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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두 진영 이야기: 바보들의 행진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숨이 막힌다. 마스크 없이는 밖을 나갈 수가 없다. 들숨과 날숨이 합쳐 목숨이 된다. 따라서 숨이 막힌다는 말은 죽어간다는 말과 같다. 이 시대는 죽음으로 향하는 발암물질인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온 나라를 뒤덮어도 해법과 대책은 없다.
 

환경·저출산·양극화 최악
선거 직후의 환호는 잠시뿐
보수-진보의 독임만 반복돼
견제·균형, 연립·타협 가능한
민주공화 헌정 체제 구축해
후대들 수혜자로 만들어야

환경뿐인가? 저출산은 국민세금 150조를 넘게 쏟아 붓고도, 출산·육아 불능사회를 만들어놓아 지구상 첫 인구절멸국가를 예고하는 첫 0점대(0.98) 출산율이다. 극소수 은행과 기업을 살리려 공적 자금 170조가 투입되었으나 미회수는 물경 50조를 넘는다. 매번 비핵·평화·통일을 단언했으나 핵위협은 끝내 핵무력 완성에 이르렀다. 양극화와 일자리현실은 또 어떤가?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연대였고, 어리석음의 연대였다. 믿음의 시대였고,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요컨대, 그 시대는 현재 시대와 아주 비슷해서, 그 시대 중 가장 요란한 권위자들 중 일부는, 선한 쪽으로든 악한 쪽으로든 그 시대가 오직 최상급으로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고집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부분이다. 앞뒤 대비를 정권 장악과 상실의 시기 동안 한국 보수와 진보의 마음에 적용하면 딱 들어맞는다. 같은 책의 마지막을 보자. “비슷한 망치로 한 번 더 인간성을 일그러뜨려보면 그것은 똑같이 뒤틀린 모습으로 일그러질 것이다. 탐욕스런 방자와 압제의 씨앗을 똑같이 한 번 더 뿌려보면 그것은 그 종자에 따라 분명히 똑같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너무 늦었다. 이제라도 보수적 독임과 진보적 독임의 반복되는 절망적 열매에 눈을 뜨자. 나와 내 진영이 지지하는 반짝이는 공약, 휘황한 장밋빛 미래, 단기적 성취, 좋은 대통령을 반복해서 뽑았으나 나라의 인간적 지표들은 계속 더 악화되었다.
 
박명림칼럼

박명림칼럼

선거 직후의 환호는 잠시일 뿐 한 진영의 승리가 모두의 평안과 복리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5년마다 디스켓만 바꾸는 독임정권·독임논리·독임정책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 연립과 연합, 타협과 통합이 가능한 민주공화 헌정체제를 만들지 않는 한 세대를 넘는 인간문제의 안정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민주공화 원리의 제1장 제1과 제1조다.
 
진영이라는 말은 ‘막다’는 말과 같은 뿌리다. 즉 진영논리는 상대진영을 막는 내 진영의 독식논리다. 민주공화국의 철학적 제도적 지반을 놓은 매디슨과 칸트는 공화주의 없는 민주주의를 한 진영과 파당을 위한 독재와 전제의 논리라고 비판한다. 맞다. 사회주의적 인민적 독재도 스스로는 사회주의적 인민적 민주주의라고 불렀다. 진영구도·진영대결·진영논리·진영독임은 절반을 막고 억압하는 담론이요 장치일 뿐이다.
 
민주공화 100년이다. 진영과 독임을 깨트릴 참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다시 일어설 때가 되었다. 한 인물(왕·총서기·위원장·총통·주석·대통령), 한 정당, 한 조직(군대), 한 종교, 한 진영의 독임을 막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최저 출발점이요 최고 목표다.
 
“온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정의를 실현하라(Perest mundus et fiat justitia)”는 모토는 근대 세계 왕당파나 혁명파의 금과옥조였다. 나는 정의, 상대는 악이었다. 진영논리와 독임정의를 실현하려면 할수록 혁명과 단두대, 투옥과 청산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전임자가 갔던 처형·감옥·청산의 길을 후임자도 똑같이 갔다. 선거는 사화(士禍)였다. 지난 30년 이 땅도 마찬가지였다.
 
민주공화는 정의와 진리의, 독점과 독임이 아니라 공존과 타협을 요구한다. 지금 우리에겐 보수 정의와 진보 정의의 교체와 독임이 존재할 뿐 공존과 타협은 없다. 내가 정의이기에 모든 오류와 잘못은 상대와 과거에게 돌리면 된다. 즉 최악의 변명과 책임회피의 논리인 “(과거에는) 너도 똑같았다”(tu quoque!=you too!)주의다. 그럴수록 공동체는 골병이 든다.
 
우리 모두는 나라 제도의 희생자들인 동시에 이를 바꾸는데 반대해 온, 이 못난 나라 현실의 공범자들이다. 희생자들인 동시에 범죄자들인 것이다. 우리 당대로 끝내자. 다음 세대에게 이 숨 막히는 흑백논리, 차악강요, 양자택일, 독임주의의 적폐와 악폐를 물려주지는 말자. 우리시대의 대타협을 통해 후대들은 나라 제도의 승리자인 동시에 수혜자들로 만들자. 끝내 혁명적 정치개혁과 헌법개혁을 이루어 후대들은 좋은 제도, 좋은 헌법, 좋은 나라에서 복락과 생명을 누리게 해주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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