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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 충돌 선장 "술의 결과"···CCTV서 들통났다

광안대교를 충돌하고 도주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선장 러시아인 S 씨(43)가 3일 오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해양경찰서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광안대교를 충돌하고 도주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선장 러시아인 S 씨(43)가 3일 오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해양경찰서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선장 X 됐다”“끝났다” 술의 결과다”
 
지난달 28일 오후 광안대교와 충돌 당시 러 화물선 조타실 상황이 5일 공개되면서 선장의 거짓말이 들통났다. 씨그랜드호(5998톤) 선장 S씨(47)는 지난 3일 구속될 당시 광안대교 충돌 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해경 조사 결과 출항하기 전에 이미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조타실 내부 폐쇄회로(CC)TV에는 “아예 배에서는 (술 마시면) 안돼. 들어갈 때 뿐만아니라….”라며 술 마신 사실을 자인하는 음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산해양경찰서가 5일 오후 공개한 씨그랜드호 조타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술에 취한 선장이 판단 미숙으로 조타를 잘못한 정황이 드러났다.  
 
광안대교와 충돌하기 40분 전인 2월 28일 오후 3시 40분 씨그랜드호가 용호부두 주변 요트 3척과 1차 충돌을 할 당시 선원들은 “받치겠다”, “요트 다 박살 낸다”고 말하지만, 선장은“지나갈 수 있겠지”라며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했다.  
 
사고를 접수한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오후 4시 1분 씨그랜드호와 교신하며 접촉 여부를 물었지만, 선장은“아무 말 하지 말라”며 선원들에게 지시한 뒤 “아무 문제 없다. 충돌한 적 없다”고 거짓 보고했다.  
 
요트와 충돌 후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씨그랜드호 선장은 갑자기 속력을 내며 오른쪽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배를 오른쪽으로 돌리려다 보니 배 회전 반경이 커지면서 광안대교 쪽으로 배가 향하기 시작한 시각은 오후 4시 17분. 1항사가“XX 못 돌린다”고 말하지만, 선장은“간다”라며 운항을 강행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4시 20분 부산 남구 용호동 해상에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이 광안대교와 충돌해 대교 구조물이 일부 파손됐다. [뉴스1]

지난달 28일 오후 4시 20분 부산 남구 용호동 해상에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이 광안대교와 충돌해 대교 구조물이 일부 파손됐다. [뉴스1]

광안대교를 불과 200m 앞둔 지점에서야 선장은 “후진”을 외쳤지만, 오후4시 20분 결국 광안대교와 충돌했다. 선원들은 “선장 X 됐다”,“끝났다”,“XX”라며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상황이 모두 종료된 오후 6시 4분 선장은 “술의 결과다”며 술 마신 사실을 자인했다. 부산 해경은 선장을 업무상 과실(선박 파괴), 업무상 과실치상, 해사안전법 위반(음주 운항) 혐의로 구속하고,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러시아 화물선의 부산 광안대교 충돌사고를 계기로 다리 인근 용호부두를 조기 폐쇄하고 재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용호부두는 2011년 마련된 전국항만 기본계획상 2020년 이후 부두폐쇄가 계획돼 있다. 부산시는 이날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열린 사고 대책회의에서 용호부두를 조기 폐쇄하고 친수공간으로 조기 재개발해줄 것을 해수부에 요구했다. 
 
부두를 관리하는 부산항만공사 측은 “2017년 7월 부두 재개발 사업계획 수립 때 용호부두 일대 3만9000㎡를 친수형 공간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계획됐다”며 “현재 해수부 등과 재개발 세부계획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항만공사는 관광·휴양 공간, 진입도로와 주변 지역 정비 같은 재개발 계획을 확정해 올 하반기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뒤 내년 설계를 거쳐 2021년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광안대교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은 49호 광장 쪽 진입 램프의 일부 차로 통제에 따른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안대교의 정밀안전진단과 보수·보강 설계, 시공을 동시에 진행해 2개월 내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5998t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에 들이받힌 부산 광안대교 하판이 파손돼 있다. [사진 부산해양경찰서]

지난달 28일 오후 5998t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에 들이받힌 부산 광안대교 하판이 파손돼 있다. [사진 부산해양경찰서]

부산시설공단은 또 보수·보강방법이 결정되는 대로 러시아 화물선 선사에 피해 보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보상 요구액에는 공사비·영업피해 등 직접피해액, 부산시민 불편에 따른 간접피해액이 포함된다. 이 경우 전체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러시아 선사는 광안대교 피해 외에 용호부두에서 요트 등을 파손하고 2명을 다치게 한 부분도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은지·황선윤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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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