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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준의 의학노트] 짧고 굵게 혹은 가늘고 길게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신동 모차르트가 5살에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것은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우리 시대에도 이른 나이에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사람들이 있다. 빌 게이츠는 25세에 DOS를 개발했고 스티브 잡스(사진)는 29살에 첫 번째 매킨토시 컴퓨터를 출시했다. 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25살에 구글을 설립하여 거부가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남들보다 일찍 성공하여 주목받는 삶을 산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까?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1929년에서 2001년 사이에 아카데미상 최우수 각본상을 받은 189명과 후보에는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한 극작가 661명을 비교한 것이다. 수상자들은 후보에만 올랐던 사람들보다 극작가로 활동한 기간이 더 길었고, 자신이 쓴 각본이 영화화된 경우가 더 많았으며, 평론가들에게 별 네 개의 평점을 받은 영화 역시 훨씬 더 많았다. 당연히 경제적으로도 더 윤택한 삶을 누렸을 것이다. 그래서 수상자들은 주목받지 못했던 동료들보다 더 오래 살았을까? 놀랍게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74.1년으로 상을 받지 못한 동료들의 평균 수명인 77.7세보다 3.6년이나 짧았다.
 
그러나 의학적인 관찰은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 증명이 된 후에야 비로소 사실로 인정받는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야구 선수들의 수명에 대한 다른 연구자들의 분석을 보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야구 천재 143명과 같은 시기에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지만 평범했던 동료 3430명의 수명이 비교되었는데, 평범한 성적의 선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슈퍼스타보다 5년가량을 더 오래 살았다. 이쯤 되면 성공한 사람일수록 수명이 짧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스티브 잡스 | "의학연구들은 남들보다 일찍 성공한 사람이 서둘러 세상을 떠나는 경향이 있다고 얘기한다. 29세에 맥킨토시 컴퓨터를 내어놓아 세상을 바꾸었던 스티브 잡스도 56세에 사망했다"

스티브 잡스 | "의학연구들은 남들보다 일찍 성공한 사람이 서둘러 세상을 떠나는 경향이 있다고 얘기한다. 29세에 맥킨토시 컴퓨터를 내어놓아 세상을 바꾸었던 스티브 잡스도 56세에 사망했다"

성공의 시기도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대통령은 평균적으로 55.7세에 취임하였는데, 평균보다 이른 나이에 대통령이 된 사람들의 수명은 늦은 나이에 취임한 사람들보다 7.2년이나 짧았다. 이런 차이는 영국 총리, 프랑스 대통령에게서도 확인되었는데 가톨릭교회의 교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분석에 포함된 가톨릭 교황 71명이 취임할 때 평균 연령은 61.7세였다. 하느님은 평균보다 일찍 교황이 된 이들을 느지막하게 자리에 오른 이들보다 13.1년이나 더 일찍 천국으로 불러가셨다.
 
그렇다면 왜 원하는 것을 성취한 사람이, 특히 일찍 성취한 사람이 세상을 일찍 떠나는 걸까?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첫 번째는 성공한 사람들이 그 위치에 오르느라, 그리고 그에 걸맞은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느라 피할 수 없었을 스트레스가 그 사람들의 수명을 줄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설명은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매우 성취지향적이며 어떤 일이든 빨리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자율신경계는 사소한 일에도 흥분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심혈관계 질환 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사회는 성공한 사람들, 특히 이른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열광한다. 그렇지만 꼭 의학연구들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알량한 재능이나 이른 성공에 취해 이후의 인생을 그르쳐버린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소년등과(少年登科)’는 불행을 자초할 뿐이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일찍부터 남들보다 앞서게 하기 위해 선행학습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것보다 너무 일찍 두각을 나타내지 않도록 아이들을 좀 놔두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까?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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