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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논설위원이 간다] “LNG선만 믿다간 다시 수주 절벽 올 수 있다”

한국 조선, 다시 봄이 오는가
한국 조선은 지난해 중국을 누르고 수주량 1위를 되찾았다.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한 LNG 운반선이 큰 역할을 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시운전 중인 LNG선. [사진 현대중공업]

한국 조선은 지난해 중국을 누르고 수주량 1위를 되찾았다.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한 LNG 운반선이 큰 역할을 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시운전 중인 LNG선. [사진 현대중공업]

장기 불황에 빠졌던 한국 조선에 다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선박 발주량의 44.2%를 가져오며 ‘수주 1위’ 자리를 7년 만에 되찾았다(클락슨리서치 집계). 아직 수주잔량에서는 중국에 뒤지지만, 중국에 뺏겼던 조선 패권을 다시 가져올 기세다. 일등 공신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다.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의 85% 이상을 가져왔다. 한국 조선사의 높은 기술력과 제품 신뢰성이 중국을 따돌린 결과다. 그러나 LNG선이 한국 조선의 구원투수가 되기엔 불안하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LNG선만 믿기엔 우리 조선 산업이 풀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청정연료 LNG 해운물동량 급증
기술우위 한국, 운반선 수주 독식

조선업 ‘구원투수’로 각광 받지만
일각선 “공급 과잉 우려” 경고음도

“조선시장 주류는 아직 범용선박
기술역량 활용하면 경쟁력 충분”

2월 하순의 울산 방어진은 이미 봄이었다. 높아진 기온만큼 현대중공업의 독(dock·선박 건조대)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길이 330m의 VLOC(초대형 광탄운반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안벽을 지나자 제1 독이 나타났다. 인도 선사가 주문한 LNG-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의 거대한 선체가 위용을 뽐낸다. 길이 297m,폭 48m, 축구장 세 배 길이다. LNG-FSRU는 운반해온 영하 163도 액체 상태 LNG를 해상에서 다시 기체로 만들어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에 공급하는 선박이다. 육상 터미널 건설이 어려운 지역에 경제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이 배만 하더라도 2700억원에 주문받았다. 제3 독에서는 스위스 선사가 주문한 LNG선 건조가 이뤄지고 있었다.
 
LNG선은 한국 조선을 위기에서 건진 구원 투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총 163척, 140억 달러 수주를 기록하면서 목표(132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이 중 25척이 LNG선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대형 조선사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수주한 47척 중 18척, 삼성중공업은 49척 중 18척이 LNG선이었다.
 
호황의 배경에는 한국 조선 기술력이 있다. 지난해 6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중국산 LNG운반선 ‘글래스스톤’호가 바다 위에서 멈췄다. 중국 국영조선그룹 CSSC의 계열사인 후동중화조선이 19개월 전 건조한 배였다. 장기간 수리를 받다가 결국 폐선 결정이 내려졌다. 중국이 첨단 조선 기술에서 한국보다 아직 한 수 아래라는 진단이 내려진 순간이다.
 
더욱 결정적 요인은 에너지 시장의 변화다. 글로벌 에너지업체 쉘은 2035년까지 세계 LNG 수요 증가가 평균 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축은 아시아 국가다. 세계 LNG 수입국 1~5위는 일본, 한국, 중국, 인도, 대만이다. 특히 중국은 대기질 개선 노력에 힘입어 최근 2년간 수입 증가율이 40%에 이른다. 공급에서는 셰일가스 수출을 늘리고 있는 미국의 역할이 크다. 물량도 물량이지만, 운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수출항이 있는 미국 동부에서 동아시아까지 노선은 중동-동아시아 노선보다 1.5배 이상 길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LNG운반선 수주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LNG선 발주가 계속 늘어 2024년 최대 100척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 속에서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양종서 선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LNG선 시황 및 전망’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보고서를 요약하면 이렇다. “환경 규제 등 때문에 LNG 생산 및 수요가 느는 추세는 맞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이미 많은 선박이 발주된 상태며, 이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선복량(화물 적재 능력) 과잉을 걱정해야 할 단계다. 중국의 급격한 수요 증가 등으로 일시적으로 호황이라는 착시가 일어나고 있다.” 양 연구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반적 전망과 차이가 난다.
“LNG 물동량 증가보다는 운반선 발주 증가가 더 가파르다. 지난해 11월 현재 4만㎥ 이상급 LNG선 수주잔량은 105척이다. 올해와 내년 수주량까지 고려하면 2022년까지 매년 약 40척이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 LNG 선박 수가 500척 내외인 점을 생각하면 ‘공급 과잉’을 걱정할만한 수준이다. 올해까지는 괜찮겠지만, 내년부터 점차 꺾여 2025년에는 발주량이 10~15척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LNG선이 한국 조선업의 돌파구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LNG는 아직 초기 시장이다. 변동성이 강하다. 해운 시장은 투기 성향이 강해 일시적 운임 등락에 따라 단기적 과열과 침체가 반복되곤 한다. LNG선의 선대(운송 능력) 규모도 석유 운송용 탱커의 8%에 불과하다. 한국 조선업이 LNG 해운만 바라보기엔 이 시장의 규모도 작고 불안정하다.”
 
조선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지금의 LNG 열기가 나쁠 것은 없지만, 여기에 안주하면 안 된다.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LNG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한 것 같다. 아직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장기적 인력 운용을 고민해야 할 때다. LNG선 시장만 믿고 벌크선·유조선·컨테이너선 같은 범용선(특수선과 상대되는 일반 화물선)을 포기했다간 답이 없다. 다양한 선박 포트폴리오로 수주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범용선은 중국에 밀려 경쟁력이 없지 않은가.
“이게 큰 착각이다. 중국도 저임금을 이용하는 단계는 지났다. 정부 보조금으로 버틴다. 벌크선(석탄·곡물처럼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싣는 선박)을 보자. 중국이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지만, 노임 수준이 우리보다 높은 일본도 30%를 점유하고 있다. 설계 표준화로 설계비를 줄인 덕분이다. 한국도 전략을 잘 짜면 범용선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벌크선 경쟁을 안 하니까 중국과 일본만 신났다.”
 
한국도 일본 같은 표준화 전략으로 나가야 하나.
“한국 조선의 최대 장점이 설계 역량인데, 일본 방식을 채택하면 죽어 버린다. 일본은 설계 표준화로 비용을 줄였지만, 선주의 설계 변경 요구에 제대로 대응 못 하는 결정적 문제가 있다. 가장 간단한 선박인 벌크선은 표준화 방식이 유리하겠지만, 다른 선종에선 우리 설계·연구개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 조선 시장의 추세는 친환경·고효율·스마트다. 말이 ‘범용’이지 범용이 아니게 된다. 원가 경쟁력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보다 우리 장점을 잘 살리는 기술 포인트를 개발하는 것이 활로가 될 것이다.”
 
특수선이 각광받고 있지만, 세계 선박 시장의 압도적 주류는 아직 범용선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범용선은 세계 선박 시장의 70~75%를 차지한다. 범용선박 시장은 국내 기자재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이 시장을 쉽게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9개 독 중 3개는 여전히 비어 있다. 양 연구원은 “전 세계 벌크선 시장의 20%만 갖고 와도 국내 조선소의 빈 독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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