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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메모 금지, 밥값 더치페이" 요즘 여권·재계 회동 룰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참모들에게 경제계와 자주 만나라는 지시를 내린 후 관련 회동이 잦아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모임에서의 '룰'도 만들어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는 여권 고위 인사와 국내 5대 대기업 부회장단의 회동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31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이 있었는데 여권에선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ㆍ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나왔다. 경영계에선 삼성ㆍ현대차ㆍLGㆍSKㆍ롯데 등에서 부회장급이 참석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기자회견 후속조치 및 경제활력 행보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기자회견 후속조치 및 경제활력 행보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경제라인을 총괄하는 정책실장과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구의 수장 출신, 여기에 공정거래 이슈를 총괄하는 공정위원장이 정부 차원의 공식 간담회가 아닌 비공식 채널로 재계 핵심 인사들을 만났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당시 회동 자리에 있었던 A씨는 “만찬 자리에 가니 인사 후 첫 마디가 ‘오가는 대화 내용을 기록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식사 자리에 가면 주로 정부측 인사가 발언을 하고 기업측이 이를 받아적곤 했는데, 그러지 말라는 취지였다. 실제로 당시 대기업 간부들은 메모지ㆍ수첩을 탁자 위에 꺼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자리에 앉기 위해 김광두 부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자리에 앉기 위해 김광두 부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식사 중엔 “서로 솔직하게 말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한다. 정부 측에서 솔직히 얘기를 나눠보자는 점을 강조했고, 기업측에서도 이에 적극 동의하는 모양새였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들은 주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투자 및 고용 문제를 언급했고 대기업은 짧게 기업 상황 등을 전달했다고 한다.
 
 만찬이 끝나자 각자가 자신의 식비를 계산(더치페이)했다. 기업이나 정부 한쪽에서 식사비를 계산할 경우 괜한 잡음이 일 수도 있어 이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면 자연스레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없앨 수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감안해 여권 3인방(김수현ㆍ김광두ㆍ김상조)과 대기업 부회장단 5인이 따로 따로 식사비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들 여권 3인방은 앞서 지난해 12월 27일에는 윤부근 삼성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등을 만났는데, 이때도 식사비는 더치페이했다. 대화 메모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의 모임은 김광두 전 부의장이 주도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인들이 자주 만나 토론하는 미국 사례를 예로 들며 “이렇게 기업인들을 만나다 보면 정책 결정을 하는데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측면으로 봐달다”고 말했다. 또 “내가 자유인이 됐지만 앞으로도 필요할 때마다 대화하는 자리를 계속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일선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 인사(행정관급)와 식사를 한 대기업 공보담당자는 오가는 대화 내용을 메모하기 위해 수첩을 꺼내려다 “적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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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은 올해 초 김수현 정책실장은 물론 노영민 비서실장에게도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참모뿐 아니라 내각과 여당에도 이런 메시지가 전달됐고 이에 따라 당과 정부, 청와대가 경제계와 접촉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올해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삼성전자의 경기 화성 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로 기업인들 만나는 것을 꺼려온 것 같은데 그래선 안 된다”며 “노동계를 만나는 것만큼 기업인도 만나야 한다. 기업인을 청와대로 부르는 것보단 기업을 방문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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