시부터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제35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성평등이 민주주의 완성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 단상에는 오예진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 대표가 올랐다. 용화여고는 이른바 ‘스쿨미투(학교의 재학생·졸업생들이 자신이 겪었던 학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것)’의 시작점이 된 학교다. 지난해 3월 이 학교 졸업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교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했고, 재학생들이 학교 창문에 ‘위드 유(With you)’ 등의 글귀가 적힌 포스트 잇을 붙이며 응원해 화제가 됐다. 오 대표는 “스쿨 미투를 위해 졸업생들은 피해 경험을 끊임없이 복기해야했다”며 “그럼에도 가해 교사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수백명이 가해자로 지목했음에도 무혐의로 기소 조차 안 됐다”고 울먹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이날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제35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을 열었다. '미투'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도 참석했다. 편광현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이날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제35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을 열었다. '미투'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도 참석했다. 편광현 기자

여성운동상 시상식도 열렸다. ‘여성운동상’에는 전시 성폭력 문제를 국제적 인권 이슈로 부각시킨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평화여성인권운동가가 선정됐다. 또 ‘올해의 여성운동상’에는 성추행 폭로로 국내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 받는 서지현 검사가, ‘특별상’에는 불법촬영 근절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선 30여만 명의 여성 집회 참가자들이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서지현 검사도 참석했다. 서 검사는 “미투가 번지는 세상이 아닌 미투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사는 꿈이 생겼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고, 맞고 차별 당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시상식에 참석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행사장에 왔다는 대학생 김승연(22)씨는 “미투 운동 덕에 여성 문제가 이슈화됐지만 여전히 사회 인식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이런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모(22)씨는 “남성들도 뜻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나왔다. 남자라서 몰랐던 것들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고, 여성들이 겪는 문제들을 방관했던 과거를 반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유진ㆍ편광현ㆍ이병준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