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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무게 이겨낸 '왕남' 여진구 "중전과의 해피엔딩 기도하며 촬영"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여진구  [사진 JANUS ENT]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여진구 [사진 JANUS ENT]

 
광대와 임금 1인2역 능수능란하게 소화, 성인연기자 거듭나  
광대 하선과 임금 이헌의 1인2역, 그리고 하선이 죽은 임금을 대신해 성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설득력있게 그려야하는 부담까지, 배우 여진구(22)에게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의 주인공 역은 분명 도전이었다. 게다가 이 역할은 원작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선배 이병헌이 열연을 펼쳤기에 마음의 짐은 더욱 무거웠을 터.    
하지만 여진구는 '원작의 재해석'이란 멍석 위에서 한판 신명나게 놀았다. 오랜 트라우마로 폭군이 돼가는 임금 이헌의 흉포한 얼굴과, 마음 한 구석에 성군의 씨앗을 품고 있는 광대 하선의 선한 얼굴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들었다. 그리고 현실정치에 눈 뜬 뒤, 사리사욕 밖에 모르는 수구세력에 맞서 카리스마를 갖춰가는 또 다른 하선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왕관의 무게'에 비견되는 막중한 부담감을 이겨내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난 그를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선배 이병헌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너무 감사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곤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말문을 열었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여진구  [사진 JANUS ENT]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여진구 [사진 JANUS ENT]

 "원작과는 확실히 다른 성격의 1인2역에 끌렸어요.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았죠. 두려움과 부담감보다는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어요.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역할을 젊을 때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는 배역을 맡은 뒤 너무 막막한 나머지 선배 이병헌에게 자문을 구해볼까도 했지만, "리메이크가 아닌, 재창조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김희원 감독의 말을 듣고서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주인공이 원작보다 젊어진만큼 새로운 에너지와 성격을 가진 인물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과 선배 배우님들이 리메이크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주신 덕분에 처음부터 패기있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도승지 이규 역의 김상경 선배님에게 많은 걸 배워 현장에서 늘 스승님이라 불렀습니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임금과 광대 1인2역을 소화한 배우 여진구 [사진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임금과 광대 1인2역을 소화한 배우 여진구 [사진 tvN]

  
"임금과 광대가 처음 만나는 대면신, 가장 어려웠던 장면"   
그는 자신이 맡은 두 명의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살아왔기에 이런 선택과 행동을 할까 란 질문을 촬영하면서 수도 없이 던졌다"며 "자신을 드러내고 주변을 자기 스타일로 바꾸려 하는 이헌보다 표현해야할 감정선이 더 복잡한 하선을 연기하기가 더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헌은 퇴폐적 면모를 지닌 폭군이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서사가 있다는 생각에 너무 과하거나 자극적으로 비치지 않도록 순화해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 이헌과 하선이 처음 마주하는 대면신을 꼽았다.  
 "빈 공간을 두고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리액션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CG(컴퓨터그래픽)를 감안해 각도와 시선의 위치까지 신경써야 했으니까요. 둘이 만났을 때 감정교류가 생각대로 나올까 염려했던 신이기에 준비도 많이 했죠. 그 장면이 1회 엔딩을 훌륭하게 장식한 걸 본 뒤 스스로 확신을 갖고서 남은 촬영을 거침없이 해냈습니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임금 이헌(왼쪽)과 광대 하선이 처음 만나는 장면 [사진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임금 이헌(왼쪽)과 광대 하선이 처음 만나는 장면 [사진 tvN]

 드라마가 원작과 차별화된 전개를 펼치게 되는 분기점은 폭군 이헌을 도승지 이규가 독살하는 장면이다. 여진구는 그 장면을 찍을 때 너무 힘들고 슬펐다고 했다. 
 "바닷가 바람이 심한데다 감정 소모도 많았던 신이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비장하게 나왔더군요. 파도 소리로 끝나는 것도 좋았어요. 완벽한 시청자 모드가 돼서 두근거림을 느끼며 제 작품을 감상한 건 처음이에요.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들어준 스태프들의 노력 덕분이죠."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도승지 이규(김상경)가 임금 이헌(여진구)을 독살하는 장면 [사진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도승지 이규(김상경)가 임금 이헌(여진구)을 독살하는 장면 [사진 tvN]

  
"중전과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달라 기도하며 촬영" 
드라마에서 하선과 중전(이세영)의 로맨스가 대폭 강화된 것도 원작과의 차별점이다. 그는 상대배우 이세영과의 호흡에 대해 "발랄하고 밝은 에너지로 가득찬 배우여서 유쾌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중전처럼 거침없고 적극적인데다 미모도 뛰어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며 촬영한 적이 많았다"고 했다.  
 "많은 작품 속에서 사랑을 하며 사랑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사랑이 사람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중전 대신 화살에 맞는 장면을 찍으며 나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참사랑이란 어떤 걸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둘의 연기 궁합 덕분에 하선이 중전의 사랑에 힘입어 임금이기에 앞서 한 남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한 편의 로맨스물처럼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었다. 중전과의 로맨스에 자연스레 몰입된 탓일까. 여진구는 촬영하면서 내심 하선이 중전과 백년해로하는 결말을 간절히 원했고, 바람대로 이뤄진 해피엔딩에 대만족했다고 했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원작과 달리 중전(이세영)과 하선(여진구)의 로맨스 비중이 높다. [사진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원작과 달리 중전(이세영)과 하선(여진구)의 로맨스 비중이 높다. [사진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하선(여진구)이 중전(이세영) 대신 화살을 맞는 장면 [사진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하선(여진구)이 중전(이세영) 대신 화살을 맞는 장면 [사진 tvN]

 
"에너지 넘치고 밝은 연기는 많이 부족, 거침없이 성장하고 싶어"  
"둘의 신분 차이가 너무 크고, 방해 요소가 많았기에 현실적으론 둘 중 하나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연기하면서도 우리 커플을 응원했기에 둘이 행복하게 백년해로하기를 바랐죠. 마지막 대본을 기다리며 '작가님, 제발 둘이 살아서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사이다 같은 결말을 주신 작가님께 감사해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거둔 가장 큰 수확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이 드라마는 내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고, 내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만들어준 첫번째 작품"이라며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스스로 정답을 찾도록 이끌어준 감독과 선배 배우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극을 워낙 많이 찍다 보니, 혼자서 의상을 챙겨 입을 정도가 됐다"며 "사극 장르에서 인정받았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으로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무겁고 진지한 연기는 많은 분들이 좋게 받아들여주시는데, 에너지 넘치고 밝은 외향적 연기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부딪혀가야할 영역이죠. 로맨틱 코미디나 밝은 에너지를 담은 작품으로도 인정받고 싶어요. 아직은 다양한 역할에 거침없이 부딪히고 혼도 나면서 성장해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차기작은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다. 작가 홍자매의 신작이다. '왕이 된 남자'의 기세를 몰아 또 한번 패기있게 도전하기로 했다는 그는 "강한 남성성과 부드러운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호텔리어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여진구  [사진 JANUS ENT]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여진구 [사진 JANUS ENT]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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