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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정치인과 추종자들...그를 다룬 영화도 '외설적'비판받아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 '그때 그들'에 그려진 이탈리아의 거물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토니 세르빌로). [사진 영화사 진진]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 '그때 그들'에 그려진 이탈리아의 거물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토니 세르빌로). [사진 영화사 진진]

 “외무부 장관들이 합의한 총리님 행동 지침서예요. 국제 정상 회담에서 키스, 포옹, 툭툭 치기 안 됩니다. 농담, 장난, 까꿍도 금지예요.”
 
7일 개봉하는 영화 ‘그때 그들’(감독 파울로 소렌티노) 속 대사다. 대체 어느 나라 총리이기에 이런 민망한 주의를 들을까. 정작 스크린 속 당사자는 태연하다. 표정 변화 없이 “유권자들은 내 방식을 좋아한다”고 한술 더 뜬다. 
이 인물의 실존모델은 1994년부터 이탈리아 총리를 세 차례나 역임한 극우파 정치인이자, 재벌 기업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3). ‘추문제조기’란 별명이 붙을 만큼 난잡한 사생활과 부정부패, 언론장악, 마피아 연루설, 막말 등으로 악명 높은 바로 그 남자다. 그가 아내 몰래 자신의 저택에서 벌인 호화 파티가 발각되면서 ‘붕가붕가 파티’란 말이 권력자의 섹스파티를 뜻하는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영화에선 이탈리아 유명 배우 토니 세르빌로가 연기했다.  
 
타국 女대통령에 "플레이보이 기술로 이겼다" 막말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그는 혀를 내두를 정도의 막말 어록을 남겼다. 과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피부색을 두고 “선탠이 잘 됐다”거나 핀란드 여성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과 협상 후 “나만의 플레이보이 기술로 이겼다”고 말해 외교문제로 확대되기도 했다. 그 자신은 농담인데 뭐 어떠냔 식이다.  
 
의외의 사실은 그의 이런 거침없는 모습에 친근감을 느끼는 추종자가 상당히 많다는 것. 그는 2011년 “온 나라를 망하게 했다”(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라고 손가락질받을 만큼 극심한 경제 악화의 책임과 탈세 혐의 등으로 불명예 퇴진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우파연합의 중심에 나서 최다 득표를 이끌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총리 실각·재임·이혼통보…명암 엇갈린 3년 다뤄
지방 출신 연예기획자 세르조(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는 베를루스코니의 눈에 들기 위해 그의 이웃 별장을 빌려 환각 파티를 벌인다. 여성들 위로 비처럼 떨어지는 알약이 최음제다. [사진 영화사 진진]

지방 출신 연예기획자 세르조(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는 베를루스코니의 눈에 들기 위해 그의 이웃 별장을 빌려 환각 파티를 벌인다. 여성들 위로 비처럼 떨어지는 알약이 최음제다. [사진 영화사 진진]

도대체 왜 사람들은 그를 좋아할까. 이 남자의 진실은 무엇일까.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지난해 자국 이탈리아에서 이 영화를 선보이며 담은 질문이다. 영화는 2006년부터 3년간 베를루스코니의 행적과 내면을 그린다. 그가 총선 득표율 1%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실각했다가 2008년 총리 재임에 성공, 이듬해 배우 출신인 아내 베로니카 라리오에게 이혼을 통보받는 등 명암이 엇갈렸던 시기다.  
 
소렌티노 감독이 거물 정치인을 다룬 건 이번이 두 번째. ‘그레이트 뷰티’(2013)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그는 앞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차지한 ‘일 디보’(2008)에선 정적 제거를 위해 마피아와 손잡은 혐의를 받았던 정치인 줄리오 안드레오티를 다뤘다. 주연 배우 토니 세르빌로는 이 두 전작에 더해 이번에 다섯 번째로 감독과 뭉쳤다.
 
"온 나라 망하게 한 남자" vs "모든 것 이룬 정치인"
이탈리아에선 1·2부로 나눠 개봉했지만, 해외판은 이탈리아 정치계의 시시콜콜한 관계도를 드러낸 초반 한 시간여를 덜어냈다. 그래도 전체 157분의 방대한 분량. 전반부는 인생역전을 꿈꾸는 연예 기획자 세르조(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가 베를루스코니의 눈에 들려고 미모의 여성들과 사치스러운 파티를 펼치는 등 추종자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눈에 비친 이 정치 거물의 신화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맞췄다.  
 
베를루스코니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건 상영시간이 40여분 지나서다. 아파트 분양권 판매로 대박 터뜨리며 부를 쌓은 인물답게, 상대를 구워삶는 수완이 대단한 인물로 묘사된다. 자신과 손잡길 망설이는 정적에겐 20초 만에 200만 유로를 버는 재력을, 평범한 가정주부에겐 생활고에 대한 공감을 내민다. 스무 살 미녀의 마음을 얻으려 익살스런 미소를 지은 채 마네킹처럼 몇 십 분씩 기다리는 건 예사다. 일상에서조차 관심을 갈구하는 면모가 TV쇼 진행자 같다.  
 
감독 "촬영 전 실제 베를루스코니 만났더니…"
 2009년 라퀼라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모습.[중앙포토]

2009년 라퀼라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모습.[중앙포토]

보기엔 호화롭지만, 온몸이 경직될 것처럼 권태로운 이런 나날에 짙게 깔리는 정서는 뜻밖에도 깊은 공허함이다. “모든 것을 다 갖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그는 농담처럼 말하는데, 진정 원하는 것은 모두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권력과 부의 정점에 선 인물의 욕망과 허무는 소렌티노 감독의 단골 주제다. 이 영화에 그려진 것 역시 베를루스코니에 관해 드러난 사실에 바탕한 감독의 해석이다. 감독은 공동각본도 맡았다. 그가 촬영 전 베를루스코니를 직접 만난 건 한 번뿐.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감독은 “베를루스코니의 초대로 점심식사를 했고, 촬영 로케이션으로 그의 실제 저택을 빌려주길 원하냐는 농담 반 질문을 받았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팩트 위주로 조심스럽게 각본을 썼다”고 말했다. 
   
자국선 외설 논란…감독 '해석' 감안하고 봐야
여러 방송사를 소유한 베를루스코니는 언론에 비칠 자신의 모습을 직접 선택하는 것으로 영화에 묘사된다. [사진 영화사 진진]

여러 방송사를 소유한 베를루스코니는 언론에 비칠 자신의 모습을 직접 선택하는 것으로 영화에 묘사된다.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에는 베를루스코니의 만행을 비롯해 여러 면을 균형 있게 담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살아있는,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정치가란 점에서 모든 장면을 영화에 그려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2009년 베를루스코니가 지진 피해 도시 라퀼라를 찾은 장면이 한 예다. 영화에선 무너진 집에 틀니를 두고 나왔다며 울먹이는 이재민 노파를,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로서 공감하며 위로하는 모습만이 다소 감상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재민 텐트촌을 찾았던 그는 “주말 캠핑 왔다고 생각하라”고 상황에 맞지 않는 농담을 해 논란이 됐다. 영화에 이런 정황은 담기지 않았다.  
 
이탈리아 개봉 당시 현지에서는 극 중 여성들의 캐릭터와 적나라한 신체 묘사를 두고, 이 영화가 베를루스코니의 여성 편력 소재를 눈요깃거리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감독은 “10년 전 시대상을 옮겼을 뿐”이라 항변했다. 한국에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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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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