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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 옮기다 아차…저 여학생, 눈물 젖은 빵 맛 알게 됐을까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78)
아이가 있는 가족은 놀이시설이 있는 식당이 가장 좋다. 한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다가 나오면 2인분도 거뜬하게 먹어치운다. 둘째 녀석이 뜀뛰기를 하고 있다. [사진 송미옥]

아이가 있는 가족은 놀이시설이 있는 식당이 가장 좋다. 한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다가 나오면 2인분도 거뜬하게 먹어치운다. 둘째 녀석이 뜀뛰기를 하고 있다. [사진 송미옥]

 
딸네 집 근처에 새로 개업한 식당이 있다. 놀이방도 멋지게 구비되어 있어서 가보자고 나섰다. 보통 고깃집인데 길게 줄을 서 있다. 번호표를 받아 30분을 기다린다. 어른들이야 한데에서 추위에 떨든 말든 작은 신발을 뒷발 차기로 벗어던지고 세 놈은 어느새 놀이방으로 달려 들어가 버렸다. 그 행복한 모습만으로도 추위쯤이야 참을 수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그렇게 우리도 자리에 앉았다.
 
얼마나 바쁜지 아르바이트하는 종업원도 엄청 많다. 방학 기간이라 아르바이트생이 모두 대학생이다. 막 개업을 해서인지 고기도 야채도 싱싱하고 깨끗하다. 또 빨간 유니폼을 입고 서빙하는 모습이 분위기도 활기차다. 그러나 나이 먹은 축에 속하는 나는 너무 시끄러워서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손님이 바뀌고 불판이 새로 오고 닦고 쓸고, 또 바뀌고 들고나고를 반복한다. 우리 바로 옆자리에 손님이 나가니 앳된 소녀 같은 아르바이트생이 후닥닥 청소하는데 그만 엉겁결에 불판을 맨손으로 들어 옮기려다 식겁하며 물러선다. 안전교육을 받았을 텐데도 얼마나 정신없이 바쁜지 이해가 된다. 이미 여린 손바닥은 화상을 입은 후다. 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도 행주를 들고 이리저리 닦으며 청소를 한다.
 
 
착하게 생긴 서빙 청년이 어디에선가 후닥닥 달려와 제지하며 자기가 맡아서 정리하더니 여학생의 손을 수건으로 감싸 휴게실로 데리고 간다. 마치 팔이 부러진 듯 싸안고 간다. 그러면서 매니저에게 보고하는 것 같다. 리시버를 낀 대화에서 대충 들으니 ‘**가 화상을 입었으니 잠시 쉬게 해 주라’고, ‘그래그래. 어쩌다가…. 화상 상처 조기 처치 참 잘했어. 얘들아 지금은 깔아놔~ 몇 번 테이블, 몇 번 테이블~ 깔아놔~’ 그들만의 언어인 것 같다.
 
화상을 입어본 사람은 그 마음을 안다. 데인 상처를 불 가까이에 들이대면 얼마나 더 아프고 아픈지. 자식보다 더 어린 학생들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애잔해서 밥 먹다가 말고 울컥 눈물이 났다. 민망함을 감추려고 고개를 돌리니 딸도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민망한 우리는 둘이서 마주 보고 크게 웃고 말았다.
 
“하하하~ 엄마는 왜 눈물이 나?”
“음…. 나는 저 이쁜 아가씨가 눈물 젖은 빵 맛을 알게 된 게 기특하고, 또 내가 불 일을 해봐서 아는데 화상을 입어 봐~얼마나 아픈데…”라고 얼버무린다.
 
안동의 유명 맛집 중 한 곳. 주차장도 키즈랜드도 시설이 좋았다. [사진 송미옥]

안동의 유명 맛집 중 한 곳. 주차장도 키즈랜드도 시설이 좋았다. [사진 송미옥]

 
딸아이가 말했다. 
“예전에 대학 다니면서 마지막 해에 아르바이트했잖아. 그때 삶을 참 많이 배운 것 같아. 산다는 것은 먹어야 하는 거. 그리고 일하는 것도, 사람을 부린다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름다운 사랑도 힘들 때 싹트는 거. 아플 때 누군가가 옆에서 지켜봐 주고 도와주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거. 앞치마를 두르고 시급을 벌기 위해 힘들지만, 남들이 봤을 땐 서글프고 가난한 사랑이지만 그 당시엔 백마 탄 왕자같이 보이는 그것도 사랑이라는 거. 돈의 값어치를 배운 거.
 
그리고 저 카운터에 계시는 분이 매니저인데 참 좋은 분인 거 같아. 그래서 일하는 사람도 신나게 일하고 손님도 많이 오는 거 같아. 너무 바쁘게 회전이 되면 아르바이트생이 쉴 시간이 없잖아. 정말 힘든 거거든. 그럴 때 매니저가 지시하지. 치우지 말고 그냥 두라고. 
 
그러면 새 손님이 바로 못 들어오고 잠시 시간이 나거든. 짧은 시간이지만 숨 쉴 시간이야. 방금 ‘깔아놔~’라는 말이 그 말이야. 장사보다는 아르바이트를 쉬게 하는 배려야. 매니저가 좋아서 다음에 고기 먹으러 한 번 더 와야겠어.”
 
우리는 다 먹고 난 후에도 조금 더 앉아서 수다를 떨다가 나왔다. 그래. 눈물 젖은 빵은 젊어서 먹어봐야 그 맛이 오래가고 찐하게 남지. 나이 들어서는 먹을 게 못 되지. 밖에 나오니 아직도 번호표는 줄을 이어가고 어른은 추위에 떨고 있지만, 아이들은 실내 놀이터에서 뛰어노느라 땀을 줄줄 흘리며 엄마를 찾아 들락날락했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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