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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플라스틱 분해할 '기특한 나방'이 발견됐다

 
플라스틱의 주 성분인 폴리에틸렌과 벌집 속 왁스를 분해하는 '꿀벌부채명나방'의 기능이 밝혀졌다. 향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열린 셈이다. [사진 Wikipedia]

플라스틱의 주 성분인 폴리에틸렌과 벌집 속 왁스를 분해하는 '꿀벌부채명나방'의 기능이 밝혀졌다. 향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열린 셈이다. [사진 Wikipedia]

“전 세계적으로 연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만 약 3억t이다. 해양 쓰레기의 약 70%를 차지하는 양이다. 바다에서는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작은 조각으로 쪼개질 따름이다” 

 
영국 정부과학사무국(Government Office for Science)은 2017년 ‘미래 바다에 대한 예측(Foresight Future of the Sea)’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화학적 분해가 어렵고, 배출량이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해양 플라스틱의 일부는 북태평양 하와이 근처의 해상에서 약 155만㎢ 크기의 플라스틱 섬(GPGP)을 이룬다. 섬 속 플라스틱 양만 8만t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미국(97.7㎏)보다 많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국내에서도 이른바 ‘죽음의 알갱이’로 불리는 미세플라스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 국내 화학업체들이 식물 소재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태평양 한 가운데에는 해류를 타고 온 플라스틱 등이 쌓여 만들어진 쓰레기 섬(GPGP)이 있다. 이 플라스틱 섬의 플라스틱 양만 약 8만t으로 영국 정보과학사무국에 따르면 연간 전세계의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약 3억t에 달한다. [사진 그린피스]

태평양 한 가운데에는 해류를 타고 온 플라스틱 등이 쌓여 만들어진 쓰레기 섬(GPGP)이 있다. 이 플라스틱 섬의 플라스틱 양만 약 8만t으로 영국 정보과학사무국에 따르면 연간 전세계의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약 3억t에 달한다. [사진 그린피스]

벌집 먹는 꿀벌부채명나방, 플라스틱에 가두니 통에 구멍 생겨
 
이런 가운데 플라스틱 성분을 분해하는 곤충의 능력이 증명돼 향후 해당 분야 신기술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곤충의 정체는 바로 벌집을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진 ‘꿀벌부채명나방’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지난달 27일 꿀벌부채명나방의 능력에 대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꿀벌부채명나방을 이용해 별도의 연구를 진행하던 중, 나방을 사육하는 플라스틱 통에 구멍이 나는 현상을 관찰했다”며 “특히 2017년 관련 논문이 발표돼 정확히 어떤 효소가 플라스틱 분해에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했다”고 연구배경을 설명했다. 더욱이 이 나방은 평소 벌집을 먹이로 삼는데, 벌집을 구성하는 ‘왁스’가 화학적인 면에서 플라스틱의 주성분인 ‘폴리에틸렌(PE)’과 매우 비슷하다는 데 관심을 가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토양에서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꿀벌부채명나방. [사진 생명공학연구원]

토양에서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꿀벌부채명나방. [사진 생명공학연구원]

장내 미생물 아닌, 자체 효소로 플라스틱 분해
 
연구진은 먼저 항생제를 사용해 꿀벌부채명 나방의 장내 미생물을 모두 제거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이 장내 특정 미생물인지 꿀벌부채명 나방 고유의 능력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연구결과, 장내 미생물을 없앤 상태에서도 나방은 왁스와 폴리에틸렌을 모두 분해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왁스와 폴리에틸렌 속 길게 이어진 탄소 성분이 잘게 조각나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항생제 처리를 통해 나방의 장내미생물을 제거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벌집 속 왁스를 분해하는 나방의 능력에는 차이가 없었다. 빨간색이 항생제 처리. [그래픽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생제 처리를 통해 나방의 장내미생물을 제거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벌집 속 왁스를 분해하는 나방의 능력에는 차이가 없었다. 빨간색이 항생제 처리. [그래픽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생제 처리를 통해 나방의 장내미생물을 제거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플라스틱 속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나방의 능력에도 차이가 없었다. 장내 미생물이 아닌 나방 고유의 능력임이 확인된 것이다. [그래픽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생제 처리를 통해 나방의 장내미생물을 제거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플라스틱 속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나방의 능력에도 차이가 없었다. 장내 미생물이 아닌 나방 고유의 능력임이 확인된 것이다. [그래픽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 ‘탄소 사슬’을 분해하는 효소는 에스테라아제·리파아제·시토크롬P450이 주요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유전체 분석을 해보니 꿀벌부채명나방이 다른 비슷한 곤충과 비교해 왁스 분해 효소의 종류와 유전자 개수가 확장돼 있었다”며 “후속 연구로 효모를 이용해 효소를 발현,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꿀벌부채명나방의 장내 효소를 발굴해 대량 배양하면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 효소의 효능향상(directed evolution)을 통해 분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추가 연구할 예정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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