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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모르고 헤어졌는데…내 아이 데려올 수 없나요

기자
배인구 사진 배인구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70)
저는 나쁜 놈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지켜주지 못했고, 제 아이에게 아빠가 되어 주지도 못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던 해 아이 엄마를 만났고, 보자마자 반했습니다. 그 사람도 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결혼도 허락받았습니다.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만 사고를 당했습니다. 미련하게도 그 사람을 위해서 제가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절 소식을 끊었습니다.
 
결혼 전 만나던 사람이 낳은 아이가 제 아이 같아요. 제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사진 pixabay]

결혼 전 만나던 사람이 낳은 아이가 제 아이 같아요. 제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사진 pixabay]

 
그런데 과연 나를 사랑했던가 싶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이 결혼한다는 말을 바람결에 들었습니다. 내가 끊은 사람인데도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3년 정도 사고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 후 운이 따라 몸도 마음도 재정적으로도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러자 저도 결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고모의 소개로 시내에서 아가씨를 만나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길을 걷는 그 사람과 아이, 그리고 아이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그 아이가 제 아이라는 것을요.
 
그제야 왜 그 사람이 헤어지자는 저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는지, 왜 결혼을 서둘러 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저녁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람 주변을 수소문했고, 다행스럽게도 그 사람이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아이가 걱정됩니다. 그 가정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는 않을지, 사춘기 때 친아빠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면 엇나가지는 않을지 벌써 걱정입니다. 제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 출산하거나 혼인 성립 후 200일 후에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 비록 아내의 남편이 생물학적으로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아내의 남편과 아이 사이에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추정합니다.
 
사례자의 경우 아직 아이의 생년월일, 아이 엄마의 혼인신고일도 모릅니다. 또 사례자가 정말 아이의 친아빠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사례자의 생각처럼 아이가 친자식이라고 하더라도 아이가 아이 엄마의 혼인성립일로부터 200일 후에 태어났고, 아빠를 아이 엄마의 남편으로 출생신고했다면 아이는 아이 엄마의 남편과 법률적으로는 부자 관계가 성립됐다고 추정합니다.
 
아이를 낳은 엄마와 그 남편만이 이러한 추정을 깰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은 엄마와 그 남편만이 이러한 경우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사람이 아이의 친아빠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아이의 부모로서 가정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키우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사례자는 아이의 아빠라고 나서서 인지할 수 없습니다.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 출산 하거나 혼인 후 200일 이후에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 현재 남편이 생물학적으로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추정한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사례자는 아이 아빠라고 나서서 인지할 수 없다. [사진 pixabay]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 출산 하거나 혼인 후 200일 이후에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 현재 남편이 생물학적으로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추정한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사례자는 아이 아빠라고 나서서 인지할 수 없다. [사진 pixabay]

 
법률상의 부자 관계가 소멸하지 않은 이상 사례자가 인지할 수 없고, 또 아이도 사례자가 친아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례자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민법이 이러한 결단을 한 것은 혈연의 문제 외에도 가정의 평화와 자녀의 복리와 같은 목적이 고려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법은 친생부모를 알 권리가 있는 자녀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는 자녀의 경우는 물론 사례자와 같은 생부가 일정한 조건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자녀의 복리 때문입니다. 비록 아이를 친자식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더라도 아내(친엄마)가 사망한 후 아이를 학대하는데 아이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면 비극일 것입니다. 또 아이 엄마와 남편 사이의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까지 엄격하게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관철하는 것이 오히려 가정의 평화에 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현행법상으로는 사례자의 경우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유감입니다.
 

배인구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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