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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자야 DNA 손상 줄어든다...염색체 활동성 2배 증가 관찰

수면이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효과가 개별 세포 단위에서 확인됐다. 잠을 자면 신경세포(Neuron) 속 염색체의 활동성(Chromosome Dynamics)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DNA 손상에서 회복된다는 게 핵심이다. 수면의 이런 기능이 규명되면서, 하나로 특징지을 수 없던 인간의 수면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 연구는 리오 아펠바움 이스라엘 바-일란대 교수 연구진에 의해 진행됐으며, 결과는 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됐다.
 
수면 중에는 염색체 활동성이 높아져 DNA 손상이 축적되지 않도록 우리 몸을 보호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속 녹색은 염색체 활동성을 나타내고 붉은 색은 개별 뉴런을 나타낸다. 잠을 잘 때는 녹색이 밝아지고, 반대로 뉴런의 활동성은 잦아든다. [사진 바-일란대]

수면 중에는 염색체 활동성이 높아져 DNA 손상이 축적되지 않도록 우리 몸을 보호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속 녹색은 염색체 활동성을 나타내고 붉은 색은 개별 뉴런을 나타낸다. 잠을 잘 때는 녹색이 밝아지고, 반대로 뉴런의 활동성은 잦아든다. [사진 바-일란대]

불면증 겪는 ‘제브라피쉬’로 관찰하니...자는 동안 DNA절단 회복
 
연구진은 “수면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며 “잠을 자지 않는 등 수면장애가 생기면, 뇌의 기능에 여러 장애가 생길 뿐 아니라 생명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그간 잠이 뇌의 특정 영역이나 세포 집단에 미치는 영향은 종종 보고돼왔지만, 개별 세포 단위에서 끼치는 영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실험을 진행할 대상은 ‘제브라피쉬(Zebrafish)’로, 이전 연구에서 수면 부족상태를 겪고 불면증에도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독특한 물고기가 선정됐다. 실제로 2007년 한 연구진이 밤에 잠을 자는 제브라피쉬에게 약한 전류를 흘려 수면을 방해했더니, 다음날 입과 아가미 움직임이 줄어드는 등 각성 정도에 변화가 생겼고 평소보다 오래 잠을 자려고 하는 등 수면을 보충하려는 움직임도 관찰된 바 있다.
 
제브라피쉬는 수면 연구 외에도 배의 성장이 빠르고 관찰이 용이해 척추동물의 발생기구를 조사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브라피쉬는 수면 연구 외에도 배의 성장이 빠르고 관찰이 용이해 척추동물의 발생기구를 조사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진은 수면 중 개별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nls·EGFP 등 ‘유전자 표지(genetic marker)’를 사용했다. 염색체의 기능과 부위를 식별할 수 있게 색으로 표시를 한 셈이다. 그 이후 물고기의 수면시간을 빛으로 조절하며 염색체의 활동성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활동 때문에 발생하는 DNA 손상, 즉 ‘DNA 이중가닥 절단(DSBs)’이 회복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수면을 취하는 동안 염색체의 활동성이 2배로 높아졌고, 그 결과 스스로 구조를 변화시켜 DNA 손상이 반복해서 쌓이는 것을 차단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잠을 자는 제브라피쉬의 염색체를 마커를 이용해 관찰할 수 있었다. 염색체의 활성도가 높아진 것이 관찰된다. 오른쪽 사진은 제브라피쉬의 척추를 확대한 것. [사진 바-일란대]

잠을 자는 제브라피쉬의 염색체를 마커를 이용해 관찰할 수 있었다. 염색체의 활성도가 높아진 것이 관찰된다. 오른쪽 사진은 제브라피쉬의 척추를 확대한 것. [사진 바-일란대]

DSBs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하는 신경세포의 특징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생체 에너지의 일종인 ATP를 많이 소비하고,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ROS)가 상대적으로 많이 생겨 DNA가 절단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외에도 DNA는 일상적으로 손상되고 회복하기를 반복하는데, 수면이 이 회복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연구진은 “수면이 신경세포의 유지·보수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잠을 자는 동안 DNA 손상은 회복됐지만 반대로 뉴런의 활동성은 줄어들었다”며 “반대로 말하면 깨어있는 동안은 반드시 신경세포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국내 한 생물학계 관계자는 “그간 잠은 유전자의 변화로 정의할 수 없어 알파·베타파 등 뇌파 차원에서 정의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로 잠도 가장 정확한 유전자 차원에서 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진은 염색체의 이런 활동성 증가가 진화적으로 보존된 것인지 아닌지를 규명하기 위해,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에도 추가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DNA의 모습을 묘사한 이미지. DNA는 일상적으로 여러 요인에 의해 손상을 입는다. 뉴런은 많은 ATP를 소비하기 때문에 활성산소에 취약한데, 이 때문에 DSBs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면은 이런 DSBs 회복을 돕는다. [사진 pixabay]

DNA의 모습을 묘사한 이미지. DNA는 일상적으로 여러 요인에 의해 손상을 입는다. 뉴런은 많은 ATP를 소비하기 때문에 활성산소에 취약한데, 이 때문에 DSBs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면은 이런 DSBs 회복을 돕는다. [사진 pixabay]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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