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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일 접고 피해서류 6장 냈는데…기대 못 미친 보상

KT 아현국사 화재 발생지점에서 가까운 아현역 인근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채모씨는 ’(신청을 위해) 가게 문을 닫을 순 없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T 아현국사 화재 발생지점에서 가까운 아현역 인근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채모씨는 ’(신청을 위해) 가게 문을 닫을 순 없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지난해 11월 KT 아현국사 화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소상공인 피해 보상은 제자리걸음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화재 피해를 본 지역에서 영업하는 소상공인 수는 약 10만명이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5만명은 KT화재로 전화, 카드결제, 인터넷망 불통으로 영업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신청 마감일을 8일 앞둔 7일까지 피해 보상 신청자는 8500여명에 불과했다. 중앙일보가 아현지역 화재 직격탄을 맞았던 신촌역·아현역·공덕역 일대의 소상공인들을 찾아 점검해본 결과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연 매출 30억원 이하 상인도 신청할 수 있게 기준이 바뀐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KT는 하루 5만원꼴의 일괄 보상 방안을 상생협의체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화재 보상에 소상공인 부글
절차 까다롭고 대상인 줄도 몰라
업종·피해액 무관, 일괄지급 방침
100일 지났지만 신청 8000명뿐

보상 신청을 못한 이들은 대부분 주민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가게를 비울 수 없는 형편인 경우가 많았다. 아현역 인근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채모(64)씨는 온종일 혼자 가게를 지킨다. 스포츠토토와 로또, 담배와 술·음료 등을 판다. 아현 화재로 전화선이 10일가량 복구가 안 돼 KT 망을 이용하는 로또 판매와 카드 결제를 하지 못했다. 채씨는 “사고 난 이후 전혀 소식을 못 듣다가 6일에 KT 직원이 와 신청 안내문 주고 간 게 전부”라며 “신청 방법을 알았다 해도 가게 문을 닫고 갈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대역 부근에서 정육점을 하는 서범준(46) 사장은 “보상금이 얼마나 될까 회의적”이라며 “몇 푼 받느니 가게를 지키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KT는 36곳의 ‘집중케어’ 상권을 설정해 KT 직원들이 순회하면서 신청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보상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서울 염리동의 백반집 주인 임모(64)씨는 지난해 11월 KT 아현국사 화재로 인해 2주가량 배달 주문을 받지 못했다. 임씨는 6일 “피해 보상을 해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해준다고 해도 바쁜데 신청하러 갈 시간이 어딨나”고 말했다. 공덕역 근처에서 죽집을 운영하는 김동희(37) 사장은 “전화가 안 돼 사고 당시 주말 장사를 접었는데 피해 보상 얘긴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전기 회사를 운영하는 서경아(49)씨는 바뀐 보상 대상 기준을 지난 4일에서야 알았다. 서씨는 “연 매출 5억 이하만 신청 가능하다고 해서 KT에 전화해 ‘5억 이상인 소상공인들 손해 금액이 더 크지 않겠느냐’고 따졌더니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포기하고 있었는데 30억원 이하로 조정된 사실을 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 보상 신청은 전화·온라인 등의 방법으로도 신청이 가능하지만, 중장년층 소상공인은 이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주민센터를 찾아가는 것이 그나마 손쉬운 방법이지만 준비해 온 3장의 서류와는 별도로 현장에서 3장의 서류를 추가로 작성해야 한다. ‘피해 사실 신청서’엔 대표자 신상과 월평균 매출액, 추정 피해액, 이용 중인 서비스 장애 내용 등을 상세히 적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이 없어 돌아가거나 추가 자료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대역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모(48)씨는 개명으로 인해 사업자등록증과 이름이 달라 주민등록등본을 추가로 제출했다.
 
지난 1월 열린 ‘KT 통신구 화재에 따른 상생보상협의체’회의에서 KT는 피해 기간이 1~2일일 경우 10만원, 3~4일 20만원, 5일 이상은 3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종이나 피해 규모에 상관없이 일괄 지급 방식이 확정되면 상인 불만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연세대 인근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8)씨는 “6일간의 손실이 250만~300만원인데 겨우 몇십만원을 주기 위해 그렇게 복잡한 신청 절차를 밟으라 했던 것이냐”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하루 5만원꼴 보상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14일 열릴 상생보상협의체 회의에서 보다 구체화된 보상액 산정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진·김정민 기자 kjink@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KT "지원 금액 미정...추후 확정할 예정"
위 기사와 관련 상생보상협의체 관계자는 8일 “KT가 1월 제안한 보상안은 1~2일 20만원, 3~4일 40만원, 5일 이상은 50만원”이라고 정정해왔습니다. KT도 이날 “일 평균 5만원을 제안한 바 없고 지원 금액은 일 평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상생보상협의체에서 추가 논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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