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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화재 '불쏘시개'는 매트리스인데…‘담뱃불 시험’뿐인 난연 규정

 
한국 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와 일반 매트리스의 실물 규모 화재 시험 장면. 한국 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가 일반 매트리스나 라텍스 제품에 비해 훨씬 더 불이 잘 붙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시몬스 침대]

한국 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와 일반 매트리스의 실물 규모 화재 시험 장면. 한국 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가 일반 매트리스나 라텍스 제품에 비해 훨씬 더 불이 잘 붙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시몬스 침대]

 
지난해 11월 9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종로 고시원 화재 현장. 화재 발생 5분 만에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길이 빠르게 확산해 창문이 깨지고 밖으로까지 번지는 ‘플래시 오버’ 현상으로 화재 진압이 늦어졌다. 
 
화염과 유독가스는 거주자의 탈출을 막았고,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소방 전문가들은 고시원 내 방염 처리가 되지 않은 침대 매트리스와 커튼, 벽지와 같은 가연성 물질이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엔 서울 강북구 미아동 다가구 주택에선 안방 침대 위에 충전 중이던 휴대폰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조사 결과 리튬 배터리 화재의 발화 지점은 침대 매트리스였다. 가연성 매트리스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피해를 키운 것이다.
 
침대 매트리스는 생활 화재를 대형 화재로 키우는 주요 매개체다. 실제로 소방청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2008년부터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 44만 1029건으로 인해 3247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769명이 침실에서 목숨을 잃었다. 화재 사망자 4명 중 1명이 침실에서 변을 당한 것이다. 
 
이는 침실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매트리스에 불이 붙으면서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데다, 매트리스가 화염을 확산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영국 등에선 불에 잘 붙지 않는 난연(難燃) 침대 매트리스에 대한 규제를 두고 있다. 미국은 2006년부터 침대 매트리스 난연 규정을 통과하지 못한 제품의 판매와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도 가정용 매트리스에 가구 화재 안전 규칙과 생활용품 안전 규칙을 적용해 방염을 의무화하고 있다. 2017년 EU소방관연맹(FEU)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법이 제정되기 전인 1981~1985년과 2002~2007년을 비교했을 때 매트리스 등 가구로 인한 화재 발생이 37% 줄었으며 사망자는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침대 매트리스의 가연성 시험을 통해 화재 위험성을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험은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침대 매트리스 소재 위에 담배에 불을 붙여 착화 여부와 손상 범위를 맨눈으로 관찰하는 일명 ‘담뱃불 시험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침대 매트리스의 화재 발생 때 위험성을 측정할 수 없는 형식적인 평가의 한계인 것이다. 담뱃불 시험법만으로 침대 매트리스의 화재 시 위험성을 측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2017년 국제표준에 기반을 둔 국내 표준시험방법을 제정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침대 매트리스가 모두 이 시험을 거쳐 출시돼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없다.  
 
지난달 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석현 의원실 주도로 ‘국내 난연 규정 개선 방안 국회토론회' 현장. [중앙포토]

지난달 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석현 의원실 주도로 ‘국내 난연 규정 개선 방안 국회토론회' 현장. [중앙포토]

 
화재 참사가 이어지면서 매트리스 난연 규정 법제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석현 의원실 주도로 ‘국내 난연 규정 개선 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용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뱃불은 침대, 소파, 커튼뿐만 아니라 마른 낙엽 등에 불을 붙여봐도 착화되지 않는다”며 “그만큼 실제 화재 안전성 검증에 적합하지 않다”며 담뱃불 시험법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난연 규정 법제화가 늦어지면서 소비자 안전을 위해 업계가 먼저 나서고 있다. 특급 호텔의 경우 객실 내 화재를 막기 위해 침대 매트리스에 대한 난연 기준을 세우고 관리ㆍ감독을 하고 있다.
 
침대 브랜드 가운데선 한국 시몬스 침대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국제표준규격과 국내 표준시험방법 기준을 만족하는 난연 매트리스를 개발했다. 시몬스 침대는 일반 가정용 매트리스 전 제품에 대해 생활 화재로부터 안전 성능을 확보했다는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았다.  
 
 한국 시몬스 전략기획사업부 김성준 상무는 “난연 매트리스 개발에 큰 비용과 노력을 투자했지만,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난연 매트리스 개발이 생활화재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는 물론, 사고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의 안전과 복지까지 폭넓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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