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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트럼프 엄지 척 홍보···동시에 ICBM 카드 만지작

북한이 6일 오후 8시30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을 상세히 담은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회담이 결렬됐음에도 이같은 사실은 뺀 채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정은 동지께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공식친선방문하시었다. 주체 108(2019). 2.23∼3.5’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평양역을 출발하는 장면부터 시작해 베트남 하노이 도착(26일), 2차 정상회담(27~28일), 북·베트남 정상회담 및 활동(3월1~2일), 평양 귀환(5일) 등을 시간 순서에 따라 편집했다. 김 위원장의 10박 11일 간 베트남 ‘활동’을 담은 것으로 방영시간만 1시간15분 분량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상 오른쪽)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상 오른쪽)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영화에는 김 위원장이 시종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이 방영됐다. 2차 정상회담 결렬 후 외신에 보도된 김 위원장의 얼굴엔 어둡거나 굳은 표정이 드러났는데 이와 대조적이다. 회담 결렬 사실을 가리면서 대신 미국 대통령을 당당하게 맞상대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7~28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2차 정상회담을 상세히 보도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27일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첫째날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악수한 뒤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는 장면이 전파를 탔고, 28일 단독회담 후 김-트럼프 양 정상이 메트로폴 호텔 내 정원을 산책하는 장면도 방영됐다. 또 여기서 김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합류해 정원 별도의 테이블에서 ‘4자 회동’이 이뤄진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산책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산책하는 모습. [연합뉴스]

기록영화는 이날 오후 확대회담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참석한 사실도 공개하며 그의 이름과 직책을 전하기도 했다. ‘대북 강경파’ 볼턴은 북한 내부에서도 기피 인물이며, 이번 회담을 결렬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기록영화에서는 확대회담 전 양측이 담소를 주고받는 장면이 편집돼 김 부위원장이 볼턴을 향해 눈짓 인사를 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이 담겼다.
이들 장면에서 내레이션은 “서로가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전환의 첫 걸음을 뗀 조미 관계가 우여곡절과 시련을 이겨내고 전진할 수 있으며 새로운 역사, 새로운 미래를 써나갈 수 있다는 것을 현실은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또 “하노이 수뇌회담 두번째 만남에서 서로 존중하고 신뢰를 두터이하며 두 나라 관계를 새로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논의를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고도 강조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북미 정상 '하노이 작별' 장면.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북미 정상 '하노이 작별' 장면. [연합뉴스]

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이 웃는 얼굴로 트럼프 대통령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는데, 이 장면도 기록영화를 통해 재확인됐다. 단 기록영화 속의 편집된 작별 인사에서 김 위원장은 웃는 얼굴이 아닌 옅은 미소만 띄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로하듯 김 위원장의 오른팔을 두드렸고, 김 위원장은 뒷짐진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 위원장이 26일 베트남 하노이 숙소인 멜리아호텔 스위트룸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들으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26일 베트남 하노이 숙소인 멜리아호텔 스위트룸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들으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연합뉴스]

 
영화는 또 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3월1~2일 간 베트남 일정도 비중있게 소개했다. 김일성 주석이 1958년과 64년 하노이를 찾아 당시 호찌민 주석과 정상회담하는 영상도 끼워넣어 북한 최고지도자가 55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한 ‘성과’를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낸 기록영화를 보내는 동시에 ‘미사일 카드’도 내밀었다. 미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지인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재건 움직임과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공장 활동 등이 국가정보원과 미국 연구기관에서 포착되면서다. 북한의 전통적인 강온 병행 전략이다.  
김 위원장이 26일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도착해 22층 로비 소파에 앉아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는 북한 간부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26일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도착해 22층 로비 소파에 앉아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는 북한 간부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연합뉴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록영화를 통해 북한의 대화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안 하겠다고 약속한 북한이 ‘여차하면 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 압박용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기록영화는 김 위원장의 10박 11일의 불면불휴의 외유 활동을 상세히 전하며 김 위원장의 지도력 훼손을 막으려는 효과도 노린 것”이라고 봤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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