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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칠해 미세먼지 잡는다” … 전문가들 놀래킨 서울시 정책

서울시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공공건물에 ‘광촉매 페인트’를 칠하겠다고 나섰다. 이 페인트는 빛을 받으면 물질의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데, 미세먼지가 달라붙으면 분해해서 독성을 없앤다는 것이다. 페인트 성분 중 산화티타늄(TIO2)이 이런 기능을 한다. 하지만 페인트의 이런 기능이 과학적으로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즉흥적인 대책을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촉매 페인트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칠해져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한 작업자가 광촉매 페인트를 시공하고 있다.[연합뉴스]

광촉매 페인트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칠해져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한 작업자가 광촉매 페인트를 시공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시는 올 10월 착공하는 중구 시네마테크에 이 페인트를 칠할 예정이다. 외벽 면적 약 3500㎡ 전체에 칠한다. 효과가 나타나면 모든 공공건축물로 확대한다. 임인구 서울시 건축부장은 “광촉매 페인트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지난해 자체 개발했다”면서 “대기 중에 떠 있는 미세먼지 원인 물질이 이 페인트에 달라붙고, 이 물질을 무해한 물질로 광분해해서 잔여물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로 뿌연 6일 서울 광화문에서 행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지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세먼지로 뿌연 6일 서울 광화문에서 행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지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SH공사는 지난해 10월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이 페인트를 시범적으로 칠했다. 임인구 부장은 “실험실 실험에서 이 페인트를 1000㎡에 칠할 경우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시간당 49g 제거하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아파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고, 정확한 수치는 SH공사가 올 6월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의 환경 전문가들은 “실험실과 실제는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효과와 부작용이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효과)는 생각하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 성급하게 정책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광촉매 페인트 가격은 일반 페인트의 최대 5배다. 3500㎡에 시공할 경우 5000만원이 든다.  
 
광촉매 기술을 수년간 연구해 온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전 대기환경학회장)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여러 측면에서 근거를 댔다.  
 
“오히려 미세먼지 만들 수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이 페인트는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질소산화물(NOx) 등을 달라붙게 만든다. 그 후 페인트가 빛을 받으면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이산화탄소와 물로, 질소산화물은 질산으로 변한다. 비가 내리면 질산과 같은 잔여물은 씻겨 내려간다. 김 교수는 “이 원리대로라면 오히려 미세먼지를 만드는 것이다. 질산은 분진, 즉 먼지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광분해되지 않고 남는 부산물은 우리가 모르는 제3의 물질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다. 부산물과 같은 부작용을 정확하게 연구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건물 외벽에 시공한다는 것은 무모하다”고 덧붙였다.  
광촉매 페인트의 미세먼지 제거 과정을 나타낸 서울시 자료. 이 페인트에 달라 붙으면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이산화탄소와 물로, 질소산화물은 질산으로 변한다는 등의 의미를 담았다.[자료 서울시]

광촉매 페인트의 미세먼지 제거 과정을 나타낸 서울시 자료. 이 페인트에 달라 붙으면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이산화탄소와 물로, 질소산화물은 질산으로 변한다는 등의 의미를 담았다.[자료 서울시]

 
100% 효과 가정 하에 10만채에 발라야 
 
연간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약 2만564t(2015년 기준)이다. 서울시는 이 페인트를 1000㎡에 칠할 경우 질소산화물이 시간당 49g 제거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설명 그대로 효과가 있다고 가정해도, 서울시의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감안할 때 이 페인트를 건물 10만채에 칠해야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비용과 시간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광촉매 기술 자체가 효율성이 떨어져서 이미 공업 분야에선 잘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광촉매는 빛이 있어야 반응한다. 해가 진 오후나 흐린 날에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는 “밀폐되고 완벽한 조건을 갖춘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것과 빛·강수량·바람 등 다양한 변수가 있는 실제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고 했다. 
서울시는 광촉매 페인트가 주변 미세먼지를 제거할 것으로 기대한다.[연합뉴스]

서울시는 광촉매 페인트가 주변 미세먼지를 제거할 것으로 기대한다.[연합뉴스]

좁은 실내서 효과조차 검증 안 돼  
 
김 교수는 “일본에선 이미 수 년 전에 광촉매 페인트를 상용화했다가 효과가 별로 없어서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주로 화장실과 같은 실내에서 악취를 없애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악취 제거 효과가 가격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실외는 물론이고, 실내에서조차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인구 서울시 건축부장은 “아파트 시범 시공 연구 결과가 6월에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올 10월에 시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자료를 통해 밝힌 광촉매 페인트의 기능.[자료 서울시]

서울시가 자료를 통해 밝힌 광촉매 페인트의 기능.[자료 서울시]

김 교수는 “확실한 결과가 나온 후에 시공을 결정하고 발표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서울시가 미세먼지 원인 물질이라고 밝힌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어디서 얼마나 나오고, 이 가운데 얼마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지, 그래서 이 페인트를 시공해 봤더니 미세먼지는 얼마가 줄었다는 식으로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세금 낭비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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