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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위기 '신용카드 소득공제'…"유리지갑만 봉이냐" 반발

직장인의 연말정산 때 핵심 공제항목으로 꼽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올해 또 존폐 기로에 섰다. 올해 말로 일몰기한을 맞으면서다. 1999년 도입 이후 9번째로 맞이하는 수명(?) 연장의 갈림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4일 발언처럼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은 축소되지만, 제도 자체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999년 9월 자영업자의 과세지표 양성화를 위해 도입했다. 당시에는 이들의 현금 거래로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탈루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의 세원이 투명해져 애초 제도 취지가 어느 정도 달성된 상황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도입된 199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28.49%였지만, 2015년 19.83%까지 개선됐다.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뉴스1]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뉴스1]

그러다 보니 이제는 소득공제에 따른 조세지출 비용에 비해 과표 양성화 효과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기준 신용카드 소득공제액 규모는 1조8537억원. 이는 나라에서 거둬들이는 세수가 1조8537억원 감소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이런 혜택이 고소득층에 쏠리는 점이 문제다. 기재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조세특례 심층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는 총급여액 2억~3억원 구간에서 80만원이었지만, 1500만~2000만원 구간에서는 11만원에 불과했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총급여가 1억원이 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3.7%에 불과하지만, 전체 신용카드 세금감면액의 11.2%를 차지한다”며 “반면 전체 근로자의 41.7%에 달하는 총급여 2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경우 감면액의 6.2%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조세 저항이 만만찮다. 사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릴 정도로 ‘유리 지갑’인 직장인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쏠쏠하다. 실제 직장인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받은 금액은 1인당 평균 51만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감면받은 세금이 24만5000원이었다. 카드 소득공제를 급격히 축소 또는 폐지하면 소비 위축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계속 일몰하지 못하고 20년 가까이 연장돼 온 이유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납세자의 반발이 워낙 크고,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현재는 각종 정책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가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소상공인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제로 페이’를 활성화하자는 목적도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는 최근 제로페이의 소득공제율을 40%로 적용키로 확정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시장확대가 지지부진하다. 현재 소득공제율은 신용카드(15%), 직불카드(30%), 현금영수증(30%) 등 사용수단마다 다르다. 정부가 신용카드 공제율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소득공제율이 높은 제로페이의 혜택이 부각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제로페이는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추진한 이른바 ‘서울 페이’를 기반으로 한 결제 서비스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사용률이 저조해 당국의 고민이 컸던 상황이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제로페이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가맹점주와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6일부터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증세를 하는 것”이라며 “서민과 중산층 근로자의 삶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포털에서도 정부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움직임에 '유리 지갑만 봉이냐'는 식의 비판적인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정책 효과도 미지수다. 되려 정부 주도의 사업추진으로 민간영역이 침해되고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낸 ‘제로페이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보고서는 “현재 제로페이의 유인책으로 소득공제 40%, 지자체 시설물 이용할인 등이 있지만 카드사가 제공하는 여행·공연·외식 등 분야에서의 다양한 마케팅 혜택과 비교할 때 실효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민간 영역에서 직접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과도한 재정 투입으로 행정력 낭비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간편결제의 기술로 근거리무선통신방식(NFC), 마그네틱보안전송방식(MST) 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QR코드 기술을 중심으로 지원하게 돼 기술혁신과 경쟁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 부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시장개입을 자제해야 할 정부가 시장의 주요 참가자로 나서 개입하는 것은 관련 산업의 질서를 왜곡시키고 정부 의존도를 높인다”며 “큰 그림에서 자영업자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특정 효과를 타깃해 정책을 펼쳤다간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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