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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베네수엘라와 북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베네수엘라가 최악의 사태를 겪고 있다. 작년 5월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통령으로 재선되고 극심한 혼란이 계속됐다. 마두로는 2013년 3월 전임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병으로 사망하면서 후계자로 지명한 덕분에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14년간 집권한 차베스는 입만 열면 평등한 세상을 이야기하고 부유층과 엘리트를 공격하여 대중의 환심을 샀던 중남미 포퓰리즘의 대변자였다. 세계 최대 석유매장국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국유화하고 그 수입으로 무상 복지정책을 펼쳤다. 운 좋게 1999년 취임할 때 배럴당 13달러였던 국제원유가격이 2012년에는 140달러까지 계속 올라서 퍼주기식 선심 정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석유 수입을 모두 나누어 주고 신 산업과 성장 동력 개발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독재자의 아집과 잘못된 정책이
국민 고통과 국가 파멸을 초래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북한에도
정치적 자유와 경제 개혁으로
고통받는 주민에게 봄이 왔으면

마두로는 차베스식 포퓰리즘 정책에 집착하다가 원유가격이 내려가자 위기를 맞았다. 재정적자가 2014년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넘었다.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화폐를 마구 발행했다. 물가가 계속 오르자 생산물 가격을 통제하고 생필품을 배급하며 최저 임금을 올렸다. 기업들은 손실이 누적되고 대혼란이 시작됐다. 작년 물가상승률은 1,370,000%였다. 대략 18일마다 물가가 2배씩 올랐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4년간 -6%, -16%, -14%, -18%로 실질 GDP가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잘못된 경제 정책은 국민에게 심각한 고통을 가져왔다. 식량과 생필품이 부족해지자 국민의 평균 몸무게가 11kg 줄었다. 말라리아와 결핵 환자가 급증하고 의약품이 부족하자 많은 사람이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300만 명 이상이 이미 해외로 이주했다. 전쟁 없이 정책 실패만으로 한 국가가 몰락한 21세기 최악의 사례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종화칼럼

이종화칼럼

마두로는 야당 지도자들을 가택 연금, 투옥하고 언론을 통제한 선거에서 당선돼 올해 1월 10일 취임식을 했지만, 야당과 리마그룹 (미주 14개국 모임),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는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9년 1월 23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공석일 때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라 자신이 임시대통령임을 선언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82%가 마두로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두로는 물러날 뜻이 없고 재선거를 하라는 중재안도 거부했다. 쿠바·러시아·중국의 지지와 부패한 군부를 등에 업고 독재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의 인도적인 식량과 생필품 지원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미국은 석유 대금을 마두로 정부에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외교와 경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군사 개입도 고려하지만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중남미에서 반미 감정이 확산할 수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이 군사 개입하면 베트남처럼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 기획부 장관을 역임한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학 교수는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국민의 경제적 권리를 억압해 투자와 생산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하고, 정치적 권리를 억압해 국민이 원하는 정부와 정책을 선택할 수 없는 국가의 운명을 보여준다”고 개탄했다.
 
10년 전만 해도 남미에서 가장 잘 살던 국가의 불행이 북한의 모습과 겹친다. 1970년대 초에 남한과 같은 수준이던 북한의 일 인당 소득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패로 남한의 5%(한국은행의 추정치)로 격차가 벌어졌다. 북한 주민들은 세습 독재정권에서 정치적 권리와 경제적 자유를 박탈당했다. 평양의 특권층은 잘살아도 일반 주민들의 삶은 피폐하다.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월 “북한 주민들, 특히 지방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에 대한 실상에 전혀 변함이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도 북한도 미래가 불확실하다. 북한이 지금과 같이 핵 개발과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인 경제 정책을 계속한다면 베네수엘라가 겪는 혼란과 국가 파탄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 파급효과는 북한 주민뿐 아니라 한국과 주변국에 크게 미칠 것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도 북한도 지도자가 결단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김정은은 하노이를 떠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북한의 지배층이 핵무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와서 경제 개혁과 개방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더불어 북한 주민도 정치와 경제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봄날이 와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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