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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선악 구도’로 변질된 5G 요금제 결정

박태희 산업2팀 기자

박태희 산업2팀 기자

크기가 벽돌만 하대서 소위 ‘벽돌폰’이라 불리던 개인용 휴대폰은 1988년에 국내 처음 등장했다. 이동통신 사업이 확대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3년 뒤인 1991년에 ‘휴대폰 요금 인가제’를 도입했다.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 홀로 뛰던 통신시장에 추가로 사업 허가를 내줘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다. ‘1위 사업자가 과도하게 요금을 낮춰서 후발 사업자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고객들로부터 매달 받는 통신요금을 얼마로 정하면 좋을지, 1위 사업자가 정부 허락을 받으면 2·3위 사업자는 이에 준해 요금제를 출시하는 관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동통신 기술은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2G(2세대)에서 5G(5세대)까지 발전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통사는 새로운 요금제를 설계해야 했고,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요금제 인가를 위해 매번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일 이색 보도자료를 냈다. “SKT가 신청한 5G 요금제를 반려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가격을 낮추라는 요구다. 그간 수많은 요금제가 반려·권고·수정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지만 관계 당국이 반려했다는 사실을 보도자료로 돌린 적은 없었다.
 
전례 없는 보도자료 배포를 놓고 업계에서는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보도자료를 내면서) 가격 조율 과정이 국민 부담을 줄여주려는 과기정통부와 국민에게 비싸게 요금을 받으려는 이통사 사이의 대립과 선악 구도로 변질됐다”고 난감해했다.
 
이통사 몰아붙이기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총선 차출 1순위’로 꼽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5G 요금제를 인기 영합용 정책의 도구로 삼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5G 요금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은 5G를 근간으로 할 4차 산업혁명, 5G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해소 등을 두루 고려한 뒤 나온 결정이어야 한다.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나와선 곤란하다.
 
차제에 인가제 실효성 유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15년 정부 입법으로 인가제 폐지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인가제를 폐지해도 자율경쟁 체제가 작동할 것으로 본 것이다. 가격 담합?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에겐 공정한 거래를 감시하는 무시무시한 정부 조직, 눈을 부릅뜬 시민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 있다.
 
박태희 산업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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