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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장기 작고 호흡량 커 미세먼지 더 괴롭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조연정(29·경기도 남양주) 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며칠째 산책을 못 한 강아지가 현관 앞에 누워 낑낑거리거나 발톱으로 문을 긁는다. 실내에만 뒀더니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조 씨는 “수의사가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산책을 시키지 말라고 했다”면서 “애견용 마스크를 씌우고서라도 나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에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수의사·애견훈련사 등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미세먼지에 취약하기 때문에 산책을 시키지 않는 게 좋다. 실내 활동을 늘리는 게 대안”이라고 말한다.
 
노응식 그레이스동물병원 원장은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몸무게 1㎏당 흡입하는 공기량이 훨씬 많지만 장기가 작다”면서 “사람과 같은 시간 미세먼지에 노출돼도 반려동물이 오염물질을 더 많이 흡수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5~10㎖의 공기를 흡입할 때 개·고양이는 10~15㎖를 마신다. 중금속을 들이마실 확률도 높다. 중금속은 무거워 바닥에 깔려있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코 위치가 낮고 냄새를 맡는 습성이 있어 많은 양의 중금속을 삼키게 된다. 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이 털에 붙어있다가 입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 털 속에 유해물질이 쌓여 피부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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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용 마스크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노 원장은 “시판되는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검증된 바 없어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입마개 교육을 받지 않은 개에 마스크를 씌우면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조재호 애견훈련사는 “산책 대신 실내에서 사료나 간식을 작게 잘라 바닥에 뿌려주거나, 뚜껑을 열어둔 페트병에 간식을 넣어주라”고 권했다. 흩어진 간식을 찾기 위해 코로 냄새를 맡는 등의 ‘노즈 워크’만으로도 산책 효과를 낼 수 있다. 페트병을 이리저리 굴리는 것도 운동이 된다. 물을 많이 마시게 하는 것도 중금속 등 유해물질 배출에 효과적이다. 조 훈련사는 “비타민이나 항산화제가 포함된 사료를 먹이면 혈액을 맑게 해준다”고 말했다.
 
서울 연희동에 사는 김현관(71) 씨는 지난 5일 반려견 심바, 랄라를 데리고 한강 변을 산책 중이었지만 힘겨워 보였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책을 나섰던 김 씨는 최근 일주일에 1~2번으로 산책을 줄였다. 그는 “정년퇴직 뒤 반려견들과 산책하는 게 인생의 큰 즐거움이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일상의 소중한 부분이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시민들의 일상을 앗아가고 있다. 연인과의 산책, 운동장을 뛰노는 체육 수업, 길거리 음식 등 당연했던 일상이 이대로 가다간 미세먼지에 밀려날 거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텐트 50여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강공원난지캠핑장은 이날 오후 8시 30분까지 손님을 한 팀만 받았다. 남자친구와 캠핑장을 찾은 김채윤(20) 씨는 “예전에는 이맘때 가족들과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밤하늘을 구경했는데, 이젠 옛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시각 서울 남대문시장도 평소에 비해 휑했다. 퇴근길 직장인, 외국인 관광객들로 혼잡하던 시장 골목은 활력을 잃었다. 호떡·분식 등을 파는 음식 판매대 8곳이 줄지어 있는 골목에서 손님이 서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몇몇 상인들은 아예 ‘자체 휴업’을 하고 주변 상인들과 막걸리를 마셨다. 인근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유수재(59) 씨는 “요즘에는 매출이 반 토막이 아니라 열 토막이 난 것 같다”고 한탄했다.
 
미세먼지는 도시 일상도 바꿨다.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은 비상저감 조치로 취소됐고, 개학을 맞은 학교에서도 야외 체육 수업을 중단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야외보다는 실내나 지하로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고,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바깥세상을 즐기는 것이 사치인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수·손국희·이태윤·편광현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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