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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자사고 신설” vs 교육부 “폐지” 자기모순에 빠진 여권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2019 서울자사고 연합설명회'. [뉴스1]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2019 서울자사고 연합설명회'. [뉴스1]

여권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모순’에 빠졌다.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기조와 달리 3선의 이시종 충북지사가 도리어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이 지사는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우수인재를 끌어오겠다”며 자사고 형태의 명문고 설립을 적극 추진 중이다.

 
①자사고 꿈꾸는 이시종, 왜?
 충북은 지난 7일 도내 명문고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법령 개정을 제안했다. 먼저 자사고가 없는 지자체(광주·세종·경남·제주·충북)의 경우 전국 단위 자사고를 세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현재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91조)에 따라 2009년 3월 이전에 지정된 일부 자사고만 전국 단위 모집이 가능하다. 비교적 오래 된 민족사관고와 상산고 등 10개 학교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은 충북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나 기업 직원(약 2만명)의 경우 자녀들의 출신 중학교와 관계없이 충북지역 고교에 지원할 수 있게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재학 중학교가 있는 지역의 고교에 지원하도록 돼 있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81조)을 바꿔야 한다. 두 가지 모두 해당 지역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어서 중앙정부는 물론 다른 지자체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충북지사.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충북지사. [중앙포토]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충북이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전국 14개 시도에 58개의 명문고가 우수인재를 배출하고 있지만, 충북은 명문고가 전무해 우수인재 유출은 물론 지역불균형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6일 충북시장군수협의회)는 문제의식에서다. 실제로 충북연구원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시도별 1·2등급 비율을 따져봤더니 충북은 국어 13위, 수학 15위(가형)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또 2001년 105명이었던 서울대 합격자는 갈수록 줄어 지난해 59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시종 지사는 지난해 11월 시정연설에서 “충북의 인재가 우려된다, 중앙요직에 충북 출신을 찾기 어렵다”며 ‘명문고’ 육성을 제안했다. 한 달 뒤 그는 충북교육청과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논의하면서 ‘명문고 육성’을 또 다시 강조했다. 지난 달 14일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만나 자사고 신설을 요청했다.  
 
②‘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공약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자사고 폐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 지사의 제안에 유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과 다르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자사고와 함께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핵심 공약 중 하나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따라 교육부는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2월 법령을 개정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을 폐지했다. 김상곤 당시 사회부총리는 “학교 서열을 만드는 체제가 가중되다 보니 지금의 여러 불만, 서열화가 이뤄졌다. 크게 잘못된 상황이다. 외고·자사고는 설립 취지와 다르게 변질돼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고 폐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부터였다. 첫 임기 때도 6개의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연임에 성공하자 ‘최소 5개의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잠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진보교육감이 있는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대다수 교육청이 자사고 재평가 기준을 높이고 평가지표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상산고 관할인 전북교육청의 경우엔 재지정 기준을 60점→80점으로 대폭 상향해 학교·교육청 간 갈등이 계속 커지고 있다.

 
③자사고 학생·학부모는 존치 원해
 이 같은 자사고 폐지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수요는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고교 입시에선 외고·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이 사라지자 경쟁률이 대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상은 달랐다. 서울의 경우 21개 자사고의 평균 경쟁률은 1.3대 1로 지난해(1.29대 1)와 비슷했고 6개 외고는 1.51대 1로 지난해(1.34대1)보다 높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외고·자사고에 긍정적 인식이 많다. 지난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이외 지역 학부모 632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5%가 “자녀를 외고·자사고에 진학시키는 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수요는 늘 존재한다”며 “외고·자사고를 없애면 또 다른 형태의 ‘명문고’를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고·자사고 폐지 후 가장 우려되는 점은 ‘강남 8학군’같은 교육특구의 부활이다. 위 설문의 응답자 중 절반(48.4%)은 외고·자사고 폐지 후 “여건이 허락한다면 강남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각 지역에 위치한 외고·자사고가 강남 쏠림을 완화시켰는데, 만약 이 학교들이 폐지된다면 강남 집중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부모 응답자의 59.5%도 “비강남 지역의 외고·자사고가 강남 쏠립을 약화하는데 기여했다”고 답했다. 58.9%는 “외고·자사고가 폐지되면 비강남 지역의 대입 경쟁력이 현재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26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자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달 26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자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다수의 교육시민단체 등은 정부 방침대로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한다. 지난달 26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단위 자사고의 연간 학비는 평균 1133만원으로 서울소재 일반고의 학부모부담금(279만원)의 4배에 달했다. 브리핑 당시 사걱세 측은 “높은 학비는 성적이 우수해도 학비가 부담돼 진학할 수 없는 1차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며 “입시위주 교육으로 획일화 된 자사고가 특권을 누려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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