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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손 놓고 있자 각자 생존…엄마 사비 털어 교실 청정기

서울·인천·경기 등에 닷새 연속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인천·경기 등에 닷새 연속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엄마, 오늘은 무슨 불이야. 밖에 나갈 수 있어?”
 
김지희(37)씨의 6살짜리 첫째 아이가 말하는 ‘불’은 공기청정기의 공기질 표시등이다. 김씨는 “미세먼지 ‘아주나쁨’ 날이 많아지면서, 첫째 아이가 공기청정기의 표시등을 묻는 일이 많아졌다”며 “어린 애가 벌써 공기질에 신경 써야 하는 게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둘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엔 공기청정기를 구입해 보냈다. 김씨는 “어린이집에 지자체에서 지원해준 공기청정기가 있지만 측정기로 미세먼지 수치를 재봤더니 밖과 비교해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며 “필터 관리가 잘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이지원(39)씨도 지난해 말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직접 갖다둔 적이 있다. 이씨는 “아이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서, 점막이 부어서 코로 숨을 거의 못 쉬고 코피가 날 정도”라며 “지난해 미세먼지가 심할 때마다 학교를 못가서 30일 정도 결석을 했고, 마지막엔 결국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고 공기청정기를 들여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기청정기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씨의 딸은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5일도 학교를 빠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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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경보’ 안전안내문자가 연일 울리면서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아이가 가진 병이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심해지는 ‘초민감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휴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출석일수 때문에 휴교는 어렵다.
 
서울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등은 ‘초등학교 전 교실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약속했지만,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어린이집·유치원 등에도 사각지대가 남아있다.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어도 성능이 충분치 않은 경우도 많다.
 
궁여지책으로 사비로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고, 개인 측정기로 교실 공기질을 재는 학부모들이 있다.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의 부대표 한혜련(42)씨는 “고농도 황사·미세먼지 때마다 학교 간 아이가 ‘목 아프다’며 운다”며 “다행히 학교에서 공기청정기 반입을 허가해줬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공기청정기를 반입할 수 있는 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마저도 제약이 많다. 한씨는 “공기청정기 반입을 위해서 ‘민감군’이라는 의사 소견서를 가져가도, ‘관리 어려움’등을 이유로 허가해주지 않는 학교도 많다”며 “미세먼지 심각성이 커졌는데 교육당국이 따라잡지 못해 이제 엄마들이 직접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나 교육당국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니 엄마들이 알아서 미세먼지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진(48) 사무국장도 “부모들이 아이에 대해서는 더 민감하다 보니,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 전부터 빠르게 움직인다”고 전했다.
 
‘미세먼지 테러’ 수준의 수치에 온라인에서 공기청정기·마스크 등 미세먼지 관련 제품은 연일 상승세다. 최근엔 영아용 초소형 마스크도 등장해, ‘걷기도 전에 마스크를 쓰는’ 아기들도 많아졌다. 19개월 아이를 키우는 조병욱(31)씨는 “돌부터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싫어해도 어쩔 수 없었다”면서 “18개월이 넘어가면서는 잘 참고 쓰더라”고 말했다.  
 
네이버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는 4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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