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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회사인줄 알았는데…400억원대 도박사이트 운영한 형제

딱히 직업이 없는 강씨 형제(형 53·동생 50)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현금 25억원을 벌어들였다. 주변에는 해외에서 건설업을 한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실제 이들이 돈을 번 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을 통해서다. 
5일 서울 은평경찰서는 필리핀에서 400억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박사이트 캡쳐 화면. [서울 은평경찰서 제공]

5일 서울 은평경찰서는 필리핀에서 400억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박사이트 캡쳐 화면. [서울 은평경찰서 제공]

이들이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오고 간 도박금만 400억원에 달했다. 형은 국내에서 자금과 인력 관리 등 총책 역할을 맡았고 동생은 현금 인출책을 담당했다. 서버는 일본에 뒀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사이트를 차단해도 우회 경로를 이용하면 그뿐이었다.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사무실은 필리핀에 마련했다. 필리핀은 허가를 받으면 온라인 도박 업체를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형제는 필리핀의 온라인 도박 게임업체 사무실 한 곳을 임대해 합법적인 회사로 위장했다.

 
직원 9명을 고용해 자신들은 한국에서 지시를 내렸다. 28살 임씨와 정씨 등 직원 9명은 관광 비자를 이용해 3개월 간격으로 필리핀 사무실을 드나들었다. 숙식은 강씨 형제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해결했다. 
 
영원할 것 같던 이들의 범죄는 지난해 11월 한국 경찰이 필리핀 현지 사무실을 덮치며 끝났다. 교민 안전 확보 등을 위해 해외 경찰기관에 설치하는 한국인 사건 전담 부서 '코리안 데스크'였다. 필리핀 이민청도 함께였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5일 필리핀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형 강씨 등 9명을 검거하고 필리핀 현지 사무실에서 일한 28살 임씨, 정씨 등 3명을 도박 개장(공간 개설) 등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수익금 25억원을 어디에 썼냐는 경찰 질문 등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5일 서울 은평경찰서는 필리핀에서 400억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박 사이트 캡쳐 화면. [서울 은평경찰서 제공]

5일 서울 은평경찰서는 필리핀에서 400억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박 사이트 캡쳐 화면. [서울 은평경찰서 제공]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불법 도박 단체 운영자의 행적을 파악하던 과정에서 필리핀에 사무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이후 필리핀 현지 코리안 데스크가 필리핀 이민청과 공조를 통해 현장을 덮친 것이다. 경찰은 이들 외에 관리자급 피의자 3명에 대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해 추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94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범죄경력이 없는 일반인으로 1인당 수백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트 이용자 1인당 평균 도박 금액은 2000만원에 달했다. 도박행위자들은 “불법 스포츠 도박은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고 쉽게 돈을 딸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도박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우식 서울 은평경찰서 수사과장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이용한 도박행위는 금액과 상관없이 전부 범죄 행위”라며 “호기심으로라도 이런 불법 사이트에 접속해 도박하면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도박사이트 운영 공모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도박행위자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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