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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조끼 무마용 대토론 성공? 마크롱, 산더미 의견 처리 골머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노란 조끼 시위에 직면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돌파구로 제안한 대토론회가 프랑스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100만 명 이상이 지역별로 모여 토론회를 열었다. 온라인 설문조사에도 30만 명 이상이 의견을 냈다.
  

전국서 100만 명 토론, 불만 책자만 1만권
온라인에도 30만 명 의견 내 AI까지 동원
"컴퓨터가 반죽·치즈 보고 피자 떠올리나"
"민주주의 새 실험" vs "원래부터 속임수"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새로운 형태의 여론 수렴 과정이다. 지난 1월 중순 시작된 대토론은 오는 18일 끝날 예정인데, 복병이 나타났다.
 
 대규모 인원이 참가한 데다 이들이 낸 의견도 종류와 양이 너무 거대해서다. 프랑스 정부가 과연 이를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생겨난 것이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는 지난 2일(현지시간) 16주 연속 마크롱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AP=연합뉴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는 지난 2일(현지시간) 16주 연속 마크롱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AP=연합뉴스]

 노란 조끼 시위로 위기에 몰린 마크롱 대통령은 환경 정책과 정부 재정 지출, 시민의 권리와 공공 서비스 등 네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제안했다. 가이 사에즈 프랑스 과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내기를 걸었는데, 성공했다"고 프랑스24 방송에 말했다. 하지만 그는 “참여한 이들이 구체적인 결과를 보지 못한다면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토론을 내걸면서 노란 조끼 시위를 촉발한 배경이 됐던 일부 정책을 보류했다. 다음 달국민투표를 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수습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대토론 결과 수집된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토론은 9250차례 개최될 예정인데 지금까지 6500건이 열렸다. 전국에서 열린 모든 토론회의 주요 내용은 웹사이트에 올라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온라인에서도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했다. 이미 1만 개 지자체가 주민들의 불만 등을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토론회에서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와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이 대토론회에서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와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정부는 인력만으로 자료를 분석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컨소시엄을 이룬 기업들이 지자체가 발간한 책을 디지털화하기로 했다. 온라인에 모인 의견은 데이터조사기관인 오피니언웨이와 텍스트 분석 전문회사인 쾀이 맡기로 했다.

 
 온라인에 주관식으로 밝힌 의견은 쾀의 텍스트 분석 소프트웨어가 담당할 예정이다. 오피니언웨이 소속인 프레데릭 미쇼는 “각 의견을 ‘재정 정책' 같은 큰 분류로 나눈 뒤 ‘세금 인하 또는 인상' 같은 하위분류로 세분화해 보고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연구자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잘 분류됐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계획은 즉각 반론에 직면했다. 국민이 쏟아낸 복잡한 아이디어와 역설적인 표현이나 비꼬는 말투를 인간이 아닌데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뉴스사이트 레 주르의 설립자인 니콜라스 코리는 “반죽, 토마토, 모차렐라를 언급한 응답이 피자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수습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노란 조끼 시위대는 여전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이 수습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노란 조끼 시위대는 여전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설문 조사 항목 중에는 ‘특정 정책이나 계획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 있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친환경 정책을 위해 돈이 정당한 방법으로 지출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낼 수 있다”고 했지만, 다른 이는 “이미 정부에 돈이 많으니 관리를 더 잘하고, 경찰관이나 교사처럼 사회에 필요한 직원들의 봉급을 올려주자”고 답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답변을 컴퓨터가 환경과 정부 지출, 사회적 정의나 노동 시장 중 어디로 분류할지 알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한계 때문에 국가연구기관도 분석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정부가 당초부터 34가지나 되는 질문을 국민에 던진 것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일부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가 국민을 달래는 전술로 사용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38%만이 마크롱 대통령이 대토론에서 나온 의견을 정책 결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한 대토론에서 방대한 의견이 쏟아졌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다시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PA=연합뉴스]

전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한 대토론에서 방대한 의견이 쏟아졌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다시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PA=연합뉴스]

 
 사에즈는 그럼에도 “그동안 작은 규모로 참여 민주주의 실험을 한 적은 있지만 이번 대토론은 전례 없이 혁신적"이라며 “국민 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리고 있고 정당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지도자도 노란 조끼 시위와 대토론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며 "대토론 전과 후는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란 조끼로 수세에 몰렸다가 대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지지율이 다소 상승한 마크롱 대통령의 운명은 산더미 같은 국민의 의견을 어떻게 소화해 낼지에 달려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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