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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발작,노점상 매출 반토막…분노 치솟는 미세먼지 난민들

수도권에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관측 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미세먼지 상황을 알려주는 앱 화면 뒤로 도심이 뿌옇게 보인다.[뉴스1]

수도권에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관측 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미세먼지 상황을 알려주는 앱 화면 뒤로 도심이 뿌옇게 보인다.[뉴스1]

5일 오후 4시 서울 노원구 노원역 근처 곳곳에 10여개의 포장마차가 있다. 손님이 있는 데가 별로 없다. 김점선(58)씨는 떡볶이를 뒤적거리고 있다. 이날 손님을 별로 받지 못했다. 며칠째 손님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씨는 "문을 열지말까 생각도 했는데 벌이가 없어서 열었다. 손님들이 마스크를 쓰고 후딱 뛰어가버리고 음식을 쳐다도 안 본다"며 "정말로 속 터진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재현(25)씨도 공원 방문객이 줄면서 가게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김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가게 문을 닫을 판이다. 도대체 정부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냈다. 
 
서울 마포구 천식환자 박모(79)씨는 1~2년 새 발작을 일으킨 적이 없다. 흡입기를 사용하면서 조절이 잘 됐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미세먼지 때문에 숨이 차고 기침이 심해졌다. 흡입기로 조절할 수 없었다. 발작 증세였다. 급히 평소 다니던 내과의원을 찾았고 강한 약물을 투여하면서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주치의 유동은 연세유내과 원장은 "박씨가 천식 앓은지 5~6년 동안 발작 증세를 보인 적이 없는데, 올해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갑자기 악화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최악의 미세먼지가 지속되자 일상생활이 움츠려드는 단계를 지나 분노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짜증나지 않는 사람이 없겠지만 서민층의 분노 게이지가 더 심하다.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관측 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5일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관측 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5일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입 벌리기 싫은데 사먹겠나" 
5일 오후 서울 명동길은 한산했다. 노점들이 장사 준비에 한창이다. 점주들은 한결같이 "거리에 사람이 확 줄어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부산오뎅 점주는 "데이트하는 사람들로 북적댈 시간인데, 어제부터 텅 비었다. 행인들이 입 벌리기를 싫어하는데 어묵을 사먹겠나"며 "미세먼지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생과일주스 점주는 "먼지가 많다보니까 과일 관리가 어렵다. 사람들이 '씻은 거냐' 물어보는데 그럴 때 솔직히 짜증난다"고 말했다. 양말 노점 주현숙씨는 "나도 마스크 쓰고 있어서 '양말 사세요'라고 소리 치기 싫다"고 말했다. 
 
퀵서비스 생계 위협 
이들만 생계 위협을 받는 게 아니다. 10년 째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이모(53)씨는 "목이 아프고 칼칼하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은 마스크를 썼는데, 보안경에 습기가 차서 앞이 잘 안 보인다. 위험하지만 일을 안할 수도 없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단지를 돌리던 여성은 "다들 빨리빨리 지나가버린다"고 하소연했다. 
 
알바생 사장 눈치에 마스크 못 써 
아르바이트생도 힘들다. 서울 명동 이모(25·여)씨는 손님들이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미세먼지가 들어와서 마스크를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사장 눈치를 보느라 그냥 일하고 있다. 이씨는 "사장님께 넌즈시 말했더니 '손님이 싫어한다'고 딱 잘랐다"면서 "매장 안에 공기청정기도 없어서 더 힘들다"고 말했다.  
 
운동장 대신 키즈카페 투어 
바깥 운동을 못하는 아이도, 엄마도 짜증스럽긴 마찬가지다. 세 아이를 키우는 유지연(39·서울 서대문구)씨는 3.1절 연휴 내내 키즈카페를 돌았다. 축구하러 나간다는 아이들을 달래 키즈카페를 택했다. 유씨는 "용산의 키즈카페에 갔는데 350명 정원이 꽉 찬 것 같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오히려 공기가 더 안 좋았다"고 말한다. 키즈카페 한 번 갈 때마다 5만~6만원이 든다. 
 
5일 오후 원주시 반곡동 혁신도시 내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엄마와 학생이 하굣길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원주시 반곡동 혁신도시 내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엄마와 학생이 하굣길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튀김 요리 피하기 
서울 성북구 주부 이명희(62)씨는 5일째 북한산 둘레길 산책을 포기했다. 이씨는 “속이 갑갑해 죽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뿌연 하늘을 보니 산책 나갈 엄두가 안 난다”면서 “마스크를 끼고 잠시 시장만 다녀와도 목이 아프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이씨 가족의 식탁을 바꿔놓았다. 며칠째 집에서 튀김 요리는 하지 않고 삶은 요리 위주로 먹는다. 실내 공기 질이 나빠질까봐서다. 
 
무릎수술 환자 무릎 너무 뻑뻑  
일부 환자에게 미세먼지는 직격탄이다. 무릎 관절 수술을 받은 김근숙(67·인천 서구)씨는 의사가 매일 가벼운 산책을 하라고 당부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하루도 나가지 못했다. 호흡기도 좋지 않은 편이라 병이 악화될까 걱정됐다. 김씨는 "미세먼지가 하루이틀이면 걷힐 줄 알았는데…. 무릎이 뻑뻑해지는 느낌이 들어 겁이 난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 범일연세내과 이동형 원장은 "혈액투석 환자는 당뇨나 고혈압을 대부분 앓고 있는데, 야외활동을 못해 혈압·혈당 조절이 잘 안 된다. 체중 조절도 안 되고 변비가 심해져서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치매 노인도 스트레스 
요양원 생활을 하는 치매노인도 힘들다. 대구 상록수재단 김후남 이사장은 "햇볕을 쬐고 공기를 마시도록 옥상 정원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가는데, 최근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 노래 프로그램으로 바꿨다"며 "일부 난폭한 어르신은 밖에 못 나가면 욕설을 하고 소리 지른다. 어쩔 수 없이 옥상 정원으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로 환자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18.3.27   ima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세먼지로 환자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18.3.27 ima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생애 첫 마라톤 도전 포기 
인천에 사는 직장인 심준섭(46)씨는 “이달 말 생애 첫 마라톤에 도전하려고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포기했다”며 아쉬워했다.
 

박형수·임선영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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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