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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열일곱인데 차 빌릴 수 있나요”…돈만 주면 고급 외제차도 OK

지난달 2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에 사는 A군(17)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개인렌트 가능합니다”라는 글을 보고 문자를 보냈다. ‘열일곱살인데 차를 빌릴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A군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나이로 당연히 무면허였다. 잠시 뒤 “문제없다. 돈만 주면 바로 차를 빌려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군은 다음 날 대전 도심에서 차를 빌려주겠다는 B씨(20)와 만나 24시간 동안 머스탱(미국산 수입차)을 빌리는 조건으로 12만원을 주고 차량 키를 건네받았다. 다음 날인 4일 오전 4시쯤 A군은 차를 몰고 가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앳된 운전자의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눈썰미에 잡힌 것이다. 
지난달 10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흥동 한 도로에서 머스탱 차량이 인도를 걷던 연인을 덮쳐 여성이 숨지고 남성이 크게 다쳤다. 당시 머스탱 운전자는 10대로 무면허 운전이었다. [사진 대전지방경찰청]

지난달 10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흥동 한 도로에서 머스탱 차량이 인도를 걷던 연인을 덮쳐 여성이 숨지고 남성이 크게 다쳤다. 당시 머스탱 운전자는 10대로 무면허 운전이었다. [사진 대전지방경찰청]

 
지구대로 호송된  A군은 얼마 뒤 풀려났다. 10대인 데다 무면허 운전으로는 더는 붙잡아둘 수 없어서였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B씨는 차량 등록증을 내밀며 “캐피탈회사에서 정상적으로 차를 빌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군에게 차를 빌려준 경위는 말하지 않았다. B씨는 머스탱을 끌고 유유히 사라졌다. 결국 지구대는 경찰서로 사건을 송치했다. 담당 부서에서 A군과 B씨를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라는 취지에서였다.
 
열흘 뒤인 2월 14일 새벽 A군은 B씨에게서 다시 차를 빌렸다. 일주일에 90만원을 주는 조건이었다. A군은 머스탱을 몰고 대전 도심을 다니다 오전 10시14분쯤 대전시 중구 대흥동에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인도를 걷고 있던 조모(29)씨와 박모(28·여)씨를 들이받았다. 
지난달 10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흥동 한 도로에서 머스탱 차량이 인도를 걷던 연인을 덮쳐 여성이 숨지고 남성이 크게 다쳤다. 당시 머스탱 운전자는 10대로 무면허 운전이었다. [사진 대전지방경찰청]

지난달 10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흥동 한 도로에서 머스탱 차량이 인도를 걷던 연인을 덮쳐 여성이 숨지고 남성이 크게 다쳤다. 당시 머스탱 운전자는 10대로 무면허 운전이었다. [사진 대전지방경찰청]

 
제한속도 시속 50㎞ 도로에서 두배인 96㎞로 달리다 운전미숙으로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중앙선을 넘었다. 당시 인도를 걷던 조씨 등은 뒤에서 덮친 머스탱 차량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고를 당했다. 해외여행에서 만나 연인 사이가 된 뒤 첫 번째 데이트를 하던 때였다고 한다. 사고로 박씨가 숨지고 조씨는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조씨 역시 위중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오토바이 운전면허만 있는 A군은 무면허 차량 운전으로만 네 번이나 적발됐다. 재판에 넘겨져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사고 당시도 보호관찰 중이었다. 무면허 운전 외에도 특수절도 등 다른 범죄경력도 있었다.
 
A군은 경찰에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고 연락하면 차를 빌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10대인 점을 알렸는데도 아무런 조건 없이 돈만 건네면 차를 빌릴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서 '개인렌트'를 검색하면 15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들 가운데는 관할 당국에 등록한 뒤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곳도 있지만 일부는 불법으로 재임대하기도 했다. [사진 인터넷 캡쳐]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서 '개인렌트'를 검색하면 15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들 가운데는 관할 당국에 등록한 뒤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곳도 있지만 일부는 불법으로 재임대하기도 했다. [사진 인터넷 캡쳐]

 
실제로 인터넷 검색창에 ‘개인렌트’를 검색하면 수백여 개의 관련 사이트가 올라온다. 카페와 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는 관할 당국에 ‘자동차 대여업’을 등록한 뒤 정상적으로 차를 빌려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불법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A군에게 차를 빌려준 B씨는 대구에서 차량을 빌려와 재임대한 경우다. B씨는‘차량을 빌려준다’는 글을 보고 대구까지 달려가 C씨(28)로부터 머스탱과 BMW·그랜저IG 등 고급차량을 빌렸다. 머스탱의 경우 한 달에 136만원을 주는 조건이었다.
 
C씨는사촌 형인 D씨(31)가 H 캐피탈회사에서 렌트한 차량을 자신이 인터넷에 올려 재임대했다. 렌트한 자동차를 재임대하는 것은 불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다. D씨는 캐피탈회사로부터 매달 115만5000원을 내면서 머스탱을 빌렸다. 이어 사촌 동생인 C씨와 중간 유통책인 B씨를 통해 결국 A군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지난달 10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흥동 한 도로에서 머스탱 차량이 인도를 걷던 연인을 덮쳐 여성이 숨지고 남성이 크게 다쳤다. 당시 머스탱 운전자는 10대로 무면허 운전이었다. [사진 대전지방경찰청]

지난달 10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흥동 한 도로에서 머스탱 차량이 인도를 걷던 연인을 덮쳐 여성이 숨지고 남성이 크게 다쳤다. 당시 머스탱 운전자는 10대로 무면허 운전이었다. [사진 대전지방경찰청]

 
“고급 외제 차를 몰아보고 싶다”는 10대의 호기심과 “돈만 벌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는 어른들의 그릇된 인식이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조태형 대전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장은 “캐피탈회사에서 차를 빌린 뒤 재임대하는 수법으로 돈을 버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사건으로 고통받는 시민이 없게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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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