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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위스키, 우키요에 위스키…한국엔 이런 라벨 왜 없나

기자
김대영 사진 김대영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6)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 중 하나가 ‘자포니즘(JAPONISM)’이다. 일본의 문호가 개방되면서 일본 도자기와 차, 미술품 등이 유럽으로 건너갔고 예술가들은 자연스레 일본 문화를 접했다. 
 
모네, 고흐, 고갱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이 문화를 받아들여, 당시의 많은 예술품에 일본 문화가 남아있다. 최근 일본 위스키 시장의 새로운 움직임이라면, 일본 문화를 알리는 위스키들이 연이어 출시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처음엔 대부분의 위스키가 일본 내 소비용이었지만, 점차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주류전문점 ‘시나노야(SHINANOYA)’가 독일의 ‘산지바(SANSIBAR)’와 함께 출시한 ‘JAPONISM’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작년에는 모네의 ‘라 자포네즈(La Japonaise)’를 담았다.
 
이 작품은 모네가 부인 카미유를 그린 작품으로, 카미유는 기모노를 입고 ‘우키요에(일본 풍속화)’가 그려진 부채를 들고 있다. 약 200여년 전, 일본 문화가 유럽 문화에 영향을 끼쳤듯, 위스키에 일본 문화가 침투하고 있는 셈이다.
 
모네의 ‘라 자포네즈(La Japonaise)’가 담긴 JAPONISM 시리즈. 아일랜드의 1989년 빈티지 위스키를 담았다. [사진 시나노야]

모네의 ‘라 자포네즈(La Japonaise)’가 담긴 JAPONISM 시리즈. 아일랜드의 1989년 빈티지 위스키를 담았다. [사진 시나노야]

 
일본의 풍속화인 ‘우키요에’가 담긴 위스키가 특히 많다. ‘일본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금수도감’ 시리즈는 용, 호랑이, 봉황, 기린 등을 라벨에 담았다. 일반적으로 차분한 위스키 라벨과 달리, 화려한 색감에 금방이라도 금수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이 담겼다. 화려한 그림의 멋이 위스키의 향과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밖에도 후지산을 비롯한 일본의 절경을 담은 위스키들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기린과 봉황의 풍속화를 담은 위스키(좌)와 생동감 넘치는 닭의 풍속화를 담은 위스키(우). [사진 시나노야]

기린과 봉황의 풍속화를 담은 위스키(좌)와 생동감 넘치는 닭의 풍속화를 담은 위스키(우). [사진 시나노야]

 
100년에 가까운 위스키 제조 역사를 가진 일본답게 자국 위스키를 통한 문화 전파도 활발하다. 야마자키, 하쿠슈, 히비키 등으로 유명한 산토리는 라벨에 일본어 한자를 쓴다. 다른 일본 위스키 증류소도 마찬가지로 한자를 많이 쓴다. 모국어를 전 세계에 알리는 셈이다. 산토리는 2018년 초, ‘THE ESSENCE of SUNTORY WHISKY’ 시리즈를 발표했다. ‘창(創)’, ‘유(遊)’, ‘몽(夢)’ 세 글자를 컨셉으로, 일본 유명 서예가의 글씨를 담아 한자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THE ESSENCE of SUNTORY WHISKY’ 시리즈 3종. 산토리가 소유한 야마자키, 하쿠슈, 치타 세 증류소의 위스키를 담았다. [사진 산토리]

‘THE ESSENCE of SUNTORY WHISKY’ 시리즈 3종. 산토리가 소유한 야마자키, 하쿠슈, 치타 세 증류소의 위스키를 담았다. [사진 산토리]

 
대만 위스키 업계도 중화권 문화를 위스키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위스키 파인드(WHISKYFIND)’라는 회사가 적극적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삼국지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위스키 라벨로 만들었다. 또 ‘시인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아이디어로 중국 당송시대 시인들과 그들이 쓴 시를 담은 위스키도 있다.

 
시인 소동파(좌)와 시인 이상은(우)을 라벨로 그린 위스키. 소동파는 문신을 그리고 있고, 이상은은 오토바이를 타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시인들의 대표적인 시도 함께 적혀있다. [사진 김대영]

시인 소동파(좌)와 시인 이상은(우)을 라벨로 그린 위스키. 소동파는 문신을 그리고 있고, 이상은은 오토바이를 타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시인들의 대표적인 시도 함께 적혀있다. [사진 김대영]

 
일본과 대만의 ‘위스키를 통한 자국 문화 알리기’를 보고 있으면, 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위스키는 없을까 답답해진다. 일부 위스키의 ‘한국 에디션’이나 ‘서울 에디션’ 같은 제품이 있긴 하지만 깊이 있는 문화가 아니라 간략한 상징물만 담겨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아쉬움을 해소해주는 위스키를 두 병 소장 중인데, 모두 일본에서 만들었다. 하나는 조선 시대 궁중 여인의 머리 모양을 모티브로 그린 그림이, 다른 하나는 장구춤 추는 여인의 그림이 위스키 라벨로 쓰였다.

 
조선시대 궁중 여인의 머리모양을 모티브로 일본 작가가 그린 그림(좌)과 장구춤 추는 여인을 그린 그림(우).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산, 제작은 일본, 라벨 속 콘텐트는 한국. 한 병의 위스키에 세 나라의 문화가 모였다. [사진 김대영]

조선시대 궁중 여인의 머리모양을 모티브로 일본 작가가 그린 그림(좌)과 장구춤 추는 여인을 그린 그림(우).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산, 제작은 일본, 라벨 속 콘텐트는 한국. 한 병의 위스키에 세 나라의 문화가 모였다. [사진 김대영]

 
위스키는 세월을 담는다. 세월을 품은 맛과 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길게는 수 천 년이 넘는 한 나라의 문화가 우리 안에 숨 쉬고 있다. 일본과 대만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위스키를 통해 자국 문화를 알리는 건, 위스키와 문화의 공통점에 주목했기 때문은 아닐까.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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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