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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수출 활력 제고 대책'에 빠진 것

지난 4일 정부의 '수출 활력 제고 대책'에 대한 기업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우선 수출을 늘리고 싶어도 '꺼리'가 마땅치 않다는 거였다. "인건비가 2년 새 30%나 올라서 힘들다", "원자재 값이 비싸져서 수출하면 할수록 손해난다"는 반응이 많았다.  
  
되려 이번에 신설된 ‘수출 계약서 특별보증’ 제도가 자칫 악용될 수 있다는 염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마땅한 수출 아이템이 없는 기업에조차 “정부가 수출 계약서만 들고 오면 돈 빌려준다더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수출 계약서 위조를 통해 대출 사기를 벌인 기업이 있었다. 2014년 발생한 모뉴엘 사건이 대표적이다. 모뉴엘은 전자제품 120만대를 1대당 250만원에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5년간 3조원 넘는 대출을 받다가 적발됐다. 매출의 90%가 허위였던 걸로 나중에 밝혀졌다. 사건 당사자인 수출입은행의 모뉴엘 사건 징계 대상자 중 30%는 오히려 진급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제2의 모뉴엘'은 또 있었다. 2017년 반도체 분야 강소기업으로 유명했던 중견 반도체 업체가 불량 웨이퍼를 비싼 값에 수출했다가 되사는 수법으로 수출 실적을 부풀려 4000억 원대의 무역금융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됐다. 정부가 '연 수출 6000억 달러'에만 급급하면 '실적 부풀리기'를 하려는 제2·제3의 모뉴엘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출 아이템이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출길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필리핀·미국·스페인 등에 수출하려는 A 미용기기 스타트업 대표는 페이스북에 하소연하는 글을 올렸다. A 회사가 출시한 미용기기를 B 업체가 베껴 팔면서 정부 투자지원까지 3억원 받아가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남의 것을 훔쳐도 수출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의 악용 사례다.   
 
과거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수출 중견기업이 하청업체를 압박해 원가를 후려친 사례도 있었다. 이 중견기업은 한때 매출이 300억원을 넘고 수출 성공 사례로 꼽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문하기까지 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이 기업의 또 다른 모습은 '갑질 기업'이었다. 핵심기술을 하청업체에서 빼돌려 다른 하청업체에 누설한 뒤, 기술을 빼앗긴 하청업체에게 도리어 “다른 곳은 이렇게 가격을 싸게 부른다”면서 압박했다.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235조원의 무역금융이 이런 곳에 흘러 들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쟁 업체들이 우리 수출 상품·브랜드를 베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파헤쳐 해결해주는 일이다. 뷰티·식음료·콘텐트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갑이 을의 납품가를, 을이 병의 납품가를 후려치는 일도 막아야 한다. 수출 활력 제고가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수출하라'는 특명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근본적으로는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자동차·기계 등 10대 산업의 수출 증가율은 2002~2007년 16.2%에서 2012~2017년 0.5%로 급락했다. 부가가치(8.4%→-0.3%)와 노동생산성(4.1%→-0.9%)도 망가졌다. 산업 경쟁력 없이는 수출 대책도 '반짝 개선'에 그칠 것이다.  
경제정책팀 서유진 기자

경제정책팀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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