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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잃고, 월급 못 받고도 시내버스 청소하는 근로자들

계약해지로 일자리를 잃고 두 달치 월급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매일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시내버스를 청소한다. 어렵게 구했던 일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버리기 어려워서다. “내가 청소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지저분한 버스를 탈 수도 있다”는 걱정도 떠나지 않는다.
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한 근로자가 버스를 청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한 근로자가 버스를 청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천안시내버스 청소근로자 9명 실직상태서 계속 출근
최저임금 여파 월급 150만원, 점심값 한끼당 1500원
지난해 말 계약해지로 실직, 1~2월 급여도 받지 못해

충남 천안지역 시내버스 395대의 청소를 담당하는 근로자 9명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지난 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박계순(61·여)씨는 “자식들은 왜 나가느냐고 하는데 내 일이고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이렇게 나와서 일을 해야 다른 용역업체에 새로 고용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씨는 신부동 차고지에서 하루에 50~60대 시내버스를 청소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2명이 100여 대가 넘는 버스를 청소했지만 1명이 “더는 버틸 수 없다”고 그만두면서 외롭게 차고지를 지키는 처지가 됐다. 박씨의 동료는 두 달치 월급을 받지 못하자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고 한다.
 
박씨를 비롯해 남은 동료 8명은 현재 실업상태다.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용역업체와 계약이 끝나면서 실업자가 됐다.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던 천안시내버스 공동관리위원회(공관위)가 추가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이뤄진 조치다.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한 근로자가 버스를 청소한뒤 이동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한 근로자가 버스를 청소한뒤 이동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9명의 직원은 해가 바뀐 뒤에도 계속 출근했다. 50~60대 나이에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버스 공동관리위원회가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하면 자신들도 고용이 돼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들은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버스를 청소한다. 천안지역 8개 차고지에서 각각 떨어져서 일하지만 수시로 안부를 묻고 퇴근 후에 만나 서로의 처지를 위로한다. 하지만 언제 고용이 될지, 두 달치 월급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하면서 일부는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박씨와 동료들이 받았던 월급은 150만원 안팎이다. 최저임금 때문에 근로시간이 줄어든 데다 점심값마저 매달 8만8000원에서 3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매달 20일가량을 근무하는 직원들의 한 끼 점심값은 1500원도 되지 않았다. 김밥 한 줄 만도 못한 식비를 받았다.
일자리를 잃은 뒤 두달치 급여도 받지 못하면서도 매일 출근해 시시내버스를 청소하는 근로자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계속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일자리를 잃은 뒤 두달치 급여도 받지 못하면서도 매일 출근해 시시내버스를 청소하는 근로자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계속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 여성 근로자는 돈을 벌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가장이라고 한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돌보는 그는 경제적 어려움에다 다시 일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심적 고통을 동시에 겪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시내버스는 물론 버스기사들이 쉬는 휴게실과 화장실, 주차장도 청소한다. 애초 버스 청소는기사들 몫이었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천안지역 3개 버스회사가 공동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용역업체에 청소를 맡겼다고 한다. 청소하기 위해 용역업체에 고용된 게 박씨와 동료들이다.
 
시내버스 차고지를 관리하는 공동관리위원회는 박씨 등의 실직이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박씨 등이 일한 두 달치 급여도 줄 수 없다고 했다. 3월치 급여도 마찬가지다. 본지는 천안시내버스 공동관리위원회에 여러 차례 취재를 시도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한 근로자가 버스를 청소한뒤 이동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한 근로자가 버스를 청소한뒤 이동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천안시는 “고용문제는 용역업체와 근로자간 문제다” “행정기관에서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이유로 전면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천안시는 매년 200억원의 예산을 3개 시내버스 회사에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버스회사는 이 돈으로 급여를 주고 유류비로도 사용한다. 버스회사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모두 시민이 낸 세금이다. 천안시가 박씨 등의 고용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9명의 근로자를 대표하고 있는 김수경씨는“새로운 용역업체가 우리를 다시 고용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 급여도 줄고 그나마 점심값도 주지 않는다는 얘기가 들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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