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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발암물질 미세먼지, 왜 '국가 재난'이라고 하지 못할까

 
요즘 미세먼지가 ‘대재난’이라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회적 충격이 크지만 정부 대책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급 발암 물질인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관측 이래 사상 최고치(144㎍/㎥)를 기록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어린이집ㆍ유치원ㆍ학교를 대상으로 “대용량의 공기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공기정화기 보급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각 부처에 주문했다.
 
서울이 미세먼지에 6일쩨 갇혔다. 6일 한 시민이 미세먼지에 덮힌 서을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이 미세먼지에 6일쩨 갇혔다. 6일 한 시민이 미세먼지에 덮힌 서을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는 이튿날(6일) 바로 “하나 마나 한 지시사항”(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부는 적극 대응은 커녕 역행을 하고 있다”(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비판을 불렀다.

 
정부 대책 실효성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은 미세먼지가 현행법상 ‘재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국가 등의 책무)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ㆍ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재난 종류를 규정한 제3조(정의)를 보면 태풍ㆍ홍수ㆍ해일, 심지어 소행성 추락까지 20여개 현상이 포함됐지만 미세먼지는 빠져있다. 
 
국회에선 그동안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하자는 개정안을 꾸준히 발의해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은 100여건이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일부 통과된 법안도 있지만,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하자는 법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런 배경엔 여ㆍ야 대치로 인한 국회 공전도 문제로 꼽히지만, 실제론 정부가 재난 범위 확대를 기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난 범위를 확대하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외쳤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7년 8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보면 재난범위 확대를 꺼리는 정부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 당시 소위에선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등 여ㆍ야 의원들이 발의한 재난법 개정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날 소위에 참석한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폭염은 계절적 변화에 따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개인의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피해 정도가 매우 달라 원인 규명이 어렵다”며 반대했다. 이어 “미세먼지ㆍ한파의 재난 포함도 관계부처와 신중한 협의를 통해서 최종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해 8월에서야 재난법 개정안이 통과되는데, 이마저도 폭염과 한파만 포함됐을 뿐 미세먼지는 재난 대상에 추가되지 못했다. 만일 이때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시키자는 국회 안을 정부가 수용했다면, 현재 미세먼지로 인한 정부의 비상저감조치 이행 합동점검 강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등이 법적으로 뒷받침 된다.
 
이와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하자는 안은 우리 당 뿐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 김병욱 의원도 이미 지난해 4월 발의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정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내놨어야 할 안인데, 그러긴 커녕 발목만 잡은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미세먼지를 막을 방안도 없고, 책임도 지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재난의 종류 확대는 곧 책임 확대기 때문에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 수년째 지속해온 만큼, 재난으로 포함시켜 대응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대기환경공학과 교수도 “재난으로 규정하는 순간 비용 문제도 발생하겠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인가. 몇조원이 들더라도 해야 하지 않나. 또 법적 규정을 하는 순간 책임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럼 정부는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걸 무서워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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