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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선박에 받혀 다친 요트 선장 “더 큰일 날뻔”

지난달 28일 오후 3시 40분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와 1차 충돌한 요트에 승선해있던 선장과 선원들이 부상을 입고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왼쪽부터 최영봉 기관장, 오영환 항해사, 윤종범 선장. 이은지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3시 40분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와 1차 충돌한 요트에 승선해있던 선장과 선원들이 부상을 입고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왼쪽부터 최영봉 기관장, 오영환 항해사, 윤종범 선장. 이은지 기자

“용호부두는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가 부산 남구 용호부두에서 충격한 요트에 타고 있던 선장 윤종범(61)씨는 격앙돼 있었다. 사고 발생 일주일만인 6일 오전 어깨 인대 봉합 수술을 받은 윤 선장은 통증을 참아가며 이날 오후 중앙일보 인터뷰에 응했다. 윤 선장은 전치 6주의 상처를 입었다. 사고 당시 함께 있던 최영봉(65) 기관장은 갈비뼈 골절로 전치 4주, 오영환(34) 항해사는 허리 염좌로 2주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씨그랜드호와의 1차 충돌 사고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 42분에 발생했다. 당시 사고 현장인 용호부두 요트 계류장에서 작업하고 있던 윤 선장 바로 앞으로 갑자기 씨그랜드호가 다가왔다. 놀란 윤 선장이 “뒤로! 뒤로!”라며 고함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씨그랜드호와 충돌하는 순간 요트 바지선에 있던 최 기관장이 ‘붕’ 하고 날아오르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자신도 중심을 잃으면서 요트 의자에 어깨가 심하게 부딪혔다. ‘딱’소리를 듣고 인대가 끊겼다고 느꼈다. 오 항해사는 허리를 다쳤다.      
40년 경력의 윤 선장은 “씨그랜드호가 평소 항로가 아닌 요트 계류장 쪽으로 다가오는 순간 위험을 감지했지만, 정박해 있는 요트 속에서는 할 수있는 조치가 없었다”며 “1차 충돌 후에도 속도가 죽지 않아 크고 작은 충격이 계속 이어져 요트가 있던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씨그랜드호가 바로 옆 ‘용호 매립부두’에 정박해 있는 부경대 실습선과 탐사선까지 밀고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부경대 실습선에는 실습생 40명과 직원 30명, 탐사선에는 직원 20명이 탑승해 있었다. “씨그랜드호가 이들 선박과 충돌했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윤 선장은 말했다.
   
충돌 직후 윤 선장은 오 항해사에게 112 신고를 지시했다.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이날 오후 3시 44분이었다. 해경 구조 연안정은 오후 3시 57분에 도착했다. 도착한 해경은 주변 요트와의 2차 충돌 등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윤 선장은 “해경 또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며 “씨그랜드호가 자력으로 요트 계류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트 계류장을 빠져나가던 씨그랜드호가 갑자기 속력을 내며 크게 우회전하기 시작했다. 윤 선장은 “저속으로 우회전하면서 전진 후진을 반복해야 했지만, 갑자기 속도를 내길래 당황했다”며 “아니나 다를까 광안대교 쪽으로 씨그랜드호가 향하면서 놀란 해경이 사이렌을 울리며 주의 환기 신호를 보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고 말했다.  
광안대교에 충돌안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사진 가나안요양병원]

광안대교에 충돌안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사진 가나안요양병원]

윤 선장과 최 기관장, 오 항해사는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와 충돌하는 모습을 불과 300m 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최 기관장은 “이번 사고는 예견돼 있었다”며 “용호부두가 워낙 좁은 데다 대형 선박이 도선사나 예인선 없이 입출항하는 경우가 잦아 사고가 언제 터져도 터질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6년 용호부두 방파제 축조공사가 이뤄지면서 선박이 광안대교 가깝게 진행해야 해 사고 위험은 더 커졌다”며 “용호부두를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놔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선장은 “좁은 용호부두에는 1000t 이상의 대형선박이 들어올 수 없게 해야 하고, 이를 막을 수 없다면 도선사 승선과 예인선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선장 중에 음주 운항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해경이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며 “음주 운항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5천998t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에 들이받힌 부산 광안대교 하판이 파손돼 있다. 씨그랜드호는 부산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을 들이받았다. [부산해양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5천998t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에 들이받힌 부산 광안대교 하판이 파손돼 있다. 씨그랜드호는 부산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을 들이받았다. [부산해양경찰서 제공=연합뉴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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