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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 포획하는 연안습지...해수면 상승 오히려 반긴다

해수면 상승 현상이 지속해서 일어난 연안 습지(Coastline Wetland)일수록 대기중 탄소 저장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울런공대와 미국 스미스소니언 환경 연구센터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세계 300개 이상의 연안 습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마지막 빙하기 때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 상승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했던 북반구의 경우, 남반구보다 습지 기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해수면 상승을 지속적으로 겪은 습지일수록 탄소저장능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대표하는 축제인 ‘순천만 갈대축제’ 모습. [사진 순천시]

해수면 상승을 지속적으로 겪은 습지일수록 탄소저장능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대표하는 축제인 ‘순천만 갈대축제’ 모습. [사진 순천시]

 
연안 습지는 어떤 자연 시스템보다 단위 면적당 이산화탄소(CO2)를 더 많이 포획·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맹그로브 숲이나 소금기가 많은 ‘염생습지’가 대표적이다. 맹그로브 숲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며, 염생습지에 풍부한 유기 생물체 역시 활발하게 탄소를 흡수한다. 이렇듯 산호·잘피 등 연안에 사는 식물과 습지의 퇴적물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하는데,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력은 육상 생태계의 최대 50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진이 말하는 해수면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평균 해수면(MSL·Mean sea-level)’이 아닌 ‘상대 해수면(RSL·Relative sea-level)’이다. 상대 해수면은 지역의 육지와 비교한 해수면의 상대적인 높이로, 바다 인근의 육지가 상승하거나 하강해도 상대 해수면 높이는 바뀔 수 있다.
 
연안습지에는 많은 유기물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육지에 비해 다량의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사진은 신안 증도의 갯벌 모습. [중앙포토]

연안습지에는 많은 유기물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육지에 비해 다량의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사진은 신안 증도의 갯벌 모습. [중앙포토]

그런데 이같은 상대 해수면 상승이 빨랐던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의 습지의 경우, 해수면이 안정돼 있던 지역의 습지보다 탄소가 더 많이 저장돼 있었다는 것이 조사결과 드러났다. 퇴적물의 양도 많고 유기적이었다. 
 
토양 상부 20㎝ 구간에서는 최대 4배, 토양 상부 50~100㎝ 구간에서는 최대 9배의 탄소가 더 저장돼 있었다. 이에 비해 남반구의 연안습지는 상대적으로 탄소의 양이 적었다. 연구를 진행한 케리 로저스 UOW 지구·대기·생명과학과 교수는 “(조사 대상이 된) 습지에서 지난 6000년 간 누적된 탄소 데이터를 수집했다”며 “연안 습지의 탄소 저장기능은 해수면 상승과 분명한 관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해수면 상승(RSLR)이 잦았던 연안습지와 세계 주요 습지를 표시한 것. RSLR 변화가 클수록 갯벌의 탄소저장력이 뛰어났다. 대체로 북반구의 습지가 남반구의 습지보다 탄소 저장능력이 높았다. [그래픽제공=nature]

상대해수면 상승(RSLR)이 잦았던 연안습지와 세계 주요 습지를 표시한 것. RSLR 변화가 클수록 갯벌의 탄소저장력이 뛰어났다. 대체로 북반구의 습지가 남반구의 습지보다 탄소 저장능력이 높았다. [그래픽제공=nature]

연구진은 그 이유를 탄소 저장공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평균 해수면뿐만 아니라 만조 때 최고수위(HAT) 역시 높아져 그사이 공간에 탄소가 추가로 저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저스 교수는 “염습지가 탄소를 포획·저장해주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 중 배출된 온실가스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유기탄소가 축적돼 습지의 고도도 함께 올라가면,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이 완전히 침수될 위험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산호초와 마찬가지로 연안 습지 역시 침수 속도를 조절해줄 수 있다는 게 로저스 교수의 설명이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만조시 최고 수위인 HAT와 평균해수면인 MSL의 차이만큼 탄소 저장공간이 생긴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Available'로 표시된 부분이 추가적으로 생기는 탄소 저장공간. [그래픽제공=nature]

해수면이 상승하면 만조시 최고 수위인 HAT와 평균해수면인 MSL의 차이만큼 탄소 저장공간이 생긴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Available'로 표시된 부분이 추가적으로 생기는 탄소 저장공간. [그래픽제공=nature]

공동저자인 페트릭 메고니걸 박사는 “그간 연안 습지에 저장된 탄소가 상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 지구적인 규모에서 이런 현상을 관찰할만한 데이터가 없었다”며 “현지의 자료들을 종합해, 해수면 상승과 토양의 탄소 저장능력이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6000년간 북반구에서 상대 해수면 상승이 지속적이었던 이유는 빙하 때문으로 조사됐다. 마지막 빙하기 당시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지역의 빙하가 녹아내려 맨틀을 짓누르는 얼음의 중량이 이동했고, 그 결과 맨틀에도 굴곡이 생겼다는 것이다. 반면 남반구의 대륙에서는 이런 빙하의 영향이 적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북반구에서 상대해수면 상승이 지속적이었던 것은 빙하의 용융으로 맨틀에 가해지는 빙하의 무게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사진은 알프스에서 최초로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알레치 빙하. [중앙포토]

북반구에서 상대해수면 상승이 지속적이었던 것은 빙하의 용융으로 맨틀에 가해지는 빙하의 무게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사진은 알프스에서 최초로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알레치 빙하. [중앙포토]

연구진은 호주와 중국·남아메리카처럼 연안 습지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전 세계 탄소량을 감소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의 연안 습지 면적은 전 세계 연안 습지의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지역에서 탄소 저장량이 2배로 늘어난다면, 연간 500만t의 대기중 탄소가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생각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동시에 이런 잠재적 이익이 습지 매립으로 훼손되고 있다며, 습지 보존은 탄소 저감과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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